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즐기며 살기
즐기며 살기
  • 박종순
  • 승인 2013.10.14 11: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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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20>

제주에 귀농·귀촌하는 자에게 전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제주를 온통 돌아볼 것을 권한다. 결론적으로 처음에 와서 돌아보지 않으면 모든 사람에게 해당 되지는 않겠으나 귀농 후에는 점차 생활에 쫓겨 즐길 기회를 놓치게 될까 봐서다.

주위의 귀농인을 만나보면 생활에 얽매이기 전에 마음껏 제주를 만끽하지 못했다며 후회를 한다. 귀농 전에는 행복과 꿈을 찾아 다소 느긋한 생활을 꿈꾸어 왔으나 이런저런 사유로 크고 작은 현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미처 제주를 전부 혹은 일부도 보지 못하고 마는 우를 범했다고 말한다.

천정제주, 세계7대자연유산 제주, 에메랄드 바다. 이렇게 좋은 환경을 봤는가.

서울에 있을 때 제주에서 온 손님을 경치 좋은 곳, 맛있는 곳에 모시고 갔는데도 시큰둥한 표정을 짓곤 했다. 왜 그런 표정이었는지 이곳 현지에 와서 이해했다.

육지 사람이 좋다고 하는 곳은 제주인으로서는 그저 그런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복잡한 도시에서 생활했으므로 조금만 나가도 만나는 제주의 모습, 바다, 오름, 숲이 너무도 좋다. 곳곳이 전부 멋이 깃든 곳이다.

그러나 현실 속으로 들어가면 마냥 제주를 즐기지 못한다.

겨울동안 정확히 말하면 극조생귤을 따야하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조생귤을 따야하는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하우스귤을 따는 1~2월까지, 한라봉을 따는 3~4월까지 거의 쉴 틈이 없다.

단지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하면 작업은 하지 않지만 하우스 내에서 잡일을 하던지 미뤄둔 집안일을 하는 등 돌아다닐 기회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

나 역시 눈 덮인 한라산을 간다며 등산복이며, 스틱이며, 아이젠, 텐트 등 잔뜩 준비해 왔지만 한라산 등산은커녕 눈 덮인 한라산을 먼발치에서 볼 뿐이었고, 등산복은 귤 딸 때 작업복으로 쓰고 있다.

그나마 5월부터 10월까지는 농사일이 처음인 나에게 약간의 여유를 준다.

타이벡 설치 작업으로 땀 범벅이 되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며칠간의 여유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농촌 사람들도 모임이나 교육을 이때다며 집중적으로 갖는다.

나 역시 이 기간을 이용하여 육지에도 나가보고 동우회 모임이나 이곳저곳의 교육기관을 찾아 알고 싶은 지식을 쌓기도 하고, 제주의 모습을 보기 위해 메모해둔 관광지를 기웃거린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거주하는 남원을 중심으로 다니긴 했지만 아직 마라도, 가파도, 추자도에 가지 못했고, 걷기 좋아 하는 집사람과도 올레 2~8코스만 걸었을 뿐이다.

나머지 올레 코스는 걸어보지도 못했고,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용머리해안, 한림공원, 제주탑동, 용두암, 조천 등도 못 갔다. 좋아하던 낚시도 가까운 위미 근처 갯바위 딱 1번 갔을 뿐이고, 귀농교육 받을 때 비오는 와중에 석부작박물관을 잠시 들른 것 외에 이중섭미술관을 포함한 수없이 많은 박물관은 발조차 들여 보지 못했다.

이 먼 곳 서귀포! 산과 들과 에메랄드 물빛이 아름다운 바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천혜의 비경을 가진 이곳에 가고 싶지 않는 곳이 있겠는가.

그런데 왜 못 갔을까? 왜 가지 않았냐고? 그만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왜 없냐고? 귀농귀촌교육을 3~5월까지 매주 2~3일씩 100시간 수료. 심화과정 바리스타, 목공, 염색, 감귤전문반, SNS교육, 민박과정이 매주 1~2회 연속해서 있어 날 궂은날 빼면 돌아다닐 여유가 없었다.

처갓집 과수원, 농약치기, 풀베기, 대나무 뿌리캐기,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이 넘치기 때문이다.

이제 귤 수확철이 다가오면 더욱 바빠 질 것이고, 투잡이라도 한다면 더욱 어렵지 않겠는가.

제주에서 태어난 토박이인데도 우도나 마라도에 한번도 못가본 사람도 있다.

귀농·귀촌하는 자에게 감히 말씀 드린다.

즐겨라. 제주를 1년 만이라도.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상표등록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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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풍 2013-10-14 15: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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