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이호해수욕장은 삶 그 자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우리 땅”
“이호해수욕장은 삶 그 자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우리 땅”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07.21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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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자본에 먹히는 이호해수욕장] <3> 김영일 이호동 연합청년회장에게서 듣다

이호해수욕장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김영일 이호동 연합청년회장.
50·60대들에겐 바닷가에서 멜(멸치)을 뜨는 기억이 있다. 이호해수욕장(이호테우해변)을 낀 이호동도 마찬가지였다. 이호해수욕장의 그런 풍경이 50·60대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40대의 젊은이들에게도 이호해수욕장은 추억의 장소이다.

수영도 하고, 보말이나 깅이()를 잡던 곳이죠. 바다를 낀 동네가 다 그렇지만 여름철엔 해수욕장에서 살았죠.”
 
이호동 연합청년회장인 김영일씨(41)는 이호해수욕장의 추억으로 가득하다. 이호2동 오도마을에서 태어나 줄곧 그 자리를 지키는 김영일 회장은 이호해수욕장을 떠날 줄 모른다. 기자가 지난 20일 그를 만난 곳도 이호해수욕장이었다. 이호해수욕장의 해수풀장을 지키며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어릴 때 즐겁게 논 해수욕장은, 자라서는 청년회 회원들의 봉사활동 장소가 됐어요. 쓰레기를 줍고 풀을 베는 건 물론이죠. 지난해부터는 수익을 내기 위해 해수풀장을 관리하고 있어요. 여기서 나온 수익금을 공동모금회를 통해 사회에 기부를 하기도 해요.”
 
넓게 펼쳐진 이호해수욕장. 이 곳이 이호유원지 개발사업에 포함돼 주민들이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호해수욕장을 뛰놀고, 현재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에게 최근 불편한 진실이 날아들었다. 이호해수욕장이 이호유원지 개발사업부지에 포함됐다는 사실이었다.
 
“5월이었어요. 제주분마이호랜드측에서 사업설명회를 하더군요. 사업설명회 닮지도 않은 설명회였어요. 그제야 이호해수욕장이 사업부지에 포함된 걸 알았어요. 이호해수욕장을 사업부지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지요. 그러나 직인도 없는 팩스 한 장을 달랑 보냈더군요.”
 
주민들의 요구에 이호랜드측이 보낸 답변은 해수욕장을 제외시키겠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해수욕장에 시설물을 설치할 계획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주민들은 사업을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이호해수욕장만 사업부지에서 제외시켜달라는 거였어요. 그 이후론 사업자측에서 답변은 없어요.”
 
이호해수욕장은 이호동 주민들의 역사가 담긴 곳은 물론, 그들에겐 미래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귀중한 존재이다. 그런 곳이 개인 사업자의 개발사업에 포함됐으니 반발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너무 큰 문제입니다. 당연히 사업부지에서 제외시켜야죠. 그렇지 않다면 청년회원들이 눌러 앉아 시위를 할 겁니다. 청년회는 발전협의회와 대책위원회를 꾸려서 공동 대응할 계획입니다.”
 
멀리 이호유원지 공유수면 매립지가 보인다. 김영일 이호동 연합청년회장이 그 곳을 가리키며 이호랜드측의 자세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호동 연합청년회는 뭉치는 힘이 강하다고 한다. 올해 도민체전에서 단체줄넘기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2연패를 기록했다. 부인회인 여심동체도 그들을 도와주는 열혈 팬들이다.
 
더욱이 김영일 회장에겐 그 땅을 지켜야 할 또다른 이유가 있다. 자신의 세대만 사는 게 아니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도리초등학교 운영위원장도 맡고 있어요. 여기서 태어나서 줄곧 살아왔고, 계속 살 계획입니다.”
 
이호동을 스쳐가는 이들이야 이호해수욕장이 사업지구에 포함된 게 대수이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그 땅에 사는 이들에겐 그렇지 않다. 김영일 회장처럼 이호동을 지키는 이들에겐 이호해수욕장이 삶 그 자체이기에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숙명일 수밖에 없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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