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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 "안녕하십니까" 열풍
전국은 "안녕하십니까" 열풍
  • 이감사 기자
  • 승인 2013.12.16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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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에 일침을 가하는 대자보 지난 10일, 고려대학교에 붙은 후 폭풍
전국적으로 대자보 열풍, 제주대학과 한라대에도 '안녕하십니까' 등장

전국 대학가와 고등학교에 "안녕하십니까" 열풍이 불고 있다.

추운 날씨에 건강을 챙기는 따뜻한 인삿말이 아니다.

철도노조 파업 후 수천명의 직위해제, 밀양문제, 쌍용차 노조 문제, 민영화 등 사회 전반적인 이슈에 일침을 가하는 대자보가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10일, 고려대학교에 붙은 "안녕들 하십니까?"의 대자보를 시작으로 서울대, 연세대를 비롯해 각 지방대학과 고등학교에 빠르게 확산된 대자보가 제주대학가에도 번졌다.

16일 오전, 제주한라대학과 제주대학교에 '안녕하십니까'를 표방하는 대자보가 연달아 붙었다.

한라대 08학번 간호학과 익명으로 달린 대자보는 "먼곳에서 물었습니다. 안녕들 하시냐고요"라고 시작하며 "저는 극히 안녕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돌 출신 연예인과 드라마에만 관심이 많던 제가(08학번 간호학과 익명), 제주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서 무관심했던 제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사이 21세기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있다"며 "의료민영화와 철도 파업 등은 대한민국 땅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주대학교 작곡과 12학번 임규진 이라고 밝힌 학생은 대자보를 통해 "아니요, 저는 도저히 안녕할수 없습니다"며 "한국이란 국가의 국민은 자유권 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프라를 팔아넘기고 모든것을 민영화해 발버둥 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때 그때 당신은 안녕하시겠습니까"며 "안녕하고 싶어서 싸우겠다. 그리고 언젠가 진심으로 안녕하다고 답하겠다"고 적었다.

인터넷 상에서는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바라보는 시각이 저마다 다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현 정치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라는 의견과 이것마저 정치적 접근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유행처럼 번지면서 이 대자보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양분화가 되며 또다른 색깔론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12월10일, 고려대학교 대자보를 시작으로 갑자기 전국적으로 번진 대자보 행렬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리고 또다른 정치적 이념의 상징화로 굳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제주한라대학과 제주대학교 대자보 전문이다.

- 제주한라대학교( 08학번 간호학과 익명)

먼곳에서 물었습니다. 안녕들 하시냐고요. 한라대 학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몸은 건강하시고요? 묻는 저는 극히 안녕합니다.

신체 건강히 태어났고, 운좋게 어린시절 아이 맹장수술도 하였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료민영화가 되면 맹장수술비가 500만원이라는데 저는 걱정 없습니다.

육지가 아니니 철도 탈 일이 없고, 시내버스와 시외버스가 버텨주니 철도민영화가 실현되든 말든 저랑 관계가 없습니다.

송전탑이요? 밀양에 송전탑을 지으려니 거기 어르신들이 반대한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곳에 어르신이 분신하셨다 해도 저는 안녕합니다. 제주도에 아직 송전탑 지을 계획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까이 강정에 해군기지를 짓는다는데 그래도 괜찮습니다. 미군이 몰려오든 뼈를 애는 추위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람들이 시위를 해도 저는 제 밥벌이가 빠듯합니다.

제주도를 중국이 나눠 가져도 그 사이에 있는 우리집은 무사하니 저는 괜찮습니다.

어젯밤 성나정의 남편후보 한명이 탈락했습니다. 아이돌 출신 연예인이 불법도박을 했습니다. 오로라의 전 남편이 심장마비로 죽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것에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육지에서 일어나는 일인줄 알았습니다. 인터넷에선 시끄러운데 정작 제가 살고 있는 제주도는 저것보다 재선충이 더 중요한 것처럼 평온합니다.

그러는 동안 21세기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서부터 나온다'

저는 안녕했지만 제 주권은 안녕치 못했습니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눈에 띄는 증상이 있어 위험한 게 아닙니다. 오늘 혈압 조금 높다고 내일 손이 마비되는게 아니고, 오늘 혈당이 높다고 내일 발가락이 썩는게 아닙니다.

담배 조금 폈다고 내일 모레 폐암으로 몸저눕는게 아닙니다.

모든 건 밑바닥부터 서서히 잠식하고 고이며 썩습니다. 그럴 땐 이미 돌이킬 수 없습니다.

먼나라 얘기도, 먼훗날 얘기도 아닙니다. 이건 '대한민국' 땅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육지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탐라국 국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우리를 위해 철도 민영화 파업을 했는데 7000여명이 예외없이 '직위해제'를 당했습니다.

아둥바둥 지키고 있는 제 밥그릇도 아슬아슬 걸쳐진 제 주권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시청 벽화 앞에서 깃발 흔들며 시위하자는게 아닙니다. 촛불 들고 양희은 노래라도 부르자는게 아닙니다.

다른 이도 아닌 나 자신의 안녕을 위해 우리나라에 관심을 갖자는 겁니다.

저의 안녕을 한 톨도 위협하지 못하는 '어린여자 아이돌과 힙합가수의 러브스토리'뒤에는 '부정선거'라는 결코 안녕치 못할 현실이 있었습니다.

시험기간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하시고 좋은 성적 받으세요.

남은 시간에 관심 한번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 제주대학교 (작곡과 12학번 제주시민 임규진)

 

"아니요, 저는 도저히 안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우리와 정말 밀접한 어떤 한 국가 때문에 전혀 안녕하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국민의 기본권이 모두 침해 당하는 국가를 본 적이 있습니까?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존재하는 자유권에는 신체의 자유, 언론 출판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사유재산 행사의 자유, 직업의 자유가 있죠.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국가의 국민은 이 자유권 중 그 어떤 것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권력은 민간을 사찰하고,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을 이적행위자로 몰아 구속하고, 쓴소리를 하는 언론에는 소송을 제기하여 입을 막으며 입맛에 맞지 않는 출판에는 '심의'의 주관적 잣대를 드리밀어 체념하도록 몰아세웁니다.

건설회사와 손을 잡은 행정폭거에 의해 같은 자리에서 수십년간 생활해온 주민들의 터전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종교가 고통받는 민중에게 손을 내밀면 정치에 개입한다며 사제복을 벗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활 수준과 처우가 군사적 대치 세력보다는 낫다는 선전과 그에 따른 안일함, 무지속에 대한민국은 스스로 퇴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그 어떤 국가와 민족보다 풍요롭고 뛰어나다는 자부심 뒤엔, 주머니에 넣은 손에 잡히는 동전 몇 개와 눈앞에 펼쳐진 화려한 거리를 마주하며 느끼는 자괴감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심화되어 도래할 '완벽한 지배'의 시대에는 모든 정보를 차단, 검열 받으며 맞서 싸울 용기를 잃고 슬럼에 고립되어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평생 자본과 기득권의 노예로 살아야 하나요?

아니면 모든 희망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에 저항해야 하나요?

인프라를 팔아넘기고 모든 것을 민영화 해 발버둥조차 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과연 당신은 그럼에도 안녕하시겠습니까? 저는 안녕 못합니다.

싸우겠습니다! 안녕하고 싶어서! 같이 합시다! 한 걸음씩!

그리고 언젠간 진심으로 대답할 겁니다. "네 저는 안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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