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파괴에 앞장서는 道] <1> 파괴되는 성산일출봉 오정개 해안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07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다.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등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제주도는 지난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으로 유네코스 3관왕을 달성하는 그야말로 ‘보물섬’으로 세계에 각인을 시키게 된다. 하지만 무지한 인간으로 인해 오히려 유산들이 파괴되고 있다. 성산일출봉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파괴의 현장을 훑는다. [편집자주]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성산일출봉. 한 해 성산일출봉을 찾는 이들은 300만명에 달한다. 관람객이 넘쳐나자 탐방로를 새로 개설하면서 성산일출봉은 한차례 아픔을 겪는다.
탐방로 개설로만 끝난게 아니었다. 바닷가에 접한 성산일출봉은 인간의 손에 의해 아예 뭉개졌다. 바로 성산일출봉 북쪽에 해당되는 ‘오정개’ 해안이다.
세계자연유산은 핵심지구와 유산완충지구로 구분된다. 오정개 해안은 성산일출봉의 북쪽에 위치한 핵심지구에 들어있다.
핵심지구에 대한 사업을 하려면 우선 문화재청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문화재청의 현상변경허가를 얻어야만 원형을 바꿀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는 게 우선이다.
오정개 일대는 독특한 암반의 형태가 매력적인 곳이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는 오정개 일대의 흙이 흘러내린다며 석축을 쌓는 작업을 벌였다. 제주도는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2억8400만원의 예산을 투입, 석축을 쌓는데 성공한다. 석축 길이는 165m로 높이는 최대 5m에 달한다. 문화재 현상변경 공사인 경우 국고보조인 경우도 있으나 이 사업은 전액 제주도에서 예산이 나갔다.
제주도는 이 공사를 벌이기 위해 단단히 애를 썼다. 문화재청 지난해 4월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제주도가 제기한 오정개 공사를 불허했다.
문화재청은 ‘가만히 두라’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끈질긴 제주도는 문화재청으로부터 공사 허가를 얻어낸다. ‘가만히 두면 침식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먹힌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오정개 공사는) 제주도의 자체 사업이다. 문화재위원회에서 1차례 부결됐다”며 “제주에서 유산지구의 다른 곳에 대해서도 공사를 하겠다고 하고 있다. 일출봉 일대이다. 현재는 보류를 해뒀다”고 말했다.
오정개 공사에 들어간 석축쌓기는 도로변 공사에서 흔히 보이는 ‘전석쌓기’다. 아주 커다란 돌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공사로 인해 매력적이던 성산일출봉 해안이 일출봉만의 매력을 잃고 인공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흙을 막기 위해서는 구조물이 들어가야 한다. 큰 돌로 쌓는 것 외에는 딱히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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