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행정체제 개편 여론조사가 내년 지방선거용은 아니겠죠”
“행정체제 개편 여론조사가 내년 지방선거용은 아니겠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09.05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행정시장직선제에 따른 이상한 여론조사를 바라보며

여론조사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여론조사를 하는 이유는 한 집단의 생각을 알아내기 위한 도구로, 모집단 전체가 아닌 표본을 추출해 조사를 진행한다. 모집단 전체의 생각을 알아내기 위해 전체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묻겠다. 여론조사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에 대한 답은 믿어야 한다가 맞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모두 믿는 건 어불성설이다. 여론조사를 당하는 이가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고 답을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궨당으로 대표되는 제주도는 더욱 그렇다. 여론조사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하자. “당신은 어떤 이가 도지사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경력, 학력, 지연, 학연, 도덕성, 자질, 정책, 공약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자질이나 정책, 도덕성이라는 답이 당연히 나온다. 그런데 실제 선거는 지연이나 학연에 많이 몰린다. 여론조사에 응하는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답을 찍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여론조사는 하질 않는다.

여론조사는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답이 갈린다. 엊그제 실시한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여론조사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이미 나온 답이 있다. ‘행정체제를 개편한다는 것이다. 행정체제 개편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이슈가 됐다. 도민들은 행정체제가 어떤 식으로 개편되는지는 모르지만, 개편해야 한다는데는 인식이 돼 있는 상태이다. 이걸 학습효과라고 부른다. 2010년 지방선거 때 행정체제 개편을 떠들었고,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에서 줄곧 이 문제를 다뤄왔다. 그러기에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서 학습이 되는 건 당연하다.

이렇듯 행정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학습이 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답이 나와 있다. 그런데다 이번 여론조사는 한 가지를 더 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미리 말한 뒤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그 문구는 현재 행정시장인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하고 있습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부터는 행정시장은 주민이 직접 뽑고, 기초의회는 두지 않는 행정시장직선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이다.

도민들은 행정체제를 개편할 것이라는 느낌을 알고 있었고, 거기에다 내년 6이라고 못을 박았으니 그에 대한 답은 뻔하다.

제주도내 언론에서 보도한 행정체제 개편 관련 여론조사 결과.
그래서 아주 이상한 여론조사가 나오게 됐다. 행정시장직선제를 모르는 이들이 아는 이들보다 더 많은데도, 행정시장직선제를 찬성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행정시장직선제를 아는 이는 49.3%에 불과했으나, 행정시장직선제를 찬성한 이들은 85.9%에 달했다. 무응답이 9, 즉 전체의 0.3%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중간 성격의 답인 무응답이 0.3%에 나오는 여론조사는 흔하지 않다.

도민들은 어쨌거나 행정체제 개편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이번 여론조사가 말해준다. 도민들은 기초의회가 없는 행정시장직선제를 선호한 게 아니라, 지금과 같은 행정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이번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여론조사를 앞두고 논란을 불렀다. 찬반만 따지겠다며, 그것도 도내 언론사에 맡긴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나와 있는 답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건 밀어붙이기식행태나 다름없다.

뻔한 답이 나올 걸 알면서 뻔한 여론조사를 하는 건 돈 낭비다. 혹여 걱정이 되는 건 제주도가 이번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기초의회가 없는 행정시장직선제를 강행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더 걱정이 되는 건 이번 여론조사가 내년에 실시될 지방선거용이 아닌가라는 점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