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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의 대정뜰이 황량하더라"
"제주특별자치도의 대정뜰이 황량하더라"
  • 장금항 객원필진
  • 승인 2006.08.08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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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장금항 목사, '특별자치도에 잊혀진 4.3특별법'

역사적 경험에 대한 해석학적 반복이 성서의 중요한 흐름이다. 이집트에서 노예살이를 탈출하여 광야에서 평등사회를 이루어가던 '출애굽의 기억'이 구약이고, 예수의 죽음을 신앙공동체인 교회와 그 공동체의 개인들이 현실의 삶의 자리에서 '회상'하는 것이 신약이다.

그 기억과 회상은 단순히 추억에 머무르지 않고 다가올 하나님 나라와 새 시대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 내 현실에서 실천을 이끌어 내는 강력한 에너지가 된다.

미래를 과거에 대한 반추도, 현실의 균형감도 없이 주관적인 희망과 기대에만 의지해 살게 하는 것은 '공상'이다. 제주가 지난 도정의 반성과 역사적 경험에 대한 성찰 없이 낙관과 희망만으로 특별자치도를 추진한다면 그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개인사를 통한 과거청산의 예 - 사라 바트만
    
EBS의 'e지식채널'은 텔레비전에서 꼭 보라고 권장할 프로이다. 그 중 '사라 사르트예 바트만(Sarah sartjie Bartmann)'에 대한 회상은 탁월한 것이었고 근현대사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 없는 우리로서는 한 여성의 개인사를 통하여 아픈 역사적 경험을 복원하여 후세에 남기려는 만델라 정부의 노력은 인상적이었다.

"1789년 남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부족의 하나인 코이코이족으로 태어난 그녀는 세례를 받고 위의 이름을 얻었다. 특별히 튀어 나온 엉덩이 때문에 영국인 의사가 그녀를 꾀어 스물 한 살 때 지금의 케이프타운에서 1810년에 런던으로 팔려가게 되었다.

유럽인들은 코이코이족을 경멸하는 뜻으로 호텐토트로 불렀는데 사르트예를 호텐토트-비너스로 부르며 연회때 그녀를 전시하였다.

이 굴욕적인 구경거리는 점점 유명히져 런던의 피카딜리에서 우리에 갇힌 채 상설 전시되었고 '튀어나온 엉덩이' 때문에 성매매도 강요당하였으나 양심은 있었던지 노예제도 반대자들의 항의가 일어났다.

그런데 의사놈은 1815년에 그녀를 프랑스 동물상인에게 팔아버렸고 그녀는 프랑스에 도착한 지 몇 달만에 스물다섯의 나이로 ! 성병에 걸려 죽는다.

놀랍게도 야만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죽은 지 하루만에 해부학 전문가 조르주 퀴비에 남작에게 시신이 팔려졌고 그는 인간이냐 동물이나 하는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특별한 관심이었던 그녀의 성기관과 두뇌를 해부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시신을 밀랍으로 채워서 -두뇌와 두개골, 음순은 분리한 채 - 전시용으로 만들어 파리의 '인간 박물관'에 기증하였다. 그것은 1974년까지도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만델라 정부가 들어서 1995년, 코이코이적의 탄원과 잔혹한 역사에 대한 청산을 위해 남아프리카정부는 사르트예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한 협상을 프랑스정부와 시작하였다 6년의 협상 끝에 2002년 8월 9일 사라 '사르타예' 바트만은 그녀의 고향이었던 남아프리카 이스트케이프 근처의 작은 도시 한 키에 8천명 이상의 추모자와 세계의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품 있는 기념식 후에 묻힐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무덤은 유럽제국주의의 야만성과 굴욕적인 흑인 노예 역사를 후세에 기억시키고자 국립 기념 장소로 지정되었다.

코이코이는 그 부족의 말로 아름다운 사람이란 뜻이고, 사르트예가 묻힌 2002년 8월 9일은 여성의 날이었다.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지음, 웅진 지식 하우스. EBS e지식채널에서 재인용되어 더욱 감동을 주었다)
 
#특별자치도에 잊혀진 4. 3 특별법
    
대정뜰의 4. 3 학살터와 백조일손묘에 풀이 무성하였다. 벌초날이 곧이니 풀이야 정리되겠지만 50년 회한과 상처의 치유를 위한 4. 3 특별법은 여전히 요원하다.

살기 힘들어 특별자치도에 기대를 거는 우리의 고단한 삶이 지난 세월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겠느냐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역사에 대한 반성은 전적으로 미래를 위한 것이다.

#지금 실현 가능하고 눈에 보이는 정책이 나와야
    
거창한 역사주의가 아니어도 과거를 돌이켜보면 지금 도정이 추진하는 특별자치도 2단계의 내용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한 고통과 회한을 주는 과거에 대한 회상보다는 월드컵 16강 열풍처럼 '현실도 근거도 객관적 분석도 없이' 뜬구름이지만 미래에 대한 낙관적 희망만을 말하는 것도 고통을 이겨내는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김 지사는 도정의 책임자이니 '도민소득 3만불 시대'식의 떠있는 말말고 골프장에서 농민까지 모두 어렵다는 제주 경제를 살리기 위해 관광과 1차 산업에 대한 '지금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정책'과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4. 3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눈에 보이는' 노력을 해주기를 우리 도민들은 바라고 있다.

<상명에서 장금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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