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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성 역사문화 유적지, 도전과 창조의 현장입니다
제주 여성 역사문화 유적지, 도전과 창조의 현장입니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4.06.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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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화산 섬이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삶을 살아야 했던 이 땅의 여성들은 좀 더 아끼고, 좀 더 부지런하게 몸을 놀리는 것이 숙명이었다고 합니다.

산다는 것이 바로, 한계(限界)에 대한 극복, 도전이었으며, 그래도 꿈꿀 수 있는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의 역경을 창조의 지혜로 처절하게 살아 온 존재가 이 땅의 여성이었습니다.

1만8천의 신들 속에서 여신(女神)들이 그러하였습니다. 와흘 사람들의 호적, 장적을 관장하는 서정승따님애기의 와흘본향, 배가 고파 밭 갈던 소를 잡아먹어버린 남편 소로소천국과 갈라선 금백주의 송당본향, 고기 잡이를 갔다 죽은 오빠의 혼령을 따라 죽어 마을 신(神)으로 좌정한 신천 현씨일월당, 마라도에 귀향간 큰부인과 그 자식 일곱을 모두 데려와 함께 좌정(坐定)한 토산 일렛당, 나주 금성산 뱀신이 여신으로 좌정하고 있는 토산 여드렛당신 등 여신이 마을민의 호적과 장적을 담당하고 있는 유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태초 한라산과 360여개 오름을 창조하였던 거녀(巨女) 설문대할망의 이야기가 관탈섬, 지귀섬, 소섬, 한내 고지렛도, 성산일출봉의 기암, 물장오리, 신촌 앞바다 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긴요하게 쓰였던 식수(食水)를 확보하기 위해 마을마다 ‘물통’을 설치하여고 거기에 구덕을 지던 팡돌, 물을 아껴 쓰기 위한 시설물 등을 볼 수 있으며,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백중(伯仲) 무렵에 하였던, 물맞 현장으로 소정방폭포, 원앙폭포, 곽지 괴물, 제주 100년 사진에도 남아 있는 유명한 도두 오래물, 삼양물통, 돈내코 썪은물통, 일본인 인류학자 이즈미세이이치의 기록에 보이는 성판악 물통도 유명합니다. 모살 밭으로는 삼양의 흑모살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거친 파도 일렁이는 바다 속에서 해조류, 어패류를 채취하여 삶을 살았던 해녀들의 불턱, 할망당과 물질 바당이 남아있고, 1938년 일제의 착취에 맞서 해녀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항쟁하였던 하도의 기념탑, 온평 초등학교내 해녀공덕비 등과 동복 출신으로 산지 부근에서 객주(客酒)를 열어 돈을 벌어 대기근으로 죽어가는 제주 사람들을 살린 김만덕, 치통(齒痛)으로 치료에 탁월하였던 장덕, 갖은 모함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죽음으로 의리를 지킨 홍애랑 등 묘소(墓所)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쉐로 못나면 여자로 난다’고 하는 말이 전해올 정도로 척박한 삶의 터, 화산섬 제주에서 소만큼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무척 고된 것이었습니다. 돌이 많아 각박할 뿐만 아니라, 바람 많아 고달픈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습니다.

제주 여성들이 살아온 삶의 현장 구석구석에서 척박한 삶의 터를 개척하며 살아온 제주 여성들의 도전과 창조의 현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이들 문화유적들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인고의 정신을 읽었으면 합니다.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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