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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산 채소류 원활한 도외반출 위해 항공운송료 내려야”
“도내산 채소류 원활한 도외반출 위해 항공운송료 내려야”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3.07.13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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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취나물작목반 가공시설 마련, 산지가공 소득 높이고 일자리 창출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43>김종근 반장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현재 제주 농업의 경쟁력과 현주소는 어디까지 왔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주]

취나물 가공시설을 갖춰 산지가공을 통해 소득을 높이고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는 김종근 백록취나물작목반장

“육지부로 농산물을 내보내는 제주지역 농가들의 바라는 건 보다 싼 운송료이죠. 다른 지역보다 운송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잖아요. 농산물 항공운송료가 농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책정됐으면 좋겠어요”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에서 취나물 산지가공으로 소득을 올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김종근 백록취나물 작목반 반장 (52).

실제로 지금의 농산물 운송계약 방식은 농협이 맡고 있어 농민은 이에 따르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운송료가 업체 쪽 뜻이 많이 반영된 것 같아 자신들의 권리주장을 못한다는 생각을 갖기 마련이다.

“운송단가에 대해선 농민들도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봐요. 가령 운송단가에서 1500원 또는 1700원이라는 게 농가에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아마도 피부로 못 느끼는 것 같아요. 도내 농산물은 운송비 때문에 육지부산과 경쟁력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죠”

김 반장은 제주시에서 다른 직종에서 일하다 고향인 애월리로 귀촌, 농사를 짓고 있는 케이스이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취나물농사에 손을 댄 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8000평에서 취나물을 재배, 연간 매출은 1억 원을 웃돈다.

취나물은 종류가 매우 많다. 우리나라에는 먹을 수 있는 취나물 종류가 60여종이 자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참취를 비롯해 곤달비,곰취,개미취,단풍취,수리취,미역취 곤드레, 쑥부쟁이, 부지깽이, 병풍취 등이 있다.

“지금 애월에서 재배하는 건 주로 울릉도에서 말하는 부지깽이 나물이죠. 취나물은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비타민 B1·B2, 니아신 등이 함유돼 있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맛과 향기가 뛰어나죠.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취나물 산지는 애월지역을 비롯해, 전남 고흥, 경남 하동, 울릉도 정도를 꼽고 있어요”

취나물은 4월에 파종해서 이듬해 4월까지 일 년 내내 재배하고 있다. 한 해에 3차례 수확을 하는 건 기본이고 4차례까지 수확할 수 있다고 김반장은 전한다.

취나물은 살짝 데쳐서 쓴맛을 없앤 뒤에 갖은 양념에 무치거나 볶아서 먹는다. 감기, 두통, 진통에 효과가 있어 한약재로도 쓴다. 또한 항암작용, 신장에 좋다는 등 여러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공시설에서 데치고 세척되고 냉각기와 탈수기를 거친 취나물을 말리고 있다.
“취나물 재배면적은 애월리만 해도 도내 전체의 95%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전국에서 집약적으로 취나물을 재배하는 곳은 이곳 밖에 없어요. 지역 전체 재배면적은 30만평 정도죠. 생취나물 출하는 10월 하순부터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해요”

생취는 농협계통출하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한 매출액은 연간 30억 원 정도이고 포전거래를 통해 30억 원 가량, 그래서 애월리 전체매출액은 6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 반장이 현재 이끌어가고 있는 ‘백록취나물작목반’은 취나물 가공에 관심이 있는 9명이 뭉쳐 운영되고 있다. 이 작목반이름은 이전엔 ‘한라산취나물 작목반’이었으나 2011년에 새롭게 이름을 바꿨다.

“반장을 맡으면서 조직을 정예화했죠. 현재 취나물을 해마다 평균 3만 평 가량 자체 생산하고 있고 애월리 지역 다른 농가에서 생산한 취나물을 12만 톤 쯤 집하해 데쳐서 건조, 가공처리 하고 있어요”

백록취나물작목반은 지난 2011년에 취나물 가공생산시설을 도입하며 전기를 맞게 됐다. 농업기술원 보조 2억 원, 작목반 자담 8700만원을 들였다.

