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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바지 출근 시대
[기고] 반바지 출근 시대
  • 미디어제주
  • 승인 2013.07.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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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초임시절, 도청 총무과를 방문했을 때 상급자로부터 “목에 두른 스카프가 거슬린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컬러와이셔츠도 언감생심이었던 그 시절에 넥타이 대신에 둘렀던 나름대로의 패션은 공직자 품위손상 이전에 ‘발칙(?)’에 제지당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공직사회 패션의 변화는 급기야 ‘반바지 출근’을 불렀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과 일부 기업체가 앞 다퉈 반바지와 샌들착용을 허용하는 쿨 비즈(Cool Biz) 선언에 나서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충북도가 이 운동에 나섰고, 2015년부터 학교장 재량에 따라 반바지 사복을 허용한다는 정부발표도 있었다.

사실 이 운동의 시작은 2008년 대구 서구청이 발표했지만, 공직사회 보수 성향의 높은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뒤이어 서울시의 발표로 뜨거운 논쟁으로 부각되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구청 공직자와 나눈 이 주제에서 출근 진풍경을 들을 수 있었다. 주1회이기는 하나 시장이 직접 반바지를 입고 간부회의를 주재함에 따라 연세가 지극한 간부들은 사무실에서 반바지를 서둘러 갈아입고 회의장에 들어섰다고 한다.

차마 출근하면서부터 반바지를 입고 나설 용기가 없어 정장을 입었기 때문인데, 문제는 반바지에 구두를 신고 달리는 그 모양새를 두고 폭소를 금치 못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남성꼴불견 패션으로 양말 신은 샌들이 1위였는데, 구두에 반바지는 특 순위에 해당한다는 것.

한편으로 너무 짧은 핫팬츠, 속살이 보이는 민소매 패션과 같은 일부 개념 없는 여직원의 패션에 대해서도 시비가 불거져 나왔다. 결국, 서울시마저 이 반바지 출근은 흐지부지되었다.

2013년 여름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반바지 출근이 한차례 홍역을 치렀음에도 이 계획이 또다시 주목받는 데에는 일에 대한 생산성과 함께 전력난 타개책 처방에 이 보다 효과적인 대안을 찾을 수 없어서인 듯하다. 넥타이를 풀면 2도, 반바지를 입으면 최대 4도까지 채감 열도가 낮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한 공무원포털사이트에서조차 반바지 출근에 대해 찬반 논쟁이 뜨겁다. 찬성 측 입장에선 고강도 에너지절약 실천운동과 원전 하나를 살리려면 패션에 얽매이는 사고부터 버려야 된다는 것이며 반대 측 입장에선 공직자 품위손상을 이유로 내세웠다.

복장이 자유로우면 확실히 일에 대한 생산성 향상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반바지뿐만이 아니라 5부, 7부 바지 등 시원한 차림을 권장할 만하다고 본다.

다만, 비교적 나이 많은 공직자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어디까지나 강제성이 아닌, 자율에 맡겨 올 여름 전력난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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