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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거둔 찰진 콩으로 전통장 담궈…여성 4인 농외사업”
“직접 거둔 찰진 콩으로 전통장 담궈…여성 4인 농외사업”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4.07.04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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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의 手多] <9>‘왕기식품’(무릉된장) 김춘자 대표

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의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서귀포시 대정읍무릉리에서 '왕기식품' (무릉된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춘자 대표.
“무릉도원에서 직접 생산한 콩으로 된장·간장·메주를 만들어요. 맑은 물과 좋은 흙이 만들어낸 찰진 콩으로 장을 담그고 있죠. 춘자, 옥자, 창자 또 춘자. 저희 네 명 ‘자 시스터즈’가 만든 무릉된장, 무릉간장을 먹고 모두가 건강하길 바라죠”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왕개동산’에서 18년 동안 농사짓는 여성 4명이 사이좋게 전통 된장·간장·메주를 만들어 팔고 있는 ‘왕기식품’(무릉된장·무릉간장)의 김춘자 대표(60).

왜 상호에 ‘왕기’가 들어갔는지 묻자 사업장이 바로 리사무소 곁에 있는 ‘왕개동산’이라 불리는 나지막한 동산이 있어 붙였다고 김 대표는 일러준다.

“무릉지역은 원래 콩·보리농사를 많이 지었는데 콩 값이 해마다 제자리걸음을 하며 오르지 않아 걱정이 컸죠. 1997년 김정숙 남제주군농업기술센터 계장이 콩을 가공해서 파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해 무릉장(된장·간장)을 만들게 됐어요”

당시 김 대표는 남군농업기술센터 생활개선회와 향토음식연구회에서 같이 활동하던 이옥자. 조창자. 이춘자씨 등 회원 5명이 뜻을 모아 왕기식품을 세웠다.

5명 모두 보리·콩·감귤 등 농사를 짓고 있고, 자신들이 생산한 콩을 재료로 해 전통 장을 만들자고 시작한 게 18년을 이어가고 있다. 회원 이름에 ‘자’가 많이 들어가 주위에선 ‘자 시스터즈’라고 부르고 있다.

김 대표는 마늘 5000평, 시설재배(한라봉·골드키위) 2000평, 노지감귤 1000평 등 8000평 농사를 짓고 있다. 다른 4명도 장을 만들면서 마늘·시설재배 등 모두 직접 농사를 한다. 각자 영농규모는 8000평에서 1만2000평. 꽤 큰 편이다.

이곳에선 제주 전통방식으로 된장, 간장, 메주를 만들어 판다. 한 해에 들어가는 콩은 50~100가마쯤 된다. 처음엔 회원들이 내놓는 콩으로 만들었지만 모자란 건 동네에서 수확한 것과 대정농협에 모두 30~40가마를 사서 쓴다.

#“어머니가 만드는 방식으로 전통 된장·간장·메주를”

'왕기식품'을 이끌어가고 있는 '자시스터즈'와 공 총무
“11월초에 콩을 구입해 15~30일 정도 삶아서 메주를 만들어 띄워 40일 정도 숙성시키죠. 1월말께 씻고 소금을 넣어 장을 담그죠. 소금은 그대는 쓰기 때문에 간수를 빼기 위해 3년 정도 묵혀서 써요. 3월말께 간장과 메주를 분리해서 따로 보관하죠. 그해 생산된 간장과 메주는 일년 정도 숙성한 뒤 팔고 있어요”

간장은 1병에 9000원, 오래 묵은 건 2만원을 받는다. 된장은 1㎏에 1만1000원 묵은 건 1만5000원에 판다. 처음 시작할 때 1㎏에 4500원에 팔았고, 18년이 지나 갑절 오른 셈이다.

“장맛은 1년 묵은 게 가장 좋고, 2~3년 묵힌 건 약으로 써요. 장은 오래 묵을수록 좋다고 하죠. 그래서 재고는 없어요. 값은 잘 올리지 못해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국 여러 곳을 견학하기도 해요”

이곳은 회원들이 공동 구매, 공동 작업, 공동판매, 공동정산을 한다. 장 만들기 체험을 하려 연간 200명 정도 교육장을 찾는다.

“메주를 어머니가 해온 것 같이 짚으로 묶어서 띄워 정성들여 만드는 게 저의 제품의 특징이죠. 이게 다른 곳과 차별화하는 것이에요. 짚에 고추균과 메주의 균이 합쳐지면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희가 농사지은 콩으로 장을 만들어 남의 식탁에 올라 맛있게 먹는 게 보람이에요”

처음엔 된장과 간장이 엄청 많이 나갔는데 점점 줄어들고 있고, 지금은 간장이 많이 팔리는 추세라고 김 대표는 전한다. 이곳 된장·간장은 주문을 받아 생산하기도 하고, 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행사 때 청국장도 주문이 들어오면 만들어 판다. 요즘은 마늘이 시세가 좋지 않아 걱정인데 ‘마늘쌈장’을 새로 개발했다. 이 쌈장은 마늘을 50% 넣고, 찹쌀·고추장·매실청·된장을 섞어 만든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곳은 농협 하나로마트 신토불이 창구로 제주시지역 4곳, 서귀포지역 2곳과 대정농협이다. 특히 서울에서 주문이 많다. 여성 바자회가 있을 땐 하루 1㎏들이 500개 정도, 사업장 옆 마을 판매장인 ‘외갓집’에서 연간 500~600개 나간다.

