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그 온기에 대하여
식구, 그 온기에 대하여
  • 홍기확
  • 승인 2014.03.08 12: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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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45>

우리가 흔히 하는 말에 ‘잘 먹고 잘 산다’라는 표현이 있다. 과거 배고픈 시절의 이야기만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먹는다는 것은 ‘의식주(衣食住)’라는 말처럼 입는 것과 사는 것의 핵심인 정 가운데에 위치한다. 대기업인 동원그룹의 이름도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의식동원(醫食同源)’에서 나왔고, 지금은 명절 때나 먹을 수 있는 ‘약식(藥食)’은 우리조상의 음식에 대한 관점을 잘 나타낸다.

먹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속담이나 단어들도 꽤나 많다.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 ‘금강산도 식후경’, ‘밥이 보약이다.’, ‘밥벌이’ 등 우리의 삶 곳곳에 음식은 중요한 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인류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랭엄은 「요리본능–불, 요리, 그리고 진화」에서 말한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불로 요리하기’는 우리가 먹는 양식의 가치를 높이고 우리의 몸과 두뇌, 시간 사용 방법, 사회생활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사실 나도 랭엄과 같은 생각이다. 인간만이 요리를 해서 먹는다. 일본 코시마 섬의 원숭이들은 흙이 묻은 고구마를 씻어 먹기도 한다지만, 이는 원재료의 가공 혹은 변형이 아닌 단순 세척에 불과하다. 인간만이 불을 이용해 요리를 하고, 음식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리고 사회생활의 방식을 정의한다.

음식을 함께 먹는 사람을 식구라고 한다. ‘단란한 가족’이라고 할 때 ‘단란(團欒)’은 처마아래(欒) 둥글게 모인다(團)는 뜻이다. 식구들이 둘러 앉아 밥을 함께 먹는 것은 농경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자 일과였다.

하지만 산업사회와 정보화 사회를 거치면서 이 고리가 깨진다.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강도는 세졌으며 맞벌이 부부가 늘며 사람들은 지쳐갔다. 아침밥을 거르기 시작했고, 저녁에는 식구가 모여 저녁밥을 같이 먹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함께하는 저녁밥 시간을 ‘외식(外食)’이라는 특별한 의식(ritual)으로 바꾸어버렸다.

한편 가장 오래 사는 직업은 어떤 것일까? 2001년에서 2010년 사이 통계청 사망 자료에 따르면 평균수명이 가장 높은 직업은 종교인(80세)이었고, 연예인(65세)이 가장 낮았다.

이와 별개로 좀 오래된 자료지만 2000년 연세대 의대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사는 평균수명이 61.7세로 꽤나 아이러니한 결과를 보여준다. 연예인의 경우 자살률이 높아서이기 때문에 평균수명이 낮다고 언뜻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의 경우는 항상 의료시설 주변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돌발적이거나 긴급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사들이 61.7세라니. 왜 이런 모순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종교인들은 보통 시간을 지켜 식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의사들은 근무시간이 일정치 않아 끼니를 일정한 시간에 먹기 힘들다. 게다가 출퇴근시간도 그때그때 다르므로 식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일은 극히 드물다. 평균수명의 차이는 사소하나마 커다랗게 ‘식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첨단 의료시설이 갖추어져 있어도, 밥상머리에서 생기는 화목한 대화와 묵은 스트레스를 날리는 식구들의 온기가 더 중요하다. 식구들과 모여 함께하는 음식은 생(生)의 의지도 환기시켜 준다.

그래서 엉터리 장수비결을 찾았다. 화두는 ‘식구(食口)’. 밥을 같이 먹는 입. 가족을 뜻하는 말이다.

어설프지만 장수의 비결은 식구들과 함께 요리를 하고, 함께 모여 밥을 먹는 것이다. 항상 비결은 단순한 법이다.

태어나서 기억이 나는 한 아침을 걸러본 적이 거의 없다. 아이에게도 밥맛이 없더라도 한 숟가락이라도 아침은 가족과 함께 앉아 꼭 먹으라고 종용한다. 점심은 직장 식구들과 함께 하더라도, 저녁은 꼭 집에서 먹으려고 노력한다.

밥상머리에서 가족들과 나누는 얘기가 하루 대화의 80% 이상이 된다. 밥상 앞에서 침묵은 소중한 대화의 시간을 발로 차는 격이다. 게다가 엉터리지만 친근함을 키워주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장수의 법칙이 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길게 얘기했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첫째, 식구들과 밥 먹는 것을 뜬금없는 특별한 의식(ritual)으로 만들지 말자. 평범하지만 필수적인 하루의 순서로 자리매김하자. 우리는 자기를 위해 하루 세 번 이를 닦는다. 이는 이상한 일이나 특별한 것이 아니다. 식구들과 적어도 하루 1~2번 밥을 같이 먹는 것은 더더욱 특별하지 않다. 평범하지만 필수적인 습관이다.

둘째, 불편한 사람들과 밥 먹지 말자. 체한다. 이 말은 지금 같이 밥 먹는 가족 이외의 사람들을 식구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같이 먹되, 아니라면 편하게 가족들과 밥을 먹자는 것이다. 별로 큰일 날 일도 아니다. 인맥구축, 사내정치, 팬클럽관리도 물론 중요하다. 또한 보다 편하게 일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가족이 불편할 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인맥구축도 중요하지만 가족은 더 중요하다.

셋째, 우선순위를 혼동하면 안 된다. 지구촌이라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간은 본인이고 그 다음이 가족이다. 사랑도 본인을 가장 사랑해야 하고 그 다음이 가족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교언영색(巧言令色)하며 다른 사람을 중요시하고, 남들을 사랑하는 척할 필요 없다.

식구들과의 밥을 거르며 뛰어도 기껏해야 지금보다 조금 더 맛있는 밥을 ‘나중에’ 먹을 뿐이다. 이를 위해 수십년동안 가짜로 살면서 가족에게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하늘이 주는 수명을 살았다고 해서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하늘의 사형선고보다는, 가족들이 자신과 멀어질 때 내리는 사형선고가 더 지독하고 괴로운 것이다.

판단은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나는 가족들에게 조금 덜 맛있는 밥을 먹자고 양해를 구하겠다. 그리고 바로, 지금부터 그들에게 충실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택하겠다.

식구. 그리고 온기에 대하여 다시금 얘기한다.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귀가(歸嫁)
하지만 가족을 떠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출가(出家)
그런데 요즘 우리는 위 둘의 비중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록히드사의 엔지니어였던 켈리 존슨은 KISS법칙(Keep it simple, stupid)을 고안했다. 대부분의 시스템은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상태에서 가장 잘 작동한다는 것이다. KISS 법칙을 의역하면 ‘단순하게 해, 이 멍청이야.’ 쯤 된다.

식구들과 밥 한 끼 먹는 데 무얼 그리 복잡하게 한정된 시간과 환경, 정치, 승진, 욕망과 같은 조건들에,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음’까지 동원하는가? 단순하게 생각하자. 식구들과 밥 먹고 살자. 다 식구들과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짓인데 왜 지금 안 먹고 사는가?

‘잘’ 먹는다는 것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잘’ 먹는다는 것이 꼭 ‘맛있는 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식구들과 밥 먹고 살자.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현 현대문예 제주작가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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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2014-03-09 15:51:07
죄송합니다. 후반부가 빠졌네요. 거듭 죄송의 말씀 드립니다.

홍기확 2014-03-09 14:49:21
글의 후반부가 없는것 같은데요~^^ 특별한 이유가있다면 뭐 괞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