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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산업 공동체인 ‘수다뜰 타운’ 여러 곳 만들었으면”
“6차산업 공동체인 ‘수다뜰 타운’ 여러 곳 만들었으면”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4.05.02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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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의 手多] ‘제주한과 도솔촌’ 오정자 대표

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의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자신이 생산한 감귤로 즙을 내어 감귤과즐을 만들어 팔고 있는 오정자 도솔촌 대표.

“사람이 평생을 목숨 걸고 해야 할 일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여고시절, 연애할 때, 결혼해서. 그 때 그 때마다 정말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란 생각에 온 정성을 쏟아 부었던 일들이 있었죠. 지금 나는 ‘과즐’ 만드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어요. 누구든 만 가지 복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과즐 만드는 복’이 있나 봐요. 내가 만든 과즐을 맛있게 먹어주는 여러분이 나에겐 복이죠”

서귀포시 동홍동에서 감귤 즙을 원료로 ‘감귤 과즐’을 만들어 파는, ‘제주한과(漢菓) 도솔촌’의 오정자 대표(56).

과즐은 ‘과줄’의 옛말로 꿀과 기름을 섞은 밀가루 반죽을 판에 박아서 네모 모양을 낸 후 기름에 튀긴 과자이다. 한과, 강정, 다식(茶食), 약과(藥果), 정과(正果)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오 대표는 자신이 직접 생산한 감귤을 생과로 팔고, 나머지 감귤을 가공해 과즐로 만들어 파는 ‘6차 산업’을 실천하고 있다.

“처음엔 차와 들깨칼국수를 파는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경험이 없었지만 과즐을 자투리시간에 만들어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했던 게 인연이 됐죠. 농업기술센터의 향토음식센터에서 한과공부를 하면서 뭔가 접목할까 고심하다. 감귤로 과즐을 만들어 팔아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 대표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감귤과즐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지역특산물인 감귤을 이용해 관광지 등에 납품을 하면서 반응이 좋았다. 2010년부터 농업기술센터에서 포장지원을 받고 있다.

제주말로 ‘과줄’또는 ‘과질’인 과즐은 과거 제주지역에서도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이나 기본 제수용품으로 썼지만 중간에 소멸됐다고 오 대표는 전한다.

과즐의 원재료는 밀가루나 찹쌀을 기본으로 과거엔 밀대로 밀어 반죽을 만들어 방안에서 말렸다. 지금은 제면기로 잘라내 기름에 튀겨내, 조청에 귤피와 생강즙을 넣어 만든 소스를 튀김쌀에 붙여 과즐을 만들어낸다. 그래야 과자가 산패하지 않고 기름 냄새로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 대표가 감귤원액을 밀가루 반죽에 붓고 있다.

# “직접 감귤 생산, 생과 직거래로 팔고 나머지 과즙은 과즐 원료로”

오 대표는 현재 감귤원 2200평에서 조생온주를 생산하고 있다. 상품은 직거래로 팔고, 끝물에서 나온 감귤을 즙으로 처리해 과즐 원료로 쓴다. 과즙에 들어가는 감귤은 9.4톤(2500관)가량된다.

한 달에 들어가는 밀가루 반죽은 500~800㎏가랭. 밀가루 10㎏에 감귤즙은 3.6~3.8㎏ 비율로 섞는다. 따라서 이 물량의 즙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감귤은 10㎏를 훨씬 넘긴다. 튀겨놓은 뒤 주문이 들어오면 붙인다.

현재 도솔촌에선 감귤과즐을 300g(10개들이) 6000원, 소포장 120g(5개들이) 4000원 등 두 가지로 포장해서 팔고 있다. 연평균 매출은 2억 원을 웃돈다고 오 대표는 귀띔한다.

“소스 만들기와 밀가루를 튀기는 과정이 가장 중요해요. 비싸지만 좋은 기름을 쓰는 건 당연하고, 그 기름에 튀기는 기술, 첨가물은 어떤 걸 놔야하는지 말아야 하는 지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관건이죠. 맛을 진실하게 만들려고 늘 염두에 두면서 까다롭게 만드는 게 내가 만든 제품의 비결이에요. 대강 만들질 못해요”

현재 ‘도솔촌’과 같은 과즐을 만들어 파는 ‘수다뜰’사업체가 도내에 3곳이 있고, 외부에서도 점점 생기고 있다. 소비자가 입맛이 다른 것처럼 업체마다 맛이 다르다.

