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집
그림 같은 집
  • 박종순
  • 승인 2013.09.1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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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18>

오래 전부터 조그만 농장이라도 산다면 저 멀리 산과 바다가 보이는 언덕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넓은 정원과 푸른 잔디, 작은 연못, 원두막, 게다가 사시사철 새가 지저귀는 아름다운 정원수 그리고 은은한 불빛아래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곳을 꿈꾸어 왔다.

거실에서 바라본 전경은 탁 트인 경치와 나지막한 산, 졸졸 흐르는 시냇가, 그 위에 놓여 있는 돌다리, 낮은 담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정원 관련 책이며 아담한 시골집에 관한 서적을 볼 때마다 언젠가 이들의 장점만을 따와선 나만의 집을 짓겠다고 상상하곤 했다. 그런 사유로 농촌주택이나 전원주택 책을 버리지 못하고 신주단지 모시듯 책장에 고이 간직하고 가끔 보기도 했다.

최근 육지에서 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집을 지으면서 통나무집에서부터 스트로베리집, 삼나무집, 돌창고를 개조한 집 등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긴 하다.

올레길을 다니면서 특이한 별장이나 펜션, 게스트하우스, 카페를 보면 정말 멋지게 지었다고 감탄하면서 나의 집도 저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진을 찍어 두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농촌 생활한지 얼마 안 되어 깨닫게 되었다.

실지로 그림 같은 2층 집은 보기에는 좋으나, 내가 살기에는 2층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다소 불편할 것만 같고, 일단 짓고 나면 현금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다.

처갓집에 가면 안채와 바깥채 사이에 5평 정도의 잔디밭이 있고 그 중간에 1그루의 정원수가 덩그러니 서있다. 장가갔을 때 기억으로는 크고 작은 몇 그루의 나무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오랜 세월에 없어진 모양이다.

잔디는 금잔디 이어서 발로 밟고 걸으면 마치 비단길을 걷는 듯이 발끝에서부터 보드랍고 따스한 기운을 받는다. 잔디밭을 가꾸려면 얼마의 노력이 필요할까.

봄부터 가을까지 곳곳에 올라오는 잡초를 뽑기도 하고, 웃자란 잔디도 깎아 주어야하고 어디선가 날아온 낙엽도 쓸어내 주어야 한다.

그래선지 장모님은 수시로 조그만 의자를 깔고 앉아 잡초를 뽑는 등 잔디 관리를 한다.

정원수도 머리를 깎듯이 철되면 전정가위로 자르고 다듬어야 그나마 모양을 유지하며, 그렇지 않으면 금방 자라버려 볼썽사납다.

잔디밭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정원수도 이젠 훌쩍 커버려 어른 키를 넘기고 보니 전정하기가 만만찮다. 한여름 우연히 전정가위가 보이길래 보기싫게 웃자란 가지를 자르다보니 나무하나 둘 정리 정돈하는데만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높은 곳은 사다리를 놓고 빙빙 돌아가며 잘라야 하고 자르고 난 뒤 내려와서 멀찍이 보면 좌우 대칭이 맞지 않고 엉성해서 몇 번이나 돌아야한다.

하물며 책에 있는 전원주택은 어떠하겠는가. 관리사와 정원사를 고용하지 않고는 관리하기가 힘들 것 같다. 일주도로변을 달리다 보면 삼삼오오 예초기와 호미로 풀을 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가까운 박물관 잔디밭을 가 봐도 걸어가는 길의 돌 사이에 있는 풀까지 일일이 뽑고 있는 걸 목격하면서 누가 잔디를 관리할 것인가 심각하게 생각해본다.

농촌생활은 도시생활과는 달리 해야 할 일이 많다.

허물어진 담을 쌓고, 움푹 파인 길을 메우고 햇빛을 가리는 나뭇가지도 자르고, 엄청나게 자라는 잡초와의 싸움, 바람과 물과의 싸움, 하지 않아도 될 성 싶은데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경제적 이윤을 따져가며 일해서는 안 된다. 병충해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농약도 쳐야하고 제초제도 뿌려야 한다. 친환경 한답시고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온통 잡벌레에 먹혀 올바른 수확물을 기대할 수 없다.