“애월읍 지역의 취나물 생산·출하 모형은 생취나물로 팔기 위해 재배되고 있어요. 그러나 3월 이후엔 값이 크게 떨어져요. 그래서 생취나물을 건조해 상품화함으로써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한 게 시설을 도입하게 됐죠“

현재 시설은 저온창고 20평, 생취나물 작업장 50평, 생취나물을 데치고 건조하는 가공실 등이다. 건조가공실엔 세척기, 브랜칭기(솥),1차세척기, 2차 냉각기, 탈수기, 풀림기 등을 갖추고 있다. 나중에 건조기를 새로 시설했다.

작목반 작업장에서 건조된 취나물을 담고 있는 김 반장
“작목반이 건조가공시설을 도입함으로써 나타나는 효과가 다양하데요. 생취나물 10㎏를 건조 가공하면 건취나물 1㎏가 생산돼요. 생취 값은 4㎏에 1만 원 가량이지만 말려 가공출하하면 1㎏에 1만5000원선을 받죠. 게다가 연간 1500명 가량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있어서 지역경제에 보탬을 주고 있는 셈이죠”

이를 통해 취나물재배농가에 1억5000만원 가량의 새 소득을 창출하고 있고, 애월지역에도 7억 원의 경제 유발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가공시설은 한 달에 12일가량 가동한다. 이때 하루에 들어가는 인력은 밭에 20명, 건조장 6명, 공장 10명 등 최소인원이 하루 36명이 필요하다. 날마다 할머니 20명이 밭에서 취나물을 베고 있다.

애월지역에서 백록취나물작목반을 통하지 않은 생취나물은 중간상인들이 모아 모두 전남 고흥으로 보낸다. 그 곳에 가공공장이 몇 군데 있어서이다. 도내 취나물가공공장은 애월에 3곳이 있어 도내 생산량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이다.

최근 애월지역에 일반상인이 새로운 가공공장을 짓고 있어 김 반장은 마음이 걸린다. 이곳이 생기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자금도 작목반 딸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취나물을 취급하면서 김 반장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항공수송료 부분이다.
“생취나물을 겨울철에 육지부로 보내려면 항공수송료 부담이 너무 커요. 매출액의 30%까지 운송료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육지부산과 경쟁력에서 떨어져요”

애월에서 서울 가락동까지 가는 운송료는 4㎏에 6000원인데 이 가운데 운송료로 1700~2100원을 차지하고 있다. 육지산은 운송료로 500~600원을 부담하는 것과 비교가 된다.

“취나물을 계속 재배하다보니 연작피해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부분도 걱정이에요. 지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나름대로 대응책을 마련하려고 마음을 쓰고 있지만 별소득이 없어요. 농업 기술원이나 연구기관에서 좋은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해요”

1차세척기를 거쳐 브랜칭기에서 데친 취나물이 2차세척기로 옮겨가고 있다.
가공시설에서 1차세척, 브랜칭, 2차세척,냉각, 물빠짐 등을 거쳐 말리기 전 단계인 취나물
취나물의 전망에 관해 김 반장은“지금까지는 수요와 공급이 잘 맞고 있다”며“수요는 적당한 편으로 보지만, 앞으로 물량이 과잉 생산된다면 값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FTA와 관련, 김 반장은 “취나물쪽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전한다. 아직까지 취나물이 중국에서 들어오진 않는 걸로 알고 있지만, 다른 채소가 들어오면 덜 먹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제주농업의 미래와 연계해 김 반장은 “취나물 외에 다른 작물은 비관적이지 않을까”하며“애월지역은 그나마 버티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히 점친다.

그 이유로 다른 채소류는 무 당근 양배추 등 월동채소가 도내 주력작물인데 중국과 경쟁하게 되면 힘들어지고, 밭작물에서 특히 채소류 쪽이 감귤보다 행·재정적인 지원이 소외돼 있다는 점을 꼽는다. 감귤폐원지에 대체작목으로 양배추·브로콜리 등이 심어져 있는데 앞으로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오로지 ‘신용이 최고’”라고 말하는 김 반장은 “가공시설을 들여 놓은 뒤 2년 동안 너무 바빠서 내년쯤 돼야 생각의 여유가 생길 것 같다”며 웃는다.

지금까진 취나물을 농협을 통해 전량 계통출하하고 있는데 인터넷판매를 할 계획이다. 인터넷 몰을 만들어 건취와 무말랭이 등을 파는 등 취급작목을 다변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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