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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던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거우다”
“죽었던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거우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06.08.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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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이 만난 사람]석방된 동원호 강두현씨 부친 강대송씨
석방소식에 그동안 피말리던 심정 녹아내려…아들만나면 평생 처음으로 꼭 안아줄터

동원호에 승선해 억류됐다 풀려난 제주출신 선원 강동현씨(27.서귀포시 강정동)의 부친 강대송씨(57·서귀포시 강정동)와 모친 이영자씨(51)의 얼굴에 117일 만에 환한 미소가 되돌아왔다.

지난 4월4일 피랍이후 하루하루 가슴만 졸이며 피 말리는 나날을 보내오던 동현씨의 부모는 모처럼 편안한 일상도 되찾았다.

31일 낮, 동현씨가 나고 자란 서귀포시 강정동의 자택으로 부친 강대송씨와 모친 이영자씨를 만나러 갔다. 초로(初老)의 두 부부는 마을 용천수에서 몇 채의 이불 빨래를 막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지 옷이 흠뻑 젖은 채로 대문 앞에서 기자를 맞았다.

“그동안 서럽고 억울하고 불안한 여러 가지 감정들이 어제 석방소식에 봄눈 녹듯 한순간 다 사라졌수다”부친 강대송씨가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부인 이영자씨는 마음 고생이 컸는지 “그동안 잘 연락도 안허다가 무사들 영 호들갑이우꽝?”이라며 언론을 향해 서운한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강대송씨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 사람 말은 저추룩 해도 오늘에사 얼굴이 펴졌수다. 그동안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하루하루가 고통이어십주. 석방 소식 듣고 이제야 몇 달 밀린 빨래 오늘 몬딱 햄수게”

강두현 씨의 집 현관 앞 평상에서 그의 부친 강대송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4월4일 동원호가 피랍된 지 117일만의 석방소식입니다. 우선 소감한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우다. 죽었던 아들이 살아오는 것 같아 어떻게 말을 해사 좋을지…. 그동안 주변에서 참 많이들 걱정해주셔십주. 제 대신 그 분들한테 모두 고맙다고 꼭 써 주십써. 어젯밤도 늦도록 축하와 안부전화를 하영 받았수다. 다들 고맙수다. 정말 고맙수다”

-그동안 4개월 가까이 정부 또는 동원수산 회사측으로부터 협상과정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받았습니까?
“정부에선 피랍직후에 피랍사실을 알리는 공문 한 장 온 것이 전부였수다. 오히려 언론보도를 보고 우리가 관계기관에 어떻게 되가는지 물어야 했으니까….
그나마 회사에선 그동안 매일매일 전화가 와서 협상상황도 알려주고 가족들을 안심시키느라 애써십주. 우리도 회사를 믿고 여기까지 온거우다.”

-정부에 대해 서운하셨겠네요.
“이제 와서 말허민 무슨 소용이 있수가. 이젠 석방되부난 다 잊어버렸수다. 그분들도 다들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애썼수다게.”

-강동현 씨와는 언제 통화가 마지막이었는지?
“딱 한번 전화가 왔수다. 피랍 한 달이 좀 지나서 5월 중순쯤이었을 거우다. 아들이 전화 와서 ‘건강하게 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헙디다. 워낙 말수가 없는 아들놈이라서 그 한마디에 잘 있는 줄 믿어십주.

현재 동원호에 있는 전화기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다고 회사로부터 설명을 들었수다.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지만 며칠만 더 기다리면 곧 연락올텝주.”

-최근 동원호를 보도한 MBC PD수첩 방영을 보신 후의 소감은?
“방송 봤수다. 보고난 다음 참담하고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여기저기 연락도 해보고 취재한 김영미PD와도 몇 번 통화했수다. 다행히 김PD말로는 ‘두현씨는 비교적 건강히 잘 있는 것 같아보였다’며 ‘방송에 나오지 못한 취재내용 중에서 두현씨 모습을 담은 부분을 편집해서 보내주겠다’고 김PD가 약속까지 헙디다.

또 방송직후 도청에서도 담당 공무원이 집에 다녀갔는데 방송내용은 ‘사실과 다르니까, 너무 걱정마시고 기다리시면 좋은 소식 있을겁니다’라고 하고, 선장 가족들한테도 여러번 전화했는데 ‘잘있으니 걱정말라’고 연락왔었다며 안심하시라고 그럽디다.”

-선원들이 주말에 귀국할 예정인데, 제일 먼저 두현씨를 만나면 해주고 싶은 말은?
“허허. 그냥 ‘고생많았다. 또 건강하게 돌아와줘서 고맙다’고 해얍주”

-평소에 아들을 안아줘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니우다. 못해봤수다. (쑥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이번에 돌아오면 꼭 한번 안아주고 업어주고 해보쿠다. 죽은 아들 살아오는디 그것사 못허쿠가게!”

-동현씨는 어떤 아들입니까?
“아들 두 녀석 중 둘째우다. 말수도 적고 착헌 아들이우다. 제주대학 전기학과를 올해 2월에 졸업하고 4월에 동원수산 실습생으로 동원호를 탔는데…. 18개월 정도 걸릴거라고 하더니만 나가자 마자 피랍당해가지고…. 그 녀석도 많이 놀래실거우다.”
 
-정부와 회사 측에 하고 싶은 말은?
“이제 얘기행 뭐 허쿠가. 다 잘되시난 이젠 헐말도 없고 다 잊어버렸수다”

-협상이 늦어진 이유를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는지?
“우리야 뭐 압니까? 어제 텔레비에서 보도허는거 보난 젊은 해적들이 말을 잘 안듣고 협상채널도 자꾸 바꿔부난이랜 발표하던데…. 아쉽긴해도 이제 석방되시난…. 동현이 돌아오믄 모든 사실을 알아질텝주. 하여간 너무 많은 분들이 관심갖고 걱정해줭 너무너무 고맙다고 꼭 기사에 써줍써.”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쁠텐데 와줭 고맙수다”

중복의 여름햇볕은 금세 타오를 듯 살인적인 열기를 토해낸다. 동현씨 어머니 이영자씨가 방금 빨아온 이불빨래들이 며칠 뒤 돌아올 주인 동현씨를 기다리며 그의 집 앞마당에서 뜨거운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있다.

<서귀포신문 김봉현 기자,  사진 강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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