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60 잔치
60 잔치
  • 박종순
  • 승인 2013.09.30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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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19>

가족이 오랜만에 모였다. 서귀포에 이사 왔더니 좀처럼 같이 모일 기회가 없다. 추석을 맞아 모이려던 계획이 선영네의 부산 시집행으로 무산되고 민수 또한 회사일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우리 또한 귀농·귀촌교육 심화과정을 연이어 받고 있어 더욱 그렇다. 사위 포함 단출한 5식구이지만 한자리에 만나 식사라도 하려하면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이번 모임은 60 환갑의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우선 60잔치의 주인공이 멀리 서귀포에 있어 민수와 선영네가 당연히 와야할 것 같은데, 부모가 육지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오래전, 설과 추석 때마다 부산에 홀로 거주하는 아버님이 상경했던 기억이 난다. 차례상과 제사상을 차려야 하는 우리집과 작은 아버님과 숙모 그리고 사촌들이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관계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부산에서 서울로 왕복하는 불편함이 있었겠으나, 1년에 2-3번씩 상경하는 즐거움과 기대감도 만끽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민수와 선영네는 60환갑을 맞은 우리에게 가까운 동남아 여행이라도 다녀올 것을 권유하였고, 가족사진 한 장 없는 우리집에 이번 기회에 대형 가족사진을 장만해 보자고 했다.

나와 집사람은 상의한 끝에 요즘 대세가 환갑잔치는 가족끼리 간단한 식사로 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고, 잔치라도 하게 되면 전국에 살고 있는 동생네와 친척분을 모셔야하는 여러 가지 형편 때문에 집사람의 환갑 때나 아니면 나의 칠순 때 하기로 결정하고 가족사진만 찍기로 결정했다.

추석이 지나고 며칠 후 우리는 교육이 없는 날을 택하고, 민수는 월차 내고, 선영과 사위는 하루만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사진관에 모였다. 사전에 집과 가까운 대학로에 위치한 사진관을 예약했으므로 정장 차림으로 시간에 맞춰 갔더니 화장 도우미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사진찍기 며칠 전 선영의 간단한 교육을 받았는데, 옛날에는 정장차림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최근에는 노타이에 청바지 차림의 캐쥬얼한 복장으로 찍는 것이 유행이라며 우리도 유행에 맞춰 찍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다소 의아해 했지만 다른 가족들의 사진을 보니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아 쾌히 승낙했다.

사진 비용도 비쌌지만 액자 값이 더욱 비쌌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해야 하나. 게다가 평생 남을 사진이기에 미리 준비한 캐쥬얼 옷, 이발, 미용비, 화장비용에다 왕복 교통비들이 추가되고, 기왕 찍는 김에 증명사진 등을 추가하면 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비용에 말은 못하고 가슴앓이를 한 것 같다.

주인장의 안내로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 나갔다. 마치 사진모델과 같은 자세로, 처음에는 정장을, 나중에는 캐쥬얼 복장으로 위치도 바꾸고, 일어서서 찍고 앉아서 찍고, 누워서 찍고, 마주보며 찍고, 우향우·좌향좌하며 찍고, 웃지 않으면 좋은 사진이 안나온다며 연신 웃으라고 하니 안할 수도 없고 힘들게 포즈만 취한 것 같다.

며칠 후 사진관에서 사진을 메일을 통해 보내왔고, 수백장 가운데 인화하고 싶은 사진을 골라 보낸 결과 난생 처음 멋진 가족사진을 받을 수 있었다.

60잔치는 알뜰하고 보람차게 무사히 끝냈고, 서울아파트 거실에는 다른집에도 걸려있는 큼직한 가족사진이 자리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서귀포에도 조그만 미니 가족사진 액자가 TV옆에 위치하고 있다. 다소나마 아쉬움이 남는 것은 민수의 짝이 없다는 것이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이 생각나고 다음 번 사진에는 귀여운 손자·손녀가 있을지, 아니면 우리집의 보배 예쁜 며느리가 자리를 잡을 지 상상하며 미소를 띄운다.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상표등록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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