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돌코랑의 탄생
돌코랑의 탄생
  • 박종순
  • 승인 2013.06.24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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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8>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일기예보에 걸맞게 새벽부터 여름비가 내린다.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서 쉬면서 미루어두었던 청소도 하고 이곳저곳에 처박아 놓았던 물건들도 제자리에 놓고 차일피일 미루어왔던 사우나도 다녀와야겠다고 부지런을 떨고 있다.

대충 빗자루로 집안을 쓸고 재활용품을 정리해 쓰레기장에 옮겨놓고는 목욕탕에 마른걸레를 적시고 있는 찰라 초인종이 울린다.

아침 일찍 올 사람도 없는데 누굴까 하고 현관문을 열자 우체부가 대봉투를 끄집어내면서 본인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한다.

그 순간 봉투를 받아든 두 손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킨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것 - 뇌리를 스치며 지난 1년이 회상되며 머리위를 추억이 돌아나간다. 내 일생에 단하나! 발명품 - 신출내기 감귤 브랜드 돌코랑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다.

언제부터 인지 모르지만 한때 특허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가끔 TV에서 발명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출연하여 발명에 관한 아이디어나 상품을 소개할 때마다 내게도 무언가 발명하고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어떻게 만들지 몰라서 못할 뿐 마치 발명가라도 된 듯 백지에 그려 보기도하고 망상에 사로 잡혀 있기도 했다.

최근 민수와 얘기 하던 중 그간 발명에 관한 내 아이디어도 말하면서 만드는 방법과 접근하는 방법을 몰라 고민을 하고 있다고 너만 알고 있으라고 말한 적이 있다.

황당한 얘기 같지만 새로운 축구대회를 창설하는 것이다.

특히 2002년 월드컵에서 4강까지 갔었는데 스페인전에서 가슴 졸이며 페널티킥으로 승부가나는 것을 보고 차라리 보다 과학적이고 어느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는 0:0, 1:1 같은 무승부를 없애 보자는 취지에서다. 예를 들자면 무승부로 끝나는 수많은 축구경기를 더욱 세분화된 경기룰을 첨부해 무승부를 없애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생각나는 것이 골대를 맞추고도 무승부나 패배로 가는 것은 억울하다는 생각에 골대를 맞추는 것도 점수화 한다면 무승부를 줄이는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들은 글쎄요라고 답했다.

여하튼 난 그 외에도 몇 가지 아이디어를 갖고 있고 민수만이 안다.

각설하고 서귀포에 와서 한 두달 교육을 받으면서 과수원연습을 하고, 귤나무와 씨름하며 날을 보내던 중 불현듯 감귤 브랜드를 갖고 싶어졌다.

사람들한테 꽤 알려진 대표적인 브랜드로 불로초 귤림원 등이 있고, 남원의 달코롬 곱들락 등 50여 가지가 있는데 나 역시 차후 감귤을 생산할 계획으로 있는바 남의 브랜드를 사용하거나 브랜드 없이 출하 하는 것이 못마땅하고, 추후 과수원을 사서 감귤이라도 생산한다면 불로초 보다 인기 높은 나만의 브랜드로 출하 하고 싶기 때문이다.

집사람과 상의해 보니 약간의 반대 기미는 있으나 단호하게 거절 하지는 않아 이번기회에 발명이랄까 특허에 도전해 보고자 마음먹었다.

이후 특허를 어떻게 신청하는지, 방법은 뭔지, 서류작성과 도안문제 등 처음시작 할 때는 간단한 것 같았는데 점차 어려워져 갔고 브랜드 이름을 짓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왕 지으려면 수십년 아니 수백년까지 갈지 모르는 브랜드인데 잘 지어야하고 귤+제주 맛을 가미한 이름 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처갓집이 있는 상효는 옛 이름이 알맛이라고 해서 그대로 따라 지어볼까도 생각했으나 집사람이 한사코 거절하고 주변 옛 고장 이름도 짜 맞추어 보았으나 일언에 거절당하기를 수십 차례 고민만 쌓여 갔다.

그러다가 초여름 한라산을 등산 하면서 어리목에서 만세동산 올라가는 길에 돌계단이 많고 돌이 발부리에 걸리길래 돌위에” “돌아래하며 돌에 관한 이름을 닥치는대로 불렀더니 집사람 왈 돌위에, 돌아래에 무엇이 있겠어요. 그저 돌일뿐.”하며 돌로 시작 하는 말 중에 돌코롱” “돌코롬이 제주 사투리로 달콤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난 그 말을 듣고 머리를 강타하는 충격을 받고 돌 돌 돌하며 입속으로 되 삭이다가 그래 돌코롱이 달콤하다는 뜻이라면 누군가 사용하고 있을 것 같으니 달콤함께 함께라는 의미로 돌코랑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집사람은 살짝 웃음을 짓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름이 이상했으나 자꾸 되풀이 해보니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그래서 돌코랑은 탄생했다. 너무 기뻤다.

나도 이제 발명가가 되나보다. 앞으로 열심히 농사지어 브릭스 높은 감귤을 만들어 출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 나와 뜻을 같이 하는 꿈 많은 동지들과 모여 10년 후 불로초 보다 더 나은 돌코랑을 만들 것이다. 10만 상자 100만 상자 꿈의 14 브릭스 이상 감귤을 목표로.

며칠 후 광주에 있는 특허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특허 내 달라고 요청했고, 특허청에서 접수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다행히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가슴 조리던 나날도 지나가고 확정통보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간 돌코랑이 특허를 못받으면 어떻게하나 하고 냉가슴을 알아왔다.

나의 초보농군의 꿈을 뒷받침할 신출내기 브랜드가 특허청장의 승인으로 내게 왔으니 내 마음껏 홍보해서 제주 제1의 브랜드로 만들어야겠다.

청소도 하는둥 마는둥 집사람 앞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내 꿈! 내 브랜드! 잘 키워야지.”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출원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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