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기고] 도지사 당선인께
[기고] 도지사 당선인께
  • 미디어제주
  • 승인 2014.06.10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6.4지방선거가 한참이던 5월의 끝자락, 우근민 도지사님으로부터 황송하게도 저희 공무원노동조합 임원진은 오찬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우리 노동조합은 몇 차례 지사님을 찾아뵙고 공직사회개혁을 위한 쓴소리도 마다치 않아 왔지만, 이날만은 그저 덕담만 나누다 왔더랍니다.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측근 챙기기에 나섰던 보은인사마저 간언 드리지 못한 것은 어찌되었건 제주 판 3김의 한 분으로 지난 10여 년간 제주 도정을 이끌어온 한 축인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관선과 민선을 통틀어 신구범 지사님 5, 김태환 지사님 6, 우근민 지사님 12년 동안 제주도정을 이끌어 오셨습니다.
 
다른 건 제쳐두고 새로운 점령군이 입성될 때마다 공직사회 인사는 요동쳐 왔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지난 20년을 보내면서 치러진 이번 6·4지방선거는 와신상담 앙금으로 되갚을 적군도, 결초보은의 우군도 없어 그 어느 때보다도 공직사회가 평탄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다만, 초반부터 우세한 자리를 굳건히 지킨 원희룡 후보자 캠프는 문전성시를 이뤘다는 후문입니다만 그게 다 무엇을 뜻하는 것이겠습니까?
 
지금쯤 느꼈을 분들도 계시겠지만, ‘자리라는 것이 원래 한정판입니다. 별로 나눌 것이 없습니다. 하루속히 일상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상책일 것입니다.
민선6기 첫 행정시장에 대해 입방아가 무성합니다.
 
민선5, 무려 4명의 시장이 탄생되었더랍니다. 새 시장이 임명될 때마다 업무보고에 날 샌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마을마다 다니며, 주민과의 건의사항을 토대로 시장 지시사항 목록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퇴임과 동시에 새판짜기에 들어가면서 시정의 영속성은 빛이 퇴색됩니다. 민선5기 내내 이런 일을 무려 4번씩이나 반복해 왔는데, 어느 세월에 행정시 발전이 도모되겠습니까?
 
단언컨대, 행정시 위상강화의 첫 걸음은 도지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최소한 임기만이라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왕지사 펜을 들었으니 원희룡 당선인께 한마디 하겠습니다.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입장이다 보니 공직사회 현안을 도지사님께 간언 드리고자 면담을 요구할 때가 많습니다. 그것은 어느 단체이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당선이후 마을 심부름꾼 투어 시즌2’에 돌입했던데, 앞으로 많은 도민과 만나면서 가능한 입은 닫고 귀는 여십시오.
 
제가 겪어본 역대 지사님은 모두들 귀를 열기보다는 입을 여는데 주력하셨더랍니다. 그 경험을 잠깐 소개할 테니 타산지석으로 삼으십시오.
 
저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단체와 지사님과의 면담은 대부분 20여분 내외입니다. 그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현안을 풀어내려 애를 쓰는 것은 당연지사겠지요.
 
그런데 만나는 순간, 황금 같은 시간이 지사님 덕담으로 소비되면서 꼬입니다. 어느 때는 결례를 무릅쓰고 중간에 끼어든 적도 있습니다.
 
지사님! 저희들 지사님 특강 들으러 온 게 아닙니다. 제발 저희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현안이 길어지면 해결할 기미도 솔직히 어렵습니다. 어쨌든 절반의 현안도 다 이야기를 못 드렸는데, 비서가 포스트잇을 지사님 앞에다 붙여두고 갑니다.
 
그걸 본 지사님께서는 무슨 말인지 알겠으니 오늘은 이쯤 하죠. 다음 면담이 기다리고 있어서......”라면서 끝을 맺었습니다.
 
비서가 건넨 포스트잇, 저는 백지라고 단언합니다. 다음 면담이 기다리고 있으니 오늘은 이쯤해서 돌아가시라는 메시지가 아니겠어요. 저도 선수인데 그런 눈치 없겠습니까?
 
도정이나 시정의 책임자가 신이 아닌 이상 모든 단체와 마을의 현안을 일거에 다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현안을 일단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귀를 열어 달라는 것이고, 기왕지사 듣는 바에는 쓴 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줄곧 수석이니, 1등이니 온갖 수식어와 운동권출신에다 당내 소신파로 알려져 그 누구보다도 쓴 소리를 많이 했을 테지만, 이젠 들어주어야 할 위치에 당선된 것임을 부디 잊지 마십시오.
 
신바람 나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하위직 공무원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는 노동조합과 정례적인 노사협의회를 설치하는 일련의 협치 실행프로그램도 기대해 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