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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을 먼저 알아야죠. 그래야 커서도 우리를 지키죠”
“우리 것을 먼저 알아야죠. 그래야 커서도 우리를 지키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12.22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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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 현장] <19> 단소와 모둠북 동아리 활동으로 전통 지키는 보성초등학교

보성초 학생들의 단소 활동.
‘대정은 예전엔 큰 고을이었다. 지금은 아주 작은마을이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음을 역사적 사실들이 말해주고 있다. 대정현이 들어서 있었고, 우리나라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이들이 이 곳을 오간 역사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다.

큰 고을이었던만큼 성()을 두르고 현감이 기거하는 시설을 비롯한 관아들도 들어서 있었다. 그래서 흔히 대정현성을 중심으로 한 이곳은 대정골로 불렸다. 대정골의 여러 마을 가운데 성곽을 중심으로 한 곳이 바로 보성리이다. 보성리라는 이름도 성을 지키고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그래서인지 보성리는 전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보성리의 이름을 그대로 딴 보성초등학교(교장 홍상표)는 대정현성 내부에 자리를 틀고 있다. 그만큼 대정현을 말하라면 보성초등학교를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다.

때문에 보성초등학교는 전통을 어떻게 지켜나갈지를 고민한다. 학교 내부 곳곳에 전통을 계승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몇 해 전부터는 전통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실질적인 작업을 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전통을 쉽게 배도록 할까라는 고민은 음악으로 귀결됐다.

아름다운 예술여행이라는 이름을 단 보성초의 음악활동은 모둠북동아리와 단소로 집약된다. 그들의 활동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됐다. 전통을 내건 이유는 있다.

홍상표 교장은 보성초등학교는 현성터에 자리를 잡은 건 물론, 바로 곁에는 추사관이 있는 매우 역사적인 곳이다. 또한 제주영어교육도시도 주변에 있다. 그래서 더욱 우리 것을 강조하는 전통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모듬북 활동을 하고 있는 보성초 학생들.
모둠북동아리는 4~6학년 학생 가운데 지원자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모둠북동아리는 점심시간과 토요일 방과후 예술동아리 활동을 통해 기량을 갈고 닦는다.

단소는 매일 아침 이뤄진다. 아침 8시부터 50분동안 진행된다. 모둠북동아리와 달리 4~6학년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일 아침 들리는 단소 화음은 아주 오랜 시절로 사람들을 회귀시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단소 화음을 통해 학생들의 마음도 차분해지는 건 당연하다.

보성초의 예술활동은 교내에서 이뤄지는 활동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각종 대회에 도전을 함으로써 결과물을 속속 내놓고 있다. 모둠북동아리는 올해 진행된 제22회 대통령기 전통문화경연대회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단소는 더 화려하다. 지난 2010년부터 전주에서 열리는 국악경연대회에 매년 얼굴을 내밀고 있다. 2011년 전국아동음악경연대회 단소부문 1~3위를 휩쓸었고, 지난해와 올해는 1·2위를 모두 가져왔다.

보성초등학교의 김혜림 연구부장은 전통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운지는 몰랐다. 학교 활동은 대개 3년이면 끝나곤 한다. 그러나 보성초 예술활동은 5년째 이어오고 있다. 바로 이런 게 전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전통음악을 접한 학생들은 어떨까. 아침마다 들려오는 단소의 화음은 학교를 바꾸는 포인트다. 고운 심성을 가진 학생들 곁에 학교폭력이 있을리 만무하다.

전통에 푹 빠진 이 곳 학생들은 자신들만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단소와 모둠북 활동을 이어가게 만드는 전통은 바로 학생들의 힘에서 나오고 있다. 점심 때만 되면 음악활동으로 학교는 들뜬다.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학생들의 활동은 고학년이 저학년 어린이를 가르쳐주는 베풂의 장이기도 하다.

홍상표 교장은 솔직히 정량적으로 계산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아름다운 화음이 있고, 선배들이 후배를 끌어주는 모습에서 바로 전통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보성초는 6학급 78명의 작은 학교이다. 가까운 곳에 제주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서면서 학교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가고 있다. 이 곳에 들어오려는 이들은 많지만 빈집이 없어서 다른 학교로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주변여건은 이렇게 변함에도 불구, 보성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전통에 더 매달리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정체성을 잃지 말라는 외침처럼 들린다.

  왼쪽부터 양혜안 최지현 김보은.
[미니 인터뷰] 보성초 양혜안·최지현·김보은 어린이
 
보성초등학교엔 전통에 푹 빠진 어린이들로 가득 차다. 4학년인 양혜안·최지현·김보은 어린이들도 그 부류에서 빠질 수 없다.

북을 치면 계속 하고 싶어져요. 스트레스도 다 날라가요.”(양혜안 어린이)

언니들에게서 배우기도 해요. 잘 가르쳐 주니 너무 좋아요.”(최지현 어린이)

재미있어요. 무대에 서곤 할 때는 그런 내가 멋져보여요.”(김보은 어린이)

지현이과 보은이는 탐라문화제 때 무대에 서기도 했다. 혜안이는 전학을 오는 바람에 다른 학생들을 따라다니며 학습학기에 바쁘다. 그래도 그들은 한통속(?)이다. 전통에 대해서만큼은.

그들은 무대에 서는 일들이 많다. 무대에 서는 일이 잦다보니 상을 받는 경사도 따라온다.

무대에 서는 기분을 물었더니 다들 입을 모은다. “무대에 설 때는 떨린다면서도 경쟁 상대들이 잘 할 때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상을 받았을 때는 해냈다는 자신감에 뿌듯하다고 자랑삼아 얘기한다.

이들 학생들은 자신들이 즐기는 전통 음악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에 대한 답도 명쾌했다.

우리가 하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이런 걸 하다보면 커서도 다른 사람에게 우리의 전통을 널리 알릴 수 있잖아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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