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시간과 불면증
기상시간과 불면증
  • 박종순
  • 승인 2013.12.30 08: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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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24>

나이를 먹은 것 인가. 옛말에 나이를 먹으면 잠이 없다란 말이 있다. 아니면 진정 농촌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습관화된 것인가. 우리 가문은, 아니 난 으레 늦잠 자는 버릇이 있다. 학교나 회사 다닐 때도 잠만큼은 누구 못지않다.
 
심지어 방학 때나 휴일에는 물 한두 모금 마시고 2-3일 이불속에 누워 있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처갓집에 온 지 일주일쯤에 6시에 기상하더니 날이 가면 갈수록 새벽 4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할 일 없으니 책도 읽게 되고 컴퓨터를 켜고 검색도 하게 된다.
 
일어나선 우두커니 앉아 있기가 지루해지면 간단한 새벽운동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동네밖에 나가보면 동네 골목길에 빽빽이 세워진 차들도 일을 나갔는지 휑하다.
 
건넌방의 장모님은 70후반 연세에도 불구하고 꼭 6시면 일어나 부엌에 나와 제주시에 출근하는 처남을 위해 아침식사를 손수 준비한다.
 
집이 오래 되어선지 웃풍이 있어 겨울철이면 따뜻한 아파트에 가서 지내시라고 권하지만 처남들 식사랑 빨래, 청소 등 몸소 해야 한다며 극구 사양해 오셨다.
 
이래저래 확연히 달라진 환경 탓인가. 나의 기상시간은 점차 빨라져 2시에 일어나서 책을 읽다가 4시쯤 다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어쩌다 육지로 나들이 갈 때면 우두커니 TV를 조그맣게 켜놓고 다른 사람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곤 하는데 8시가 넘고 9시가 되어도 일어날 낌새조차 없을 때 일찍 일어나라고 한마디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에피소드도 있다. 초여름이었나 보다.
 
상효농장에는 농약을 칠 기계가 없으므로 다른 밭일이 끝난 후 10시쯤인가 겨우 빌려 농약을 치려했으나 기계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 끙끙대고 있는데, 우연히 차를 몰고 지나가던 이웃 어르신께서 이를 보고는 기계 사용법을 가르쳐 주시며 농촌사람 자세가 틀려먹었어라고 핀잔을 줬다.
 
왜 이런 말씀을 하는지 어리둥절했는데 요즘같이 여름 뙤약볕에 농약을 치려면 새벽에 일찍 농약을 쳐야지 이렇게 늦게 치면 귤나무에게도 좋지 않고, 특히 사람에게 해롭다고 설명해 준다.
 
집사람과 난 홍당무가 되어 마냥 감사합니다로 대신했고, “다음 번엔 일찍 약을 치겠습니다고 대답했다. 여하튼 이래저래 일찍 일어나 오전 중에 일을 끝내고 점심 전후 휴식하다가 오후 3-4시에 일을 마무리해야 한단다.
 
농촌일이라는 것이 끝이 없는 것 같다. 이런저런 일로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축구장같은 넓은 밭을 이곳저곳 왕복해서 몇 번이나 걸어다니다 보면 힘들고 지쳐간다.
 
좁은 나무사이를 헤집고 포복하며 일하기라도 하면 어느 샌가 온몸은 땀투성이가 된다.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어서 비나 눈이 온다거나 집안일로 인하여 다음날로 미루다보면 일이 차곡차곡 산더미같이 쌓여버린다.
 
예를 들어 농약을 제때 치지 않으면 흑점병 진딧물로 그해 농사를 망칠 수 있으므로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계획을 세워 일이 밀리지 않게 하려면 부지런해야 하고 날이 새기가 무섭게 일찍 일어나 날이 저물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
 
한마디로 날이 좋을 때는 죽어라 밖에서 일을 해야 하고, 날이 궂을 때는 비닐하우스 내에서 일하든지 미뤄두었던 가사일을 해야 한다.
 
또한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열심히 일을 하면 피곤해서 저녁밥을 먹기가 바쁘게 골아떨어진다.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유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저녁 늦게 커피 한잔이라도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사양하는 사람도 많다.
 
그대들이여! 농촌으로 와라! 한달 아니 일주일이면 불면증은 사라질 것이다. 책임진다.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상표등록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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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정직하다 2013-12-30 10:58:39
저도 지금은 불면증이 없지만, 예전엔 불면증이 있었죠..'불면증'을 호소하기 전에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반성이 듭니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사시는 것 같아 존경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