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가 지난 14일 청와대를 방문해 전달했다는 강정마을 주민 등 특별사면 건의문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우선 15일 오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건의문에서 여러차례 언급된 ‘제주해군기지’라는 명칭 부분이다.
도 집행부가 15일 오전 도의회에 제출한 건의문 전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A4용지 3쪽 분량의 이 건의문에서는 모두 17차례에 걸쳐 ‘제주해군기지’라는 명칭으로 일관되게 기술돼 있다.
정부와 제주도가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건의문 내용에서도 민선 5기 도정과는 온도 차이가 느껴지는 문구가 눈에 띄는 것은 물론, 원 지사가 후보 시절 언급했던 내용과도 약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은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채 진행되고 있다는 것 또한 공감대가 크다”고 한 부분이나 “지역주민은 물론 제주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8년째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고, 급기야는 전국은 물론 국제적 이슈로까지 비화해 아직도 국내외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동향과 관련한 움직임들이 계속되고 있어, 자칫 제주해군기지 사안이 국제적, 이념적으로 침소봉대 되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고 한 부분도 전임 도정과는 확연히 다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강정주민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주민 동의절차의 문제 등 오직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를 제기해 왔던 것임을 지난 전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도 제주도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건의문을 제출하는 주체가 건의문 말미에 명시돼 있지 않은 데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도가 15일 의회에 제출한 건의문 전문 내용을 보면 날짜도 ‘2014. 7.’이라고 월까지만 표시돼 있고, 제출 주체가 누구인지는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김용구 민군복합형관광미항추진단 단장은 이날 업무보고가 끝난 뒤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추진단에서 건의문을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김 단장의 말대로라면 이 건의문은 지난 14일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특별사면을 건의하기 위해 수행 인사 중 한 명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라는 직책을 가진 원 지사가 청와대에 공식 건의문을 제출하면서 공식 경로를 통하지 않고 비선라인을 통해 문건을 작성해 전달한 셈이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원 지사가 제주도지사라는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의 몫을 하는 신분이지만, 제주도지사는 60만 제주도민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청와대나 정부 부처를 상대할 때도 국회의원 때와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