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2:42 (토)
이석문 희망교육준비위, 제주도교육청 첫 업무보고 ‘정면충돌’
이석문 희망교육준비위, 제주도교육청 첫 업무보고 ‘정면충돌’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4.06.16 1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교육청, 고입제도 개선·행정실무사 등 당선자 공약사항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당선인이 희망교육준비위원회가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상 첫 진보 교육감 당선자인 이석문 당선인의 공약사항에 대해 제주도교육청이 거의 대부분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사실상 반기를 들고 나서 향후 공약사항 이행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당선인의 희망교육준비위원회는 16일 오후 건설공제조합 6층에 마련된 준비위 사무실에서 도교육청 정책기획실과 교육국, 행정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도교육청은 그러나 이석문 당선인의 주요 공약사항 중 일반학교를 국제학교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부분 외에도 고입제도 개선, 4.3교육 강화 등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 준비위 위원들로부터 따가운 질타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갈등이 표출된 사안은 도내 일반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을 국제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당선인의 공약이었다.

강봉수 위원이 국제학교에서 운영되는 교육과정이나 수업 모형을 일반학교에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묻자 강위인 교육국장은 “국제학교의 수업모형을 일반학교에 도입하는 방법을 교류협력 체결 등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도록 할 예정”이라면서도 “부분적으로 도입하더라도 통째로 도입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장애 학생들의 통학 지원에 대해서도 사실상 난색을 표시했다.

박영재 위원이 “성산지역에서 영송학교를 가기 위해 하루 4시간씩 버스를 타고 다니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강 국장은 “통학차량 지원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예산 부족 문제를 토로했다.

이에 박 위원은 “결과만 얻으려는 행정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를 믿고 왔다”며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특수교육 학급에 배정된 일반교사들에 대한 가산점 제도도 도마에 올랐다.

박 위원이 “다른 16개 시도에서 모두 페지된 특수교육 가산점 제도가 아직 도교육청에 남아있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묻자 강 국장은 “특수교육 담당자에 대한 인센티브로 가산점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당선인의 공약사항 중 하나인 교무행정실 실무사 배치에 대해서도 강 국장이 “연간 4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면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자 준비위 위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고병수 위원이 “국장 말대로라면 바뀔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고 질타하자 강 국장은 “실무사를 배치하더라도 교무실에서 이뤄지는 전문적인 수준의 공문서 처리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면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제주도교육청 강위인 교육국장(왼쪽)이 희망교육준비위 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4.3평화교육 조례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서는 사실상 갈등 양상이 극에 달했다.

강 국장은 “조례에 나온대로 평화교육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교육감이 지명해야 할 위원들에 대해 상당히 많은 요구가 있어서 이를 조정하기 힘들었다”면서 “새 교육감이 취임하면 속도가 더 붙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희망소통교육분과위원회의 김석윤 위원이 “지금 업무보고 자료에 4.3평화교육과 나라사랑안보교육이 나란히 있는데 관련 예산이 왜 10배 이상 차이가 나느냐. 지역 정체성 차원에서라도 4.3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또 김 위원이 4.3역사교과서 논란에 대한 도교육청의 입장을 묻자 강 국장은 “도교육청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은 없다. 교육부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사실상 책임 회피성 발언을 이어갔다.

고입제도 개선 공약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강 국장은 “현재 제주도내 고등학교 정원은 도내 중 3 학생들이 다 입학할 수 있는 수용 규모로 정원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평준화 집단에 속한 학교들은 수준이 비슷한 학교들끼리 하지 않으면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에 강봉수 위원은 “도교육청 시각이 교육 수요자들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성화 고교를 가는 학생들은 학생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일선학교에서 진학 지도를 그렇게 해서 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고입제도 개선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도교육청의 근본적인 자세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강재보 준비위원장이 정리에 나섰다.

강 위원장은 “제학력갖추기 폐지 등 새로운 당선자의 의견도 교육 수요자의 뜻을 반영해서 하게 될 거다. 충분히 검토하고 여론을 수렴해서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하겠다”면서 “고입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하향 평준화돼 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학교장을 중심으로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더 열심히 하면 더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강 위원장은 “도민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못하는 거다. 그래도 교육의 질을 위해서 노력해보겠다는 게 당선자의 공약이다”라면서 “인수위에서도 충분히 검토할 것이고, 도교육청도 협조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편 희망교육준비위는 17일 오후 2시부터 제주시 및 서귀포시교육지원청과 직속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