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봉 작업
한라봉 작업
  • 박종순
  • 승인 2014.02.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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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26>

처가 집에는 처남이 관리하는 한라봉 하우스가 2동이 있다.
처남은 제주시에 직장이 있어 주중에는 장모님이 물을 주거나 문을 여닫는 일을 도우며 주로 주말 연휴를 이용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하우스 일은 제대로 관리하기가 힘들고 항상 일에 쫓겨 날씨와는 관계없이 1년 내내 일에 메이는 것 같다.

평소 생각으로는 하우스 내에 과수나무를 심어 놓으면 자연스레 열매가 맛있게 열리는 줄 알고 있었는데 노지 보다 온도와 습도, 물 등 한층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단다.

더더욱 태풍이나 강풍, 폭설, 추위 등 천재지변 앞에선 바람 앞에 등불이라고 표현할만큼 취약하다. 길을 걷다보면 하우스 지붕이 날아간 후 수리하지 않고 있는 곳을 무수히도 보게 되는데 고치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수리하는 사람 구하기도 별따기만큼 어려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감류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눈뜨면 하우스 짓는다고 요란하다.

2월 접어들면서 한라봉 수확작업이 시작 되었는데 열매 한 개의 크기나 무게가 일반감귤보다 몇 배가 더 나가고 맛도 좋아 처음 하는 일이었는데도 신이 나게 일을 했다.

하우스 내부는 바깥 기온보다 높아 따뜻하고 거친 겨울바람도 막아주어 작업환경은 노지보다 한결 수월했다. 한 개의 단가가 높으므로 조심히 다루어야 하는데 가위질로 상처를 낸다던지 땅에 떨어뜨리면 안 되고 운반과정에서 충격을 가해서도 안 된다.

또한 도시인들은 한라봉 꼭지 부분에 나뭇가지와 한두 잎의 잎사귀가 붙어 있는 것을 선호 하므로 나무에서 열매를 따거나 보관시 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열매끼리 상처를 받아 장기간 보관할 수가 없어진다.

한라봉은 연초에 수확할 때는 신맛이 강한 편이나 4-5월까지 장기간 보관 하면 할수록 신맛이 적어지면서 더욱 맛이 있어지는데 보관하려면 2-3개씩 비닐봉투에 일일이 넣어 차곡차곡 넣어두어야 무게도 유지하고 신선도도 유지할 수 있다.

넣을 때도 대··소로 분류해 두어야 나중에 팔기가 쉽기 때문에 나무에서 딸 때도 조심, 운반할 때도 조심, 담을 때도 조심, 분류시도 조심해야 하므로 시간이 의외로 많이 소요되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래서 초보는 작업에 바로 투입하기를 꺼리게 되는데 워낙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하는 수 없어 시키는 듯하다.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난 후에는 하우스 입구에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콘테이너를 1톤 트럭에 실어 돌창고까지 옮기는 보람을 양껏 누린다.

한라봉은 나무 밑에 달린 것보다 나무 위 햇빛 많이 받는 쪽이 더욱 맛이 있어 열매 하나하나를 끈으로 매달아 천장 쪽으로 위쪽을 향하게끔 묶어 놓는다.

천장 쪽 지지대 등을 이용해 흰색과 청색 비닐끈으로 달아 놓아 하우스 입구에서 보면 나무위엔 온통 비닐끈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한라봉을 수확하고 있는 필자.

열매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끈으로 매달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하고 인터넷 동영상을 봤는데 신기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속도를 내고 있었다.

허리에 한아름 비닐끈을 매고 조금 무게가 나가는 집게를 이용해 천장 지지대를 넘겨받아 과일열매를 팽팽하게 잡아당겨 묶는 숙련된 모습이었다. 아마도 내가 한다면 몇 달이 걸려도 못할 것 같다.
수확 하는데도 많은 기간이 흘렀는데 매달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수확 후 이 비닐끈을 제거해야 하는데 천장 지지대까지 높다보니 사다리를 일일이 놓고 해야 하고 잘못해서 중간까지만 자르고 남아있으면 보기에도 좋지 않아서 한번에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여간 고생이 아니다.  

처음엔 집사람과 둘이 사다리를 놓고 작업했는데 어느 날 처남이 하는 것을 보니 사다리 없이 낫으로 쉽게 떼어 내는 것이다. 처음 일 시킬 때 요령을 알려주었으면 훨씬 빨리 쉽게 끝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렵사리 끈을 제거한 후엔 가지 전정을 하고선 자른 가지를 파쇄해야 한다며 하우스 밖으로 옮겨 달라고 해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넓은 하우스 내의 나무 사이를 지나 끄집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출구는 단 하나 뿐이니 출구에서 멀어지면 멀수록 나무에도 걸리고 허리를 숙여가며 큰 가지와 작은 잔가지를 모아 왕복하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

모르고 시작해서 다행이지 이렇게 힘든 것인지 미리 알았더라면 아예 포기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작업 후 1달여가 지났는 모양이다.
돌창고에 쌓아둔 한라봉 중 일부가 곰팡이로 상하여 선과해야 한다며 도움을 청해왔다. 콘테이너에 고이 간직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서 상처를 받았는지 비닐속의 한라봉은 푸른색 곰팡이로 상해 있었다.  

한두 개도 아니고 돌창고에 가득찬 한라봉을 하나하나 들어내고 다시 비닐에 넣는 작업은 단순한 작업인데도 하나 가득 나오는 상처과를 볼 때 마다 가슴이 메는 심정이었거니와 그것이 한두 바구니도 아니고 밭 가운데 수북이 쌓여가는 모습을 보고 실망감에 쌓였다.

처남의 얼굴이나 일하는 모두의 얼굴엔 근심걱정으로 얼룩지고 몹시 힘들어 하는 표정이었고 수확 후 곧바로 상인에게 팔았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엇갈리는 것 같았다.

그래저래 한라봉은 내게 무엇인가를 많이 가르쳐 주었다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상표등록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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