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7:57 (화)
고사리 축제
고사리 축제
  • 박종순
  • 승인 2014.04.14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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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28>

4월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올라가자 산과 들에 꽃이 피기 시작하고 쑥도 군데군데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보다 벚꽃이 일찍 피고 지면서 고사리 장마도 시작 되었나보다.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슬슬 봄나들이 가고 싶어진다. TV나 신문 등 매스컴에선 유채꽃축제를 시작으로 각종 축제나 행사를 알리고 있다. 그중 눈에 띄었던 것은 고사리 축제다.

벌써 20회를 맞는다는 고사리 축제는 남조로변 태풍센터 서쪽에서 열린다는데 제주고사리는 육지 것보다 부드럽고 맛있어 제철에는 온산에 사람들로 붐빈다고도 했다.

옛날 채취했던 경험담을 얘기해 주는데 방금 캐면서 지나갔는데도 바로 뒤돌아보면 또 고사리가 있다며 초보의 눈엔 잘 보이지 않아 많이 딸 수 없단다.

일단 축제가 시작되면 가보기로 했는데 어느 날 아파트 인근을 어슬렁대며 산책을 하다보니 쑥이랑 고사리가 눈에 보이는 것이다.

주위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니 축제 때보다는 1달 정도 앞당겨 많이 나고 막상 고사리축제땐 끝물이라 많이 딸 수 없다고 한다.

마침 비가 내린 다음날 아침 위치도 알아볼 겸 분위기도 알아보려고 수망리를 지나 태풍센터 사거리에 도착하니 도로변에 수많은 차량이 서있고 이곳은 고사리철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지역, 운전자들의 감속 및 안전운전이 필요한 곳입니다란 현수막도 여러 개 보였다. 도로 둑에는 많은 사람들이 군데군데 허리를 굽히고 열심히 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집사람과 함께 도로변에 주차하고 조금 평탄하고 넓적한 밭으로 다가가니 콩나물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기해서 손으로 꺾었더니 쉽게 꺾였다.

한 발짝도 가기 전에 또 고사리가 있는데 보호색인지 땅과 풀에 섞여있어 코앞에 있는 것 도 모른 채 지나가곤했고, 크기는 10내외로 백고사리 라고 하는데 색이 하얗고 키가 작은데도 맛이 좋아 사람들이 선호 하는 듯 했다.

나는 빨리 딴다고 열심히 했는데도 집사람은 나보다 빨리 따서 속도 면에선 2-3배는 차이가 났고, 내가 먼저 따고 가던 길을 집사람이 따라오며 캐는데도 양이 많아서 난 눈썰미가 없는가보다라고 생각 했다.

2000~3000평 가량 되는 넓은 밭 주위에는 차들로 꽉 차 있었지만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깊은 숲 속과 억새밭 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넓은 밭을 원을 그리며 지그재그로 가면서 캤는데 준비해간 비닐과 봉투가 꽉 차 더 이상 캘 수가 없었다. 첫날은 시험차 간 것 치고는 꽤 많이 캔 것 같았는데 돌아오면서 보니 다른 사람들은 큰 망태같은 자루에 한 짐씩 진 것에 비해선 너무 초라했다.

집 근처 지인에게 오늘 수확한 것을 갖다 주었더니 다음에는 밭에서 따지 말고 근처 수풀이나 넝쿨 속으로 가서 큰 고사리를 따라면서 정석항공관 부근에 가야 많이 딸 수 있다며 2만원을 손에 쥐어주었다. 아침에 2시간 정도 캤는데 2만원이면 수입으로는 짭짤했다.

 

고사리를 한아름 들고 있는 필자.

그래서 다음날에는 좀 더 일찍 가보기로 했는데,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먼저가면 더 많이 켈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새벽 해가 돋기도 전에 출발하여 현지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차량 20여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경쟁심에 10시 까지 부지런히 캐어 집 근처에 있는 고사리 사는 집에 갔더니 거의 10정도 되었고 3500원으로 계산해서 주었다. 오전 3-4시간만에 부수입치곤 괜찮았고, 슈퍼에 들러 부식도 사고 외식까지 하니 고사리 캐는 재미도 있고 수입도 생기고 일석이조였다.

이제는 더 많이 캐야겠다는 욕심까지 은근히 생기자 더 일찍 현지에 도착해서 전문적으로 캐는 이들을 멀찌감치 떨어져 뒤쫓아 가기도하고 다음날 그 장소에 다시 가보기도 하면서 점차 영토확장까지 하게 되니 반 전문꾼이 되어갔다.

처음에는 그냥 눈에 보이는 넓은 들판에서 10내외의 고사리를 캤더니 허리만 아프고 양도 늘지 않아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전문꾼들을 유심히 보고 거리를 두고 따라 다녔더니 그들은 넓은 들판을 가는 것이 아니라 숲 속 가시덩쿨을 헤쳐가며 하나를 따도 무게가 나가는 키 크고 굵직한 고사리만 캐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 기간 다니다보니 그들만의 길과 장소가 있어 산속깊이 고랑깊이 타인이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것 같았다. 고사리 캐는 것도 경쟁 이다보니 많이 있는 장소는 가르쳐 주지도 않고 뒤따라 오는 것도 경계했다.

우리도 차츰 그들처럼 숲을 헤쳐 가며 가시에 찔려가며 캤는데, 키가 큰 것은 30cm 넘고 무게가 꽤 나가는 것 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미쳐 사람들이 발견 못하고 지나간 곳에서는 무더기로 촘촘히 밀집되어 있기도 했다.

이틀 동안 모아 20넘게 팔기도 해서 차에 기름도 넣기도 하고 처갓집에도 조금씩 이지만 가져다주고 우리집에도 차례나 제사용으로 저장도 해두었다.

그런데 저장을 하려면 어느 정도 삶아서 햇볕에 바짝 말려야 하는데 아파트엔 삶을만한 큰 통도 없거니와 마땅히 말릴 장소가 없어 오전에 캐서 오후엔 처갓집 물탱크 위에서 말리곤 했다.

이제 곧 고사리축제가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고사리를 만날 것이다.
옛날 춘궁기에 배고픔을 달래고 자식에게 학용품을 사 줄 수 있는 꺼리로서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즐거운 봄소풍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단지, 개간으로 인해 차츰 고사리 밭이 축소되어 가는 형편이 안타깝다.
축제기간이 되면 고사리는 끝물인지 모습을 서서히 감추기 시작하고 주변에 잡초가 길게 자라기 때문에 축제 기간 전에 재미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은 서툴러서 많은 고사리를 캘 수 없지만 매년 고사리를 만나다 보면, 마치 초보 농군이 베테랑 농업인이 되어가듯이 전문가가 될 것이다. 

이제는 물영아리도 알고 정석비행장도 안다. 올레 4코스를 걸으면서 돌담주변이나 오름에서 쉬엄쉬엄 캐도 3정도는 캘 수 있다. 귀농귀촌 교육중 종묘장 견학시 주차장 옆에도 무더기로 보였다.

축제기간이 이틀이라 아쉬운 점은 있지만 가까운 남원에서 개최되기에 고사리축제가 더욱 기대된다.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상표등록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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