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거문오름 그리고 4D
거문오름 그리고 4D
  • 박종순
  • 승인 2013.07.22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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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12>

작년부터 기회가 오면 꼭 가봐야지 하며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오름이 있다.

원래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좀처럼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저멀리 떨어져 있는 몇 개 안되는 오름이다.

거문오름을 가기 위해서는 탐방5일전에 인터넷이나 2일전에 전화로 미리 신청해야 하고 입장시간도 오전에 한정되어 있어 시간과 일자를 맞추기가 쉽지 않고, 집사람과 단둘이 뜻깊은 날에 가고 싶었기에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이제껏 주변만 어슬렁거렸을 뿐 진작 가고 싶은 마음만 차곡차곡 쌓여갔다.

마침 7월중 보름간 국제트레킹이라 하여 예약도 받지 않고 입장요금도 받지 않는 환상의 기회가 찾아와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아침 일찍 트레킹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서귀포 남원에서 산다는 것이 처음 전입 때와는 다르게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바빠지기 시작하고, 할 일도 차츰 돌 쌓여가듯 차곡차곡 다이어리를 채워나가는 바람에, 하루하루를 심심해했던 작년에 비하면 오랜만의 홀가분한 나들이가 되어 약간의 흥분과 기대감에 발걸음도 가벼웠다.

집사람도 기대에 찬 모습으로 3-4시간의 짧은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등산가방에 옷가지랑 가벼운 음식과 여분의 물을 준비하는 등 하루 전부터 부산을 떠는듯했다.

나 역시 한라산과 마찬가지로 물과 음식이 없을 것이니 가까운 마트에 들러 초콜릿과 캔커피, 빵을 사가자고 졸랐다.

거문오름 센터입구에 도착하니 큰 간판이 우리를 환영하고, 휴일을 피해서인지 여유 있는 차량소통과 주차장은 한적해 보였고, 직원들이 적재적소에서 반갑게 맞이해준다.

규모가 꽤 큰 센터는 전시공간을 비롯해 4D영상관이 있고 안내시설이 잘되어 있어, 처음 오는 탐방객들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접수처에 이름을 기재한 후 출입증을 받고 태극길과 용암길 안내판을 본 후 본격적인 산행에 나섰다. 처음 200~300m는 약간의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가는 고충이 따랐으나 제1봉 정상(456m)에서 바라본 한라산과 여러 오름의 경치를 보고는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치 좋은 전망대 능선을 따라 30여분을 걸어가니 숲해설사가 기다리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뒤따라오는 삼삼오오의 사람들을 모아서 해설사의 인도로 분화구를 탐방하며 해설을 듣는다. 거문오름은 분화구내에 울창한 산림지대가 검고 음산한 기운을 띠는데서 유래해 이름이 붙여졌고 알오름을 둘러싼 숯가마터, 일제강점기와 4.3사건에 이르는 제주근대사의 고난과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태극길 약 5.5의 분화구길을 걸어가며 중간 중간 풍혈에서 나온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씻는다. 알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본 9개의 용봉우리를 본 후 여인의 혀같이 부드럽다는 나무의 꽃잎과 독의 열매를 가진 꽃을 직접 보니 숲해설사가 다시 한 번 고맙게 여겨진다.

그리고 이어진 제주도민의 숯가마터와 일본군 동굴진지, 그리고 일본군이 식량과 무기를 나르던 병참도로를 걸어보며 4.3사건과 연관되어지는 수많은 협곡과 동굴들이 영화 <지슬>에서처럼 내게 가깝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또한, 화산의 용암이 녹아 내려 수직동굴을 만들고 그 깊이가 깊어 철창으로 막아둔 구멍은 어두컴컴한 악마의 목구멍처럼 오싹하게 만든다.

용암협곡을 지나 용암함몰구에 이르러서야 갈림길이 나오면서 숲해설가와 헤어지고 우리는 나머지 능선을 타며 9봉에서 2봉까지 천천히 불어오는 산바람과 새소리를 들으며 쉬엄쉬엄 오랜만에 자연인이 되어 오르락내리락 하며 한가롭고 여유 있는 산행을 한다.

마침내 오던 길과 마주치며 오름여행을 끝내면서 대피소 직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래 9개의 봉우리엔 저마다 이름이 있고 이름에 대한 유래가 적혀 있었는데, 훼손되어 아쉬움이 있다며 가까운 시일내에 다시 부착할 것이라며 가을쯤에 다시 오란다.

센터에서 출입증을 반납하고 나니 시간이 많는다. 4D영상체험은 제주도민에게는 무료라길래 극장에 들어갔다. 3D안경을 주면서 좌석을 꼭잡고 놀라지 말라고 당부한다.

제목은 신들의섬으로 액션 판타지였는데, 영화가 시작하자 화면에 따라 좌석이 덜컹거리고 어딘선가 실지로 바람이 귀를 때리고 얼굴에 물이 튀어오고 20분간 의외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어린이들은 즐거운 괴성을 지르며 다시보자고 앙탈까지 한다.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있어 대한민국 최초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거문오름 !!!!

약간의 제약-예약, 샌들, 구두, 운동화, 스틱, 우산, 양산 등 불가-이 있으나 우리 모두가 보존해야 할 소중한 보물임에 틀림없다.

이번 탐방은 9룡에 대한 설명을 보지 못했고, 용암길 5를 걷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으나 1년여만에 꼭 가고 싶은 오름을 갔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한번 가보시라!!!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출원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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