“달지 않으면서 먹고 나서 여운 있는 감귤 과즐을 만들려고 늘 연구하고 있죠. ‘행복한 맛 도솔촌’ ‘먹어서 기분이 좋은 느낌’을 주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감귤 과즐을 파는 물량은 일정하지 않지만 명절 때와 관광 철이 가장 바쁘다.. 평소엔 2~3명이 일하지만 바쁠 땐 아르바이트 학생을 써야 한다.

오 대표의 주 거래처는 한림공원, 송악편의점, 주상절리대 1.2.3호점, 중문시니어클럽, 천지연,
나배식품, 우도, 올레시장, 제주시 착한가게, 유통업체 등이다. 물건을 들여놓는 곳에 오 대표는 배달을 직접 하면서 진열상태도 점검하고 홍보와 판매에 힘쓰고 있다,

이곳 ‘도솔촌’엔 많은 단체가 찾아와 체험을 한다. 지난 4월10월엔 생활개선회 부녀회가 다녀갔다. 초등학생, 서귀여중교사 전통식문화 동아리 등 여러 단체가 찾는다. 튀기고 반죽을 밀거나, 튀긴 것에 조청을 발라 튀김 살을 붙이는 걸 주문하는 등 단체마다 체험분야가 다르다.

#“달지 않고 먹고 나면 여운 있은 ‘감귤과즐’ 만들기 노력”

 
 
오 대표는 지난해 동부기술센터, 신촌·도순·덕수 마을 부녀회 등 10여 차례 출장체험지도를 했다. 요즘엔 한인무역협회 수출상담회에 참석도 하고, ‘힐링 플렛폼’의 바이어에게 홍보도 하는 등 꽤 분주하다.

이 사업을 하면서 오 대표가 겪는 어려운 점도 물론 적잖지만 스스로 극복하려고 애쓴다.
“우선 인력과 기술이 필요한 수작업이다 보니 인건비가 부담이 돼죠. 제품을 팔면서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게 포장 디자인과 자동화에요. 여름에 포장 봉지 안에 습이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고심해요. 수출하기 위해선 초콜릿처럼 규격화해야하지만 그게 힘들어요. 부피가 많이 차지해 지금은 큰 상자에 넣고 있지만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요”

도내에서 파는 건 문제가 없지만 수출이나 제품 포장을 고급화하기 위한 디자인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오 대표는 매장의 제품이 대형마트에 납품할 만 수준은 아니고, 지역상품으로 만족해야 할 정도라는 것이다.

과즐사업에 관해 오 대표는 전망이 밝다고 본다.

“근래 들어 외부사업자들의 과즐사업에 관한 문의가 많이 와요. 한과사업자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오고요. 어떤 커피숍에선 손님에게 내주는 양과를 한과로 돌리면서 감귤과즐로 놓겠다는 의뢰도 있었죠. 앞으로 한과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봐요”

오 대표는 앞으로 여러 업종의 ‘수다뜰’을 한 곳에 모아놓은 ‘수다뜰 타운’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농업기술센터 등에 수다뜰협의체 모임이 구성돼 교육,행사 지원 등으로 많은 도움이 되고, 동아리형태여서 활력이 넘쳐 모일 때마다 즐거워요. 도내에 ‘수다뜰 타운’이 여러 곳이 있었으면 해됴. 종목마다 다른 수다뜰을 한 곳에 모인 일종의 ‘6차산업 공동체’라 할 수 있죠. 도시밖 한적한 곳에 주차장을 마련하고, 따로따로 운영하면서 공동 관리하는 형태면 좋겠죠. 이곳은 체험과 관광을 할 수 있는 명소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오 대표는 “생활을 하면서 모든 것에 분명하게 단정 짓지 않고 여유를 갖고 멋을 즐기는 게 낙이 아니겠어요. 늘 ‘베풀 수 있어서 좋은 사업, 여운을 남기자’는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도솔촌’ 매장 안에 걸려있는 액자 속에 ‘소나무처럼 푸르고 난초처럼 향기롭게’(如松之盛似蘭斯馨)라고 쓴 글씨가 더욱 뚜렷해 보인다.

“돌아오는 명절이 지나면 제남보육원에 뭔가 도움을 줄 계획이에요. 늘 베풀며 나눠 주고 싶어요”

 
 
※ ‘제주한과 도솔촌’은 ‘도솔천’이란 상호로 서귀포시 동홍동1460-12(중앙로 144)에 있다. 연락처는 010-4696-4536 이나 ☎064-763-7637로 하면 된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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