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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생활에 충실하니 SKY도 가고, 분위기도 확 변했죠”
“기본생활에 충실하니 SKY도 가고, 분위기도 확 변했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10.03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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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 현장] <14> ‘미인대칭 비비불’ 프로그램 효과 보는 성산고등학교

'미인대칭 비비불' 프로그램 등 인성교육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는 성산고 학생들.
다들 제주시로 들어오려 한다. 도시 집중은 인구의 과밀은 물론, 제주시내 학교의 과밀현상까지 부채질하고 있다. 제주시 동지역 학교들은 과밀로 치닫고 있고, 읍면 지역은 학생수 감소라는 또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다름 아닌 우리사회가 경쟁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대학입학이라는 공통의 목표 때문이다.

제주시 동지역으로의 도시 집중은 초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읍면 중·고교인 경우에도 해결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왜냐하면 쓸만한 인재를 제주시 동지역에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취업을 우선으로 해야 할 특성화 고교도 대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읍면 지역 학교에도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제주시 인문계 고교로 갔던 학생들이 유턴해서 읍면의 고향에 있는 학교로 돌아오고 있다. 여기엔 특성화 고교의 취업률 향상과 대학진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수확하는 일이 학교내에서 일어나고 있어서이다.

제주도내 유일의 수산계 고교인 성산고등학교(교장 박형진)는 올해 고려대에 2명의 학생을 진학시켰다. 시내 인문계 고교에서도 보내기 힘들다는 일명 ‘SKY’에 학생들을 진학시킨 것이다. 진학만이 아니다. 3명의 학생이 졸업을 하면서 병역 특례와 함께 연봉 5000만원을 받는 고액 연봉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박형진 교장은 진학과 취업이라는 두가지 체제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올해 좋은 성과를 거둔 건 기본생활에 충실하게 만든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본다. 기본생활을 중시한 게 학력향상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대체 박형진 교장이 설명한 기본생활 중시는 무엇일까. 성산고는 지난해 어울림 프로그램을 운영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교사,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관계를 개선하게 만들었다.

'미인대칭 비비불' 프로그램 진행 장면.
올해는 어울림 프로그램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했다. 바로 미인대칭 비비불프로그램이다. “미소·인사·대화·칭찬(미인대칭)은 하되, 비난·비판·불평(비비불)을 하지 말자는 게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이 캠페인은 카네기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대화기법은 물론 상대방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을 담고 있다.

성산고는 이 캠페인의 효과를 보기 위해 미인대칭 비비불의 내용이 담긴 액자를 곳곳에 비치했다. 또한 지난 826일부터 101일까지 10개 학급별로 2일동안 이 프로그램만 하도록 꾸몄다. 자신의 비전설정, 인간관계기술, 리더십 등을 배워갔다. 이 프로그램 때문인지 학생들의 험한 말투도 사라지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수도 줄었다. 이젠 오고 싶은 학교로 서서히 탈바꿈중이다.

성산고 학생들은 미인대칭 비비불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세상에 그냥 태어난 존재가 이난, 스스로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달은 것이다. 습관이 변하면 삶에도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나 둘 배워가고 있다.

성산고가 내걸고 있는 '미인대칭 비비불' 캠페인.
성산고는 미인대칭 비비불프로그램과 함께 또래조정 사업을 올해 추진하고 있다. ‘또래조정이란 말 그대로 학생들의 또래가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성산고는 올해 교육부가 지정한 또래조정 사업운영학교로 선정돼 이 과정을 학교에 심어가고 있다. 성산고는 베스트프렌드라는 학교내 동아리를 개설해 또래간의 고민을 해결하는 창구로 만들어가고 있다. ‘또래조정 사업은 마침 성산고에서 진행하는 미인대칭 비비불과 맞물리며 학교의 분위기를 바꾸는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성산고는 1개 학년에 보통과 3학급, 특성화 2개 학급이 있다. 앞서 거론했듯이 성산고는 올해 보통과에서 고려대 2, 특성화 학급에서는 고액 연봉의 항해사를 배출했다. 만일 성산고가 기본적인 생활습관에 투자를 하지 않았으면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 조성은 아주 작게 느껴지지만 이런 작은 게 하나 둘 쌓이면 학교 전체의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음을 성산고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성산고는 내년이 더 기대된다.

  성산고 김영웅 학생.
[미니 인터뷰] 성산고 1학년 또래상담자 김영웅 학생

 

성산중 출신이다. 부모의 요구로 제주시내 인문계 고교를 택했으나 곧바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무모한 선택인 듯하지만 김영웅 학생(성산고 1학년)의 의지는 강했다.

성산고는 개성이 강해요. 시내 인문계 고교는 내신이다, 정시다 해서 모든 게 대입에 맞춰져 있어요. 그러나 성산고는 학생의 자율을 보장하고 대학만이 아니라 자신의 진로를 펼치도록 하는 게 달라요. 그래서 좋아요.”

그는 학생과 교사와의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또래상담 학생이다. 학년별로 5명내외로 주어진 또래상담 업무를 김영웅 학생이 맡고 있다.

학생들의 다툼을 중재해주죠. 또래상담의 강점은 속내를 다 듣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거예요.”

김영웅 학생은 장차 심리학 계통으로 갈 생각이다. 관련 분야의 교사가 돼 학생들의 버팀목이 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너무 교육에 매달려요. 교사가 돼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신경을 써주는, 학생들을 위한 교사가 되고 싶어요.”

성산고가 올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인대칭 비비불에 대한 효과도 꺼냈다.

학교에서 이런 교육을 해주니 너무 좋아요. 친구중에는 소극적인 애가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는 걸 지켜봤어요. 제겐 리더십 배양도 도움이 됐어요. 진정한 리더는 권위적인 게 아니라 앞으로 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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