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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강아미, 모진 삶에 죽었다 환생꽃으로 되살아난 이 땅의 어머니
원강아미, 모진 삶에 죽었다 환생꽃으로 되살아난 이 땅의 어머니
  • 미디어제주
  • 승인 2014.07.0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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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지극정성을 다해 노력해도 우리 인간이 이룰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그 부분은 신(神)의 영역으로 신의 점지에 의해 가능한 것으로, 태어나고 죽고 하는 운명(運命)에 관한 것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특히,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은 서천꽃밭 꽃감관이 관장하는 꽃으로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옛날 김진국과 임진국이 한 마을에 살았습니다. 모두 늦도록 자식이 없으므로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백 일 동안 불공을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서로 아들을 낳든 딸을 낳든 사돈을 맺기로 약속을 합니다. 김진국은 아들을 낳아 사라도령이라 이름 짓고, 임진국은 딸을 낳아 원강아미라 이름 지었습니다. 그리고 두 아이를 구덕 혼사(아기들이 요람에 있을 때 하는 혼인) 시켰습니다.

원강아미는 15세가 지나자 아기를 임신했습니다. 때마침 옥황상제에게서 서천 꽃밭의 꽃감관 벼슬을 하러 오라는 전갈이 사라도령에게 내려왔습니다. 사라도령이 벼슬살이를 떠나는데 부인도 같이 가겠다고 하므로 함께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천 꽃밭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해서 며칠을 걸어도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나무를 의지하여 밤을 새는데, 재인장자 집에서 닭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부인은 남편에게 자신을 재인장자 집에 종으로 팔고 그 돈을 여비삼아 떠나가라고 했습니다. 이에 부인은 3백 냥, 뱃속의 아이는 1백 냥을 받고 종으로 팔았습니다. 만일 아들을 낳으면 ‘할락궁이’로 짓고 딸을 낳으면 ‘할락댁이’라 지으라 하고, 얼레빗을 반으로 꺾어 한쪽을 부인에게 신표(信標)로 남기고 사라도령은 서천 꽃밭으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남편과 이별한 날 밤부터 제인장자가 원강아미 방에 와 문을 열라고 합니다. 원강아미는 “우리 고을 풍속은 밴 아기를 낳아야 몸 허락을 하는 법이다.”고 꾀를 써서 넘겼습니다. 아기는 낳아 보니 아들이어서 이름을 ‘할락궁이’로 지었습니다.

다시 재인장자가 찾아들었으나 번번이 거절하자, 재인장자는 원강아미와 할락궁이에게 갖은 고역을 시켰습니다. 할락궁이는 그제야 자신의 아버지가 꽃감관임을 알게 되고, 어머니에게서 얼레빗 한쪽을 받아 서천 꽃밭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잔등이까지 차는 물을 건너 서천꽃밭에 이르니, 아버지가 “너의 어머니는 네가 도망쳐 나오자 혹형(酷刑)을 받아 재인장자한테 죽었으니 원수를 갚으라.”고 하며 웃음 웃을 꽃 · 싸움 싸울 꽃 · 멸망 악심꽃 · 환생꽃을 꺾어 주었습니다.

할락궁이는 곧 내려와 재인장자의 친족들을 다 모이게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웃음 웃을 꽃을 뿌리니 웃음판이 벌어지고, 싸움 싸울 꽃을 뿌리니 싸움판이 일어나고, 멸망 악심꽃을 뿌리니 모두 죽는데, 막내 딸만은 살려 두었다가 어머니 죽인 데를 가르쳐 달라고 하였습니다. 어머니 시신(屍身) 위에 환생 꽃을 뿌리니 어머니가 살아나므로, 할락궁이는 어머니를 모시고 서천꽃밭에 가서 아버지의 대(代)를 이어 꽃감관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정절을 지키다 갖은 고난을 겪으며 죽어간 어머니 원강아미는 남편과 아들이 대(代)를 이어 서천꽃밭 꽃감관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꽃으로 환생하는 삶을 사는 여인이 됩니다.

화산섬 제주는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척박한 삶의 터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 속에서 자식을 키우며 가정을 꾸려야 했던 이 땅의 어머님들은 골갱이로 하나로 땡볕의 밭을 일구는 오늘을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화에서처럼 서천꽃밭의 꽃으로 죽은 어머니를 살려내듯 언젠가는 보상받은 자식들의 성장을 기대하며 새털같이 많은 오늘을 살았던 우리 어머님들을 가만 생각해 봅니다.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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