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고사리 민속
고사리 민속
  • 미디어제주
  • 승인 2014.05.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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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고사리 장마의 끝자락에 선 듯, 아침은 일찍 열리고, 오래도록 볕을 받은 잔디 밭 동산은 이제 조금씩 옅은 녹색을 품어가기 시작합니다.

이맘 때 쯤이면, 언제나 고사리를 꺾는 아낙네의 바쁜 모습들을 산자락에서 볼 수 있지요. 이제는 더덕, 꿩마농과 같이 고사리도 반찬을 해 먹는 정도의 나물에 지나지 않지만, 예전에는 초기 버섯과 함께 고사리는 진상(進上)품의 하나였을 정도로 귀한 것이었습니다. 또, 중국 고사에 백이와 숙제가 곡식대신 먹고 살았던 것이라고도 합니다.

센 바람이 몰아쳤던 겨울이 지나고 4월 중순경이 되면 하루걸러 한번 정도 가량비가 내리는 시절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때를 제주에서는 ‘고사리 장마’라 하는데, 가시덤불 우거진 사이나 돌트멍 사이에 이슬과 가량비를 머금은 고사리는 한나절에 한 뻠이 자랄 정도가 쑥쑥 자란다고 합니다. 이것을 아낙네들이 바쁜 손을 놀리며 꺾어들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장만한 고사리는 그냥 두면 먹을 수가 없게 되므로, 곧바로 삶아 말려두었다가 제사 때 제상에 올리는 채소(미나리, 둔비-콩나물, 미역채)의 하나로 사용하였던 것입니다.

제상(祭床)에는 채소로 뿐만 아니라, 모사접시에 띠를 대진하여 올리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민속에서 고사리는 ‘신(神)들이 먹는 채소’라고 했던가 봅니다. 여느 제물(祭物)과 마찬가지로 고사리도 음복(飮福)을 하면서 그것을 자손들이 나누어 먹었던 것입니다. 1년 내내 집집마다 준비하여 차렸던 묘제, 기일제, 명절제의 주요한 제물로 고사리 준비가 완료되면, 삶은 고사리에 마늘과 간장으로 간을 하여 무쳐 먹었는데 이것이 고사리 나물이었습니다.

고사리는 나물로 뿐만 아니라, 피부병을 다스리는 약초(藥草)로도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제주에서는 육개장을 만들어 먹을 때 반드시 넣었던 채소의 하나로도 이용되었습니다. 제주에서는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가 재료로 쓰입니다. 돼지고기 뼈와 고기를 넣고 푹 달여 낸 국물에 생고사리와 삶은 돼지를 고기를 손으로 찢어 넣습니다. 그리고 간을 하고 죽이 되도록 끓여 먹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고추가리 잘게 썰어 다진 매운 풋고추를 곁들여 먹으면, 더위에 지친 몸에 보신(補身)을 하는데도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목(放牧)을 하는 소들은 절대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목장 밭, 가득 고사리가 자라나도 그것을 먹는 소가 없겠기에 우리 인간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겠지요? 혹 소가 먹게 되면 고사리 중독이라 하여 혈뇨증, 방광종양에 걸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해마다 이른 봄이면, 남녘 바다 순풍을 타고 전해져 왔던 살찐 고사리에 대한 추억은 오늘날에도 고사리 축제로 이어져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때묻지 않은 한라산의 자산으로 우리 모두가 향유할 수 있도록 더욱 가꾸고 보듬어 가야할 가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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