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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줬으면 해요. 아일랜드도 완전 정착에 20년 걸려”
“기다려줬으면 해요. 아일랜드도 완전 정착에 20년 걸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01.1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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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여는 사람들] 자유학기제로 바쁜 도교육청 장학지원과 현계룡 장학사

올해 제주 도내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도입된다. 이 업무로 올 한해가 바쁜 도교교육청 현계룡 장학사.
새해는 누구나 바쁘다. 새로운 일정을 짜야 하고, 올해 어떻게 하면 계획된 일을 이룰까라는 고민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느 누구보다 더 바쁜 이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장학지원과에서 4년간이나 업무를 보고 있는 현계룡 장학사(56). 이유는 올해 제주 도내 중학교에 전면 도입될 자유학기제 때문이다.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는 건 제주도가 유일하죠. 희망학교를 받으려 했는데 모든 중학교에서 다 하겠다는 거예요.”

자유학기제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교육정책이다. 중학교 6학기 가운데 1개 학기만이라도 공부에서 탈피하는 기회를 주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42개 학교가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지정됐다. 제주에서는 2개 학교가 연구학교로 지정됐으며, 올해 추가로 희망학교 2곳을 신청받아서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제주도는 희망학교가 아닌, 모든 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왜 그랬을까.

지난해 1024일이었어요. 전남 담양교육연구원에서 자유학기제 정책설명회가 열렸죠. 도내 모든 중학교 교장 선생님들이 참석했어요. 교육부 차관의 설명이 있었지만 교장 선생님들에게 자유학기제가 100% 이해된 건 아니었어요. 제주로 돌아오는 길에 도내 42명의 중학교 교장선생님들이랑 버스 한 대에 타고 자유학기제에 대한 궁금증들을 풀어냈어요. 그랬더니 교장 선생님들이 다들 하겠다는 거예요.”

현계룡 장학사의 유창한 설명 때문이었을까. 이날 이후로 도내 중학교 교장들이 자유학기제 추진에 공감 의사를 보낸다.

때문에 바빠지는 이는 현계룡 장학사다. 도내 2곳의 연구학교 외에도 남아 있는 42개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뿌리내려야 하기에 그렇다. 그것도 올해부터 시작이다.

그는 자유학기제 연구를 위해 직접 아일랜드를 다녀오기도 했다. 아일랜드는 지난 1974년 전환학기제를 추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계룡 장학사는 아일랜드를 다녀온 경험을 교육제주2013년도 겨울호에 싣기도 했다.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전면 시행하는 게 부담은 되죠. 그래도 제주도의 특성에 맞는 모델을 개발하려 합니다. 올 한해 정신이 없겠지만 무리없이 진행되도록 해야겠죠.”

그러면서 그는 조급증을 갖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나의 제도가 뿌리를 내리는 게 쉬운 건 아닐테다. 그가 지켜본 자유학기제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기에 그렇다.

현계룡 장학사가 아일랜드의 전환학기제를 직접 보고 온 경험을 쓴 '교육제주' 2013년 겨울호를 들여보고 있다.
아일랜드는 완전 정착시키는데만 20년이 걸렸어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 좋은 것은 서서히 퍼집니다. 올해 전면 시행 첫 해입니다. 질책만 있다보면 좋은 제도가 사라질 우려도 있어요. 자유학기제에 대한 평가는 그걸 겪은 학생들이 성인이 될 때야 알 수 있어요. 아일랜드인 경우엔 전환학기제를 경험한 이들의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높게 나왔어요. 전환학기제를 하면서 공부를 싫어하던 애들이 공부로 전환하기도, 아예 기술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나타났어요.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죠.”

현계룡 장학사는 국내 장학사 가운데 교육청에서 중등 교육과정을 4년째 맡고 있는 유이(有二)’한 인물이다. 그는 수학전공으로, 서울시연합고사 모의평가 검토위원 등을 맡을 정도로, 해당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과학 성적은 세계 최상위권이죠. 하지만 만족도는 최하위입니다. 그걸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해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여유가 없어요. 자유학기제를 통해서 억지로라도 쉬게 해주고 싶어요. 자유학기제를 거쳐간 학생들이 어른이 됐을 때 우리나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그의 기대는 거창하지 않다. 쉴틈조차 없는 우리 학생들에게 잠시의 여유를 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올 한 해는 자유학기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질책보다는 기다려달라는 그의 말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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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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