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텃밭 가꾸기의 행복
텃밭 가꾸기의 행복
  • 박종순
  • 승인 2014.07.1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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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31>

서귀포의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귀농을 하여 마땅한 수입이 없는 나에게는 삼다수를 제외한 모든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비싸 보인다.

농촌에 오면 상추, 깻잎, 고추뿐만 아니라 귤, 한라봉, 천혜향 등 과일까지 농촌에선 말만 잘하면 공짜로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며칠에 한 번씩 시장에서 사다 먹었더니 생각보다 식비가 많이 드는 것 같다.
 
마침 아파트에 딸린 텃밭도 있고 하니 자급자족을 위해 농장 텃밭을 개간해 보기로 했다.
 
채소나 감자, 고구마를 심으려면 텃밭이 필요한데 막상 심을 장소가 없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빈 땅만 보여 빈 땅이 몽땅 내 것인 줄 착각 했었나보다. 막상 심을 장소를 찾는 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어디에 심을 것인가. 집사람과 오랫동안 생각해 봤다.
 
살고 있는 아파트 텃밭은 겨우 2. 그렇다고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심을 수 없고, 남의 땅에 심을 수도 없고, 이것저것 심으려면 꽤나 넓은 밭이 필요할 것 같다.
 
처갓집 농장은 멀고 온통 귤나무로 밀식 되어 빈공간이 협소하고, 한라봉 하우스는 접근하기가 곤란하고, 어쩔 수 없어 처제가 운영하고 있는 농장에 부탁해 보자고 결론짓고 처제에게 조심조심 얘기했더니 하우스 내에는 고추는 병충해 때문에 심으면 안 되는 반면에 수박이나 애호박 등을 심어 보란다.
 
, 하우스 밖에도 약간의 빈터가 있으니 밭을 갈아 키워 보라면서 자신은 기를 시간이 없으니 도와줄 수 없고 나중에 키워 놓으면 얻어먹겠다고 농담도 한다. 아쉬운 쪽은 이쪽이니 잠자코 그리 하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각종 묘종을 어떻게 심고 가꾸는지를 며칠째 공부도 하고, 도서관에서 책도 빌려보기도 했다.
 
오일장에 가서 삽과 괭이 묘종삽도 사고, 몇 가지 묘종을 사서 하우스 안에는 고추, 호박, 가지, 참외, 수박과 감자 2고랑, 고구마 3고랑을 심고, 하우스 밖은 5평정도 밭을 갈아 고추만 심었다. 그리고 아파트 텃밭은 기존에 심어둔 시금치와 배추가 있어 상추, 깻잎, 부추를 주로 심었다.
 
애써 심고 보니 하우스 가운데에 심은 감자와 고구마 밭 위에는 하우스 비닐 지붕으로 덮여 있어 빗물이 가지 못해 항상 메말라 있어 2-3일에 한번씩 100m 떨어진 수돗가에서 물을 길러 줄 수밖에 없는 바람에 고생이 심했다.
 
아파트 텃밭을 서투르게 가꾸는 우리를 멀찌감치 보고 있던 2층집 아낙은 우습다는 듯이 잔소리를 한다.
이랑을 만들어야 한다며 직접 삽을 들고 시범도 보이기도 하고, 비료 주는법, 물 주는법, 벌레 잡는법, 씨앗 뿌리는법 등 열심히 가르쳐 주었지만 언제나 우리 텃밭은 왠지 부족하고 잘 자라지도 않고 시름시름 상태가 좋지 않다.
 
다른 집 밭에는 파릇파릇 싹이 돋아서 비료를 주기도, 잡초도 제거하고 무척 부산한데 우리가 심은 아파트 텃밭의 상추는 잠깐 어린잎이 보일 듯이 나다가 곧바로 말라 죽어 버려서 물을 너무 많이 주어 죽었나보다 하고 가슴 아파하기도 했다.
 
그 후 한동안 텃밭 근처에는 가지 않았는데, 2층집 아낙이 자기 밭을 가꾸다가 우리 밭을 보고는 물을 줄때가 지났는데도 물을 안준다고 연락이 왔다.
그제야 아파트 텃밭을 바라보니 감자 고랑에는 싹이 제법 올라와 있었고 상추와 깻잎도 연한 녹색을 띄고 있었다.
 
우린 무농약으로 친환경 채소를 먹는다고 농약과 비료를 치지 않았는데, 2층 아낙은 비료도 가끔 주고 농약도 치고 잡초도 제거하니 우리보다 2배정도 성장속도를 보이고 키도 크고 실하게 잘도 키운다.
 