배추와 무잎만이 아니고 상추, 깻잎 등 잎이란 잎은 온통 구멍세례를 받고 상추 한잎 남겨 놓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잎이라도 먹겠다고 한다면 온종일 밭에 나가 잎의 뒷면을 넘겨가며 한마리씩 잡을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온도도 맞추어야 한다. 비닐과 부직포 따위로 감싸주지 않거나 제때 물을 주지 않으면 다음날 시들시들 하다가 말라 죽는다. 봄부터 가을 수확할 때 까지 항상 호미와 낫을 들고 긴장을 놓지 않는 자만이 풍성한 가을을 맞이한다.

혹서에는 물을 많이 주고 그늘을 만들어 주어도 열사병에 녹아 버리기도 하고 태풍에는 고추와 상추 등 모든 작물이 무너져 버린다. 겨울에는 추위를 견디지 못한다. 하우스 내에 이중 하우스를 하고 비닐과 부직포를 씌우고 그것도 모자라 온풍기에 열선도 깔아야한다.

결론적으로 제대로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은 그림같은 집을 가질 수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렇게 바쁜 날이 허구하게 많을 텐데 과연 내가 꿈꾸어 왔던 2층 대궐같은 집이 필요할까 하고 여러번 생각하고 생각해 본다.

너무 앞서가는 망상일까. 나이들어 힘이 떨어지면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거나 누구의 도움이 필요할 텐데 과연 2층에 올라갈 수나 있을까. 1년에 1~2번 자식과 손자들이 온다고 그림 같은 집을 지은 들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도시에서는 한때 40~50평을 선호 하였으나 대가족 제도가 무너지고 1인 가구가 급속히 늘면서 소형 평수가 인기를 누리고 있듯이 농촌도 차츰 변화되지 않을까. 바라지는 않지만 방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창고로 변할 것 같기도 하다.

과연 내 자신은 어떤 구조의 어떤 집을 가질지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과수원을 사서 그 땅 위에 지을지, 과수원 인근에 조그만 집을 지을지, 환금성이 뛰어난 아파트를 살지 아니면 꿈에 그리던 다락이 있는 1층 집을 지을지 여러 방면으로 생각 중이다.

집 짓는 비용도 만만찮다. 귀농·귀촌 교육 때 견학도 갔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쇠소깍 부근의 1층집이었다. 주인장의 말로는 평당 700~800만원 정도라는데 난방이 잘 되어서 기름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별도의 다용도실이 협소해 다소 불편할 것 같기는 한데 규모도 적당해서 마음에 담고는 있으나 평당 비용이 비싸서 감히 지을 엄두가 안난다.

최근 주위에 집을 짓는 것을 보면 육지에서 인부를 부르고 자재도 실어 와서 밥 해 먹이며 장기간 소요되는 공사를 하는데 비용 상 저렴하기도 하고 노하우 많은 인부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 집을 짓기도 하는데 초보자들이 목공도 배우고 집짓기 공부도 하면서 십시일반 노력봉사도 하면서 지어 나가는 것이다.

대충 3년 정도 지나면 웬만한 집은 손수 저렴하게 짓는다며 선호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나 역시 같이 참여하고는 싶은데 지금은 아니고 과수원을 사고 귀농·귀촌 정착이 되는 1~2년 후에 기회를 가지고 싶다.

여하튼 농촌에 살려면 결국 그림같은 집은 못 가지며 단지 조그만 진짜 쪼끄만 한 텃밭이나 정원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 보다는 넓고 큰 창고가 여러개 필요하고 물부엌이 더 더욱 필요할 것 같다.

농기계도 보관하고 목공 장비도 보관하고 수확한 과일도 보관하고 농자재도 보관하고 사람들이 모여 잡담도 나누는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심지어 트럭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 하지 않을까.

특히 드넓은 과수원에 화장실이 없고 주차장이 없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아마도 10~20년 후 이 글을 읽을 때 쓸데없는 생각을 했구나 하고 피식 웃을 수는 있겠으나 평생 아파트만 살아온 내게는 그림같은 개인 단독주택은 쉽게 접근이 안 된다.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상표등록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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