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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부숴버리다간 일제강점기 때의 건물만 남는 건 아닌지”
“다 부숴버리다간 일제강점기 때의 건물만 남는 건 아닌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07.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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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없애는 걸 없앤다는 데 왜 반대를 하느냐’는 이들에게

7월부터 철거 작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옛 농림수산검역본부 제주지원 청사.
문화는 눈에 보이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문화재를 나눌 때도 유형인지, 무형인지를 가린다.

무형유산은 정신적인 것이 강조된다. 어떤 행위 자체를 통해 대대로 문화가치를 이어가는 게 바로 무형이다.
 
유형은 어떤가. 유형은 눈에 보여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고대 석조물을 비롯, 조선시대의 목조 건축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눈에 드러나는 게 바로 유형이다.
 
기자는 옛 농림수산검역본부 제주지원 청사문제를 지난해부터 제기를 해왔다. 없애지 말고 될 수 있으면 살리는 방안으로 가자고 해왔다. 왜냐하면 이 건축물은 유형이기에 그렇다. 없애면 그걸로 생명을 다한다.
 
제주시는 이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고, 이달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갔다. 도내 문화단체에서 살리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무시를 당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 사안이 제주시로 넘어갔지만 관련 담당자는 민원 접수를 모른다고 할 정도로, 관심 밖이다. 새도정추진위원회를 통해서도 이 문제가 다뤄지기도 했지만 행정은 모르쇠.
 
제주시는 철거 및 신축 비용으로 9억원을 올해 배정했다. 그런데 예산이 배정이 되기 전인 지난해 건축물 신축 설계가 마무리되는 등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이미 건축물 폐기를 목적으로 사업을 준비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혹자들은 이 건축물을 왜 살려야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틀린 답은 아니다. 없애고 싶은 걸 없애겠다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는 사람이 그 사람들에겐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이 된다.
 
그런데 다 없앤다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답을 그들은 제시하지 못한다. ‘산지천 복원을 하면서 다른 건축물도 없어지지 않았느냐고 항변을 하는 그들이다.
 
건축물은 역사를 담고 있다. 시간적인 흐름은 물론, 해당 건축물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그 건축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와 제주시의 행동은 다소 차별화된다. 제주도는 산지천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고씨주택을 살리는 방안으로 선회했다.
 
고씨주택과 옛 농림수산검역본부 제주지원 청사가 갖는 의미는 다른 점도 있지만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건축 시기이면서 건축 양식에 있다. 고씨주택은 80년 가까이 된 일제강점기 때 건물로 한일절충식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1970년대 지어진 제주지원 청사는 제주의 현대건축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건축물이다.
 
건축물은 다르지만 같은 점은 있다. 바로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다는 사실이다. 원도심은 역사가 층층이 쌓인 곳이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20세기와 21세기라는 현 시점이 원도심에 다 들어 있다. 고씨주택과 제주지원 청사는 그런 역사를 볼 수 있는 주요한 건축물이다.
 
최근 불고 있는 도시재생은 이런 점에 가치를 두고 있다. 무조건 없애는 재개발이라는 흐름이 사라진 건 대한민국도 문화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건축물은 사라지고 나면 끝이다. 제주지역은 근·현대건축물을 찾기 쉽지 않은 지역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대표할 수 있는 건축물은 개발의 흐름으로 파괴되면서 이젠 그런 건축물을 찾기 쉽지 않다. 이러다가 근·현대건축물 가운데 일제강점기 때 건물만 남게 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그런 우려가 점점 현실이 돼가고 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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