사실 좀 약이 올랐다. 하지만 집사람은 우리가 먹을거니까 농약은 안 칠거야하면서 벌레를 손수 잡곤 했는데 짙푸른 4-5크기의 벌레는 잡기가 섬뜩해서 주로 집사람이 잡고 난 우두커니 보기만 하다가 수확할 때만 거든다.
 
그래도 처음 심어봐서인지 자라는 것이 신기하고 제각각 내게 다른 추억을 가져다준다.
 
가장 재미난 것은 고추였는데 TV에서 본 농촌 프로그램에서 본대로 막대기를 구해 나란히 땅에 박고 줄을 매주는 기억이 나서 처갓집의 대나무를 양껏 해오고, 한라봉 하우스에서 쓰다만 끈으로 대나무와 고추를 묶어 단단히 묶었다. 가끔 텃밭을 쳐다보면 대 농부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들고 있는 필자.
방울토마토도 묘종 2개를 심었을 뿐인데 5-6평 가까이 줄기가 뻗어 포도송이처럼 달려있고 양도 많아 토마토를 싫어하는 나 자신도 탄탄한 질감에 맛있게 먹고는 있지만 한번 따면 소쿠리를 가득 채울 수 있어 수확 후 다 먹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워낙 달리는 수량이 많아 지지대를 세워 주어야 하겠는데 지인을 찾아 문의해 볼 생각이다.
수박은 처음 달릴 때는 도토리만한 크기의 솜털이 달린 듯 하고, 날짜가 지나고 한눈파는 사이에 갑자기 머리통만큼이나 커지지만 수박 딸 날을 몰라 궁리중이다. 인터넷을 보면 줄기 2마디에서 잎을 따고 8마디에서 무엇을 하라고 하고 꽃이 피고 며칠째 수확하라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차후는 수박관리법을 배워야겠다.
 
참외는 약간 노란색이 들면 바로 따서 먹었더니 설익기도 하고 시장에서 사서 먹었던 달콤한 맛보다는 덜 달콤했다. 시장에서 파는 노랑색 참외는 어떻게 따는 것 인지 궁금하다.
 
감자는 씨감자를 사서 나무재를 묻히고 일정 간격으로 심었는데 이랑을 삐져 나올만큼 크고 작은 감자가 주렁주렁 달려 나올 때는 많은 숫자에 놀랐다. 시장에 가면 일정한 크기의 감자만 봤는데 이렇게 크기가 제각각이고 모양이 찌그려 진 것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고 막삶은 감자는 혀를 녹일 것 같이 맛이 좋았다. 더욱이 제주는 2모작이 가능하므로 가을에 또 한번 많이 심기로 했다.
 
애호박은 하우스에 3개의 모종을 심었는데 아침에 꽃이 피었다가 저녁이면 꽃잎을 닫는 바람에 나비와 벌이 없는 관계로 암수 교배시키는데 애를 먹기도 했고 줄기가 뻗기 시작하자 5평 가까이 영토를 넓히면서 수십개를 넘는 호박을 만들어 주어 먹어 내기조차 바쁘다.
 
상추, 적상추, 로메인, 깻잎은 베란다에서 심었던 것은 몰사했고 실망감에 아파트 텃밭에는 성의도 없이 남은 씨앗을 마냥 뿌리고 대충 흙으로 덮었는데도 불구하고 물만 주어도 너무도 무성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구마는 고구마줄기를 사와서 이랑위에 심었는데, 꿩녀석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수확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에서 비싸서 양껏 먹지 못했었는데 올 가을 수확이 기대된다. 내년에는 꿩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비닐을 씌우든지 허수아비를 세우든지 해야겠다.
 
고구마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다.
모 텔레비전에서 꿩이 하우스 안까지 와서 고구마를 노린다는 내 블로그를 읽고 꿩에 대한 피해를 찍고 싶다고 연락 온바 있었는데 규모가 적어 사양했던 적도 있었고, 주변 친척들 까지도 내가 고구마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휴가를 받아 고향에 잠깐 들린 때도 가는 곳마다 고구마를 한사발씩 삶고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실패한 것도 있는데 늙은 호박과 가지 그리고 딸기는 구경도 못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텃밭은 처갓집과 지인에게 나눠줄 만큼 우리에게 채소와 과일을 풍성하게 돌려주었고, 지인들은 고맙다며 애플망고와 한라봉 등 과일을 되돌려 주었다.
서귀포에 와서 텃밭을 가꾸는 재미에 빠지면서 나누어 먹는 기쁨도 알게 되고 식탁은 겉저리 채소로 가득하다.
 
올해 여름과 가을은 생각지도 못한 풍성한 식탁으로 채워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상표등록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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