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건물 무턱대고 없애면 신제주랑 다를 게 뭐가 있나”
“원도심 건물 무턱대고 없애면 신제주랑 다를 게 뭐가 있나”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11.2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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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제주시 원도심 재생 원탁회의 개최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시민주도로 제주시 원도심 재생을 위한 논의가 일고 있어 관심을 끈다.
국내 주요도시들마다 도시재생을 화두로 꺼내고 있으며,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시도들이 적잖다. 이는 문화를 다양하게 향유하려는 시민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이를 기반으로 도시의 문화관광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와 맞물려 있다.

제주도는 어떨까. ‘제주도에 도시재생의 개념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확실하게 있다는 답변을 하지 못한다. 제주에서는 도시재생이 어떤 개념인지에 대한 의미 전달에 앞서, 고도제한 완화가 먼저 거론되는 실정이다.

도시재생은 개발을 담보로 하지만 예전과 달리 무작정 부수고 없애는 방식의 개발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제주시의 도시재생은 어떤 방식이 돼야 할까. 이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옛 국립 수산물 품질검사원 제주지원 건물 철거반대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29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사무실에서 제주시 원도심 재생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추진위의 이날 원탁회의는 제주시의 수산물검역소 철거 움직임에 맞서 일어난 것으로, 이날 참석자들은 상존하고 있는 기억의 가치 보존에 매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신창범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사무국장은 원도심을 기억의 정원으로 부르고 싶다. 원도심은 내가 살았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이라는 풍경이 남아 있는 곳이다. 계속 없애게 되면 우리가 가진 기억들을 지우게 된다면서 원도심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제주출신이 아닌 이들도 이날 회의에 관심을 드러냈다. 그들 역시 기억의 가치에 공감했다.

지난 2008년 제주에 정착한 이장희씨(아트&콘텐츠 대표)어릴 때 서울에 살았던 풍경들이 이 곳에 있다. 세대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서울은 옛 풍경들이 없어진 걸 애석해하며 오히려 옛것들을 찾고, 만들려 한다. 제주시 원도심도 가치가 충분하다. 제주 최고의 명품이 될 수 있는 곳이다고 말했다.

나기철 시인도 이날 원탁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아버지를 따라 제주에 정착한 입도 2세이다. 그는 여기가 바로 서울의 피막골이다. 40년을 넘은 건물들이 많다. 제주엔 연고가 없기에 제주시만 돌아다녔다. 그래서 원도심을 돌지 않으면 답답하다며 원도심 보존에 대한 강렬한 애착을 드러냈다.

강형선 제주문화포럼 사무처장은 제주도민으로서 부끄럽다. 다른 지역 출신들은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 토박이들은 외면하고 있다. 원도심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가장 안타까운 건 건물이 사라진 터를 보여줄 때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29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제주시 원도심 재상을 위한 라운드테이블'.
이날 원탁회의 참가자들은 특정집단의 결정으로 순식간에 건물이 사라지는 행동을 하지 말아 줄 것을 주문했다. 시간의 흔적이 묻어있는 도시의 건축물은 그 나름대로 생명을 지닌다. 그런 생명체를 없애는 일을 특정집단의 의사결정이 아닌, 좀 더 진지하게 선택해 줄 것을 강조했다.

양상호 제주국제대 교수는 개인적으로 (수산물검역소는) 리모델링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남아있는 걸 어떻게 활용할지가 바로 우리의 과제이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삶이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하고, 거기엔 정주인구가 증가해야 한다면서도 철거 반대만 외치면 새로운 갈등을 부른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감성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이성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시 원도심에서 활동하는 젊은이들도 원탁회의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문화공간 왓집을 일구고 있는 김정희씨는 개발과 복지도 무시할 수 없는 가치임에 분명하지만 원도심내에 새로운 건물을 만든다고 가치가 유지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신제주랑 다를 게 없다. 이 지역은 문화역사를 추구하는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탁회의는 시민들이 도시재생에 대한 담론을 재기한 첫 자리이기도 하다. 수산물검역소는 내년 9억원의 예산을 투입,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이날 시민들의 외침은 기억을 온존하게 지키는 개발을 바라고 있다. 무턱대고 부술 경우 신제주와 다를 게 없다는 건, 먼 미래엔 오히려 원도심이 더 가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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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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