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쇄작업
파쇄작업
  • 박종순
  • 승인 2014.03.2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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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27>

해든농장에서 아침 일찍 급한 연락이 왔다.
파쇄작업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일손이 부족하니 도와달라고 한다.

갑자기 파쇄작업 이라니. 집이라도 부수려고 아니면 귀중한 서류라도 조각조각 내려는 것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일도 배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사람과 함께 농장에 들렀다.
 
농장 가까이 가면 갈수록 하우스 내에서는 벌써 웅웅거리는 기계소리로 요란했다.
파쇄기는 집채만큼 크고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나무는 어른키보다 크다.
 
운영해야 할 농장이 여러 군데이고 넓어서 귤 따는 철에는 일손도 부족한데다가 수확철이 몰리다보니 어려움이 많아 수확기를 나누기 위해 아까운 귤나무를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한라봉과 감평 등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란다.
 
육지에는 일을 못 구해 굶어 죽는 사람도 있고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여기엔 인부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놈팡이라 해서 미안 하지만 집에서 할 일 없어 쉬고 있거나 할 일 없어 산과 들로 헤매지 말고 이곳에서 봉사해 주면 좋겠다고 느낀다. 아마도 도와준다면 이곳 농장주도 왕복 비행기표는 사줄 것이다.
 
물론 처음 접하는 일이라 힘들 수도 있겠으나 오전에는 열심히 일하고 오후는 여행이라도 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성 싶다.
 
감귤원 파쇄작업.
거의 30년된 귤나무를 500평씩 2동을 베어내니 몇 토막으로 나뉜 나무가 산더미를 이룬다.
나와 집사람은 초보이니 파쇄기를 다룰 수 없어 베어버린 나무를 파쇄기 옆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자연스럽게 맡게 되었다.
 
파쇄기는 물 먹는 하마같이 큰 나무를 집어삼키고는 1-2초 만에 타다닥 하는 파열음과 함께 나무 조각과 나뭇잎을 믹서기에 갈듯이 잘게 갈아 공중으로 살포한다.
 
나무를 조금이라도 잘못 밀어 넣었다간 사람도 딸려 들어갈 것 같은 무서운 힘으로 굉음을 내며 수없이 많은 나무를 소화해냈다.
2시간마다 10분 쉬는 방법으로 했는데 지나온 자리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무는 간데없고 초토화된 나무조각만 산을 이루고 있다.
 
그 위를 걸어보니 마치 푹신한 요와 이불 위를 밟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대로 두면 자연스럽게 썩어 훌륭한 거름이 된단다.
 
내 밭에도 전지·전정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 밀려온다.
 
파쇄기를 가져오려면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트럭에 싣고 와야 하며 트럭에서 내려야 하고 30도 정도 경사진 길을 옮겨서 위험한 작업을 하려하니 집사람에게 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바쁜 동서에게 부탁할 수도 없고 자신이 없어진다.
 
하긴 상효 처갓집에는 처남이 사서 보관 중인 조그만 파쇄기가 있긴 하지만 도저히 옮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조그만 밭 이긴 해도 전정하다보면 나뭇가지가 많이 쌓이고 거름도 된다는데 불태우기가 아깝기도 하다.
 
작업하는 사람수가 적었는데도 이틀간 계획했던 파쇄작업이 하루만에 끝났다.
 
처음 해보는 파쇄 보조 작업이었지만 귀중한 경험을 했고 파쇄되어 가지런한 과수원을 보니 가슴 뿌듯하다. 이를 계기로 더 발전한 과수원이 되길 빌어본다.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상표등록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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