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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그윽할 때 더 신비로운 사려니숲길
안개가 그윽할 때 더 신비로운 사려니숲길
  • 윤순희
  • 승인 2014.07.03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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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희의 발 편한 생태관광] <1>

생태관광이란 환경보전과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을 위하여 자연지역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가치와 의미를 찾아 여행자가 여행지 주민과 문화와 자연과 소통을 나눈다. 제주도는 자타공인 우리나라 생태관광1번지이다. 화산섬의 빼어난 자연환경과 독특한 문화가 있어 관광의 참묘미를 안겨준다. 그런데, 생태관광은 많이 걸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생태관광의 대표적인 여행지들의 매력을 구석구석 느끼려면 당연히 걷는 것이 필수이다. 그러나 두 발로 오래 걷지 못하더라도 제주도 자연환경과 문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생태관광지는 많다.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했던 제주의 보물을 찾아 생태관광객들과 함께 길을 떠나본다.

 

 

사려니숲길의 평평한 산책로.

여름철 사려니숲길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사계절마다 그 나름 매력이 있지만 유독 여름철에 많이 찾는 이유가 있다. 사려니숲길은 해발 500~600m의 고지대에 있어 더위를 피할 수 있고, 40년이 넘은 삼나무숲이 안겨주는 운치가 독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도를 산책로로 활용하고 있어 휠체어도 무난히 다닐 수 있는 평평한 길도 이유가 된다. 여기에 제주 하천의 풍광이 더해지면서 장마철 사려니숲길은 풍요롭다.

 

노박덩굴

탐방 가능한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의 봉개동 구간에서 조천읍 교래리의 물찻오름을 지나 구좌읍 덕천리의 붉은오름까지이다. 전체 구간 10.5km로 4곳의 지점마다 테마가 있어 숲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또한 4곳에 간이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만 장애인화장실은 없다. 비자림로의 봉개동 구간은 절물휴양림 삼거리에서 1112도로를 타고 1131도로 방면으로 우회전후 3분가량 이동하면 찾을 수 있다.

7월초 여름 장마가 한창인 안개 낀 사려니 숲길은 신비롭다. 숲 안개로 숲의 향기를 물씬 느낌을 물론 파란색 불빛처럼 보이는 산수국꽃이 몽실몽실 모여 길을 밝혀주고 있어서이다. 제주에서는 산수국을 ‘도채비고장’이라 한다. 장마철이면 제주사람들은 손에 잡히지 않은 신비한 빛을 도깨비라 생각하였다. 산수국의 그 꽃잎이 얼마나 신비로우면 도깨비와 비유할까. 장마, 도깨비불, 산수국꽃 이렇게 여름철 사려니숲길은 이야기가 풍부하다.

 

신비의 빛, 산수국.

산수국의 신비스런 꽃잎에는 사연이 많다. 산수국은 선천적으로 꽃의 크기가 아주 작게 태어났다. 곤충이 찾아와야만 수정되는데 주변의 큰 꽃 식물들과 경쟁하려면 작은 꽃으로는 불가능했다. 산수국만의 필살기가 필요할 때 그들의 지혜가 집약된 것이 가짜 꽃 만들기다. 자신들의 꽃보다 크고 화려하게 가짜 꽃을 만들어 곤충들을 유혹하였다. 곤충들은 산수국의 화려한 헛꽃에 머물다 작은 꽃의 꽃가루를 부득불 운반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꽃이 수정되면 산수국들은 더 이상 가짜 꽃을 치장할 필요가 없다. 수정이 된 꽃은 가짜꽃을 뒤집어 곤충들의 찾아오는 수고로움을 막아준다. 마치 “나 결혼했거든, 딴데가서 알아보셔”라고 곤충들에게 말하는 듯하다.

 

혼합림
산딸나무
얌전하게 자리 잡은 천남성.

산수국의 매력을 따라 걷다보면 다양한 나무로 구성된 숲이 나타난다. 사려니숲길은 한라산 저지대의 식생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여러 수종의 혼합림과 삼나무의 단일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혼합림은 서로 다른 키의 나무들이 있어 어울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라산 등산로에서 많이 보이는 졸참나무와 서나무가 늘씬하게 자리잡고 있다. 늘씬한 나무들 옆에는 요망진 산딸나무가 자리잡는다. 여름철에 하얀 나비와 같은 꽃을 피우는 산딸나무는 초록색 잎과 선명히 대비된다. 그 밑에 나무와 나무사이 땅 가까운 곳에 천남성이 얌전하게 자리잡고 있다. 뿌리가 사약의 원료로 쓰였다는 천남성에게 습기가 많은 사려니숲길은 안성맞춤이다. 흙 가까운 곳에서는 숲 청소가 한창이다. 여름은 흙에서 시작한 생명체를 다시 흙으로 환언하는 숲의 청소부 버섯류에겐 생애 전성기이다.

 

우산버섯
월든 삼나무

사려니숲길의 끝은 인공적으로 심은 삼나무로 구성되었다. 물찻오름을 벗어나 ‘월든’에 다다르면 삼나무숲 한 가운데 길이 나 있다. 이곳은 사려니숲길의 화룡점정이다. 반드시 들려 눅눅해진 몸의 열기를 삼림욕으로 다스리길 바란다. 이곳의 삼나무들은 유독 바람을 탄다. 빼곡이 심어져 높게 경쟁하며 자라다보니 제다 늘씬하기 때문에 가벼운 바람에도 움직이게 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서 있는 나무가 위태롭지만 그래도 옆자리에 함께 하는 나무가 있어 바람 많은 제주에서는 든든할 것 같다. 함께 가야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을 삼나무를 통해 새삼 느껴본다.
 

 

▲ 윤순희 (주)제주생태관광 대표 <미디어제주>
<프로필>
(주)제주생태관광 대표(생태문화여행해설가)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 제주신화 활용 체험관광 상품 개발 참여
웃뜨르권역, 판포권역 마을체험관광 프로그램 개발 및 주민 교육 담당
선흘1리 마을해설사 교육 담당
휴 프로그램 개발
서부농업기술센터 스토리텔링과정 제주신화 강의
숲 테라피 진행
제주도 탐라교육원 제주문화강사
장애전문생태여행프로그램 개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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