오랜 기간 쌓인 관행이 지금의 문제를 일으킨 거겠고, 그에 따라 달라지고 고쳐야 할 관행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가령 '건축'이냐 '건설'이냐의 문제도 따져볼 수 있겠죠. 건설을 통해 우리나라가, 지역이 먹고살 수 있게 된 것은 일면 사실이나, 이제 21세기형 국가와 지자체는 자신의 브랜드, 고유한 문화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입니다. 제주의 특징이 무엇이겠습니까. 빨리 빨리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후다닥 지어서 그럭저럭 70년대 만큼이라도 건물 외관을 갖추면 그것이 부끄러운 지역 제주이 그나마 대도시를 쫓아가는 정도가 되니 만족할 수 있다 할 것인가요? 제주에서만 살아 온 분들이 지역을 지키고 지역에서 통용되어 온 관례에 익숙하고, 다른 방식은 두려워 한다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만, 그러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정체성, 자랑스러워 해야 할 것들을 너무 쉽게, 무지하게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엔 통상적으로 설계수가라는 게 지정돼 있죠. 외국에선 프로젝트를 받으면 그것을 연구하기 위하여 다른 프로젝트는 진행하지 않고 그 프로젝트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그에 맞는 좋은 건축이나 정책을 내놓습니다. 그런 방식이 설계, 디자인을 포함한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고 따라서 지역민이나 국민들이 그 문화를 아끼고 자랑스러워 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퀄리티는 제쳐놓고 '설계수가'라는 것을 정해 그에 맞는 저렴한 노력과 시간과 애정을 투자하다 보니 좋은 건축이든 문화든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 누군들 자신의 문화를 자랑스러워 하며 지키고 싶어할까요?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며느리가 이제 비로소 밖으로 나가 찬란한 태양을 보게 되겠군요. 아, 눈이 부셔요~! ^^
* 미디어 제주님, 리플달기가 안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