홍보는 과거 남제주군청 인터넷에서 했는데 지금은 군이 없어져 하지 못하고 있다. kbs, mbc, jibs, kctv 등에서 찾아와 취재해 방영을 해 방송은 많이 탔다. 과거 눈꽃축제 때 중앙방송이 집중 홍보해줘 많이 알려지게 됐고, 손님도 많이 찾아오기도 했다

“사업장이 있는 무릉리는 올레 11코스 종점이자 12코스의 출발점이에요. 처음 올렛길이 개통될 때 수많은 올레꾼들이 ‘야, 이게 무릉된장’이라고 알아보면서 사줘 감동했지요. 오로지 한 길로 오다보니 어느덧 18년이 됐네요. 저희 회원 모두가 자신들이 짓고 있는 농사가 있어 바쁜 가운데도 그동안 싸우지 않고 처음처럼 모두 화합해 일을 해오고 있어 고맙고 즐겁죠”

# “판매장소 늘리고, 마늘 이용 가공품 만들고 싶어”

무릉간장
무릉된장
회원들이 이 일을 하면서 어려움도 꽤 많이 겪었다.

“처음엔 콩을 삶을 땐 가마솥에서 통나무로 불을 땠기 때문에 생기는 연기로 눈이 너무 맵고 아파서 고생을 했어요. 10년이 지난 뒤에야 가스솥을 구입해 쓰면서 나아졌죠. 남편과 함께 항아리를 사서 싣고 오다 방지턱을 넘다 모두 깨뜨리기도 했죠”

장을 직거래장터에 내다 팔 때 남편들이 큰 도움을 줬지만, 하루 종일 앉아도 잘 사가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았다. 서귀포지역에선 꽤 팔았지만, 제주시지역에선 전통된장을 잘 사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업장소가 비좁아 앞으로 넓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저온저장실이 없어 마늘쫑 장아찌를 만들려 해도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진 무릉지역 논에서 메주에 쓰는 짚을 구해다 썼는데 논이 점점 줄어들어 앞으로 구하기 힘들어 육지서 사와야 하는 고민도 있다.

“된장·간장을 만드는 곳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앞으로 이 사업은 전망이 좋을 것으로 봐요.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농외수입 사업으론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요즘엔 병원에서 오래된 된장을 먹으라고 권유해서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어요. 특히 집에서 만든 재래된장 먹으라고 해서 온다고 해요”

김 대표는“일부 두부를 만드는 곳에선 수입 콩을 쓰지만 저희는 우리 콩만 고집하고 있어요. 우리가 만들어 내놓는 건 식탁에 없어선 안 되기 때문이죠. 저희 제품이 다른 곳보다 값이 싸니까, 손님 가운데 우리 콩을 쓰지 않은 게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어 속상하기도 해요”

이 사업장에서 총무 일을 맡고 있는 공미숙씨(44)는“회원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밤에 작업을 하기 위해 모이라하면 어김없이 나와 열심히 하는 걸 보면 감동적이에요. 또 우리 것을 많이 팔아 뿌듯하기도 해요. 앞으로 블로그도 만들어 더욱 홍보에 나설 계획이죠”라며 거든다.

앞으로 제주농업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비료·농약·인건비 등은 계속 오르지만 농산물 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죠. 기후변화로 다른 지역에서도 야채를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도내 야채는 물류비가 많이 들어 경쟁력이 뒤질 게 뻔해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요. 어쨌든 고비인데 잘 극복해나가야 하겠죠”

김 대표는 농협판매장에 매장을 늘려주길 바란다. 좋은 제품을 많이 생산해서 팔고 싶어서이다. 전통식품을 교육할 때 된장·간장에 대해 많이 알려줌으로써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특히 관련기관 등에서 전통 장에 관한 홍보를 많이 해주길 희망한다.

“열심히 일하면서 봉사하고 싶은 게 저희 신조에요”란 김 대표는“앞으로 계획은 저온저장고와 소금 창고를 마련하는 일이에요. 특히 마늘을 이용한 가공품을 많이 만들고 싶네요”

 
 
※‘왕기식품’은 서귀포시대정읍무릉리581-6에 있다. 연락은 ☎ 064-792-5329나 010-3692-5329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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