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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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순
  • 승인 2013.06.18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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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7>

아파트에 이사한 후 며칠 생활하다 보니 가구가 없어 불편하다.

2년만 살려고 왔으니 가구를 장만하기가 벅차고 나중에 육지로 돌아갈 때 처분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이삿짐만 잔뜩 불려 놓을 것 같아서다.

서울에 있는 것을 가져오면 되는데 이사비용이 만만치 않고 해서 급한 것만 가져왔다.

집사람은 살림하는데 불편하다며 하소연 하는데 들어보면 마치 신혼살림이라도 할 것 같이 사야할 것도 많다. 우선 오일장·교차로 신문 등에 기재된 재할용센터가 있어 몇 군데 둘러보았더니 그중에서 한 군데가 물건도 깨끗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옷장, TV받침대, 컴퓨터 책상을 사고 간의의자를 공짜로 얻어 집에 가져와서 널부러진 옷을 넣고 처갓집 오래된 TV를 얹어놓고, 밥상 위에 있던 컴퓨터를 올려놓으니 그나마 정리 정돈 되었다.

처갓집에서는 안보던 TV, 소파와 옛 골동품인 궤짝을 얻어와서 위치를 잡고 아파트 쓰레기장 옆에 놓아둔 버려진 서랍장을 이용해 밥통을 올리고 해서 정리했다.

그러나 처갓집 냉장고가 작동이 안되어 새 냉장고를 구입해야 했고, 세탁기도 한동안 이웃에서 해결했으나 농사일로 세탁물이 늘어나면서 불편해하는 모습을 본 동생이 장만해 주었다. 상효밭의 돌창고에는 콘테이너만 쌓여있고 가위, , 망치, 펜치, 낫 등 소형 농기구를 올려놓는 가구가 없어 새 가구 보다는 재활용가구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해서 수시로 동네 한 바퀴 돌면서 이것저것 모으고 있다.

서울에서 못입는 옷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더니 지금은 농사지을 때 허드레옷으로 유용하게 쓰듯이 나무로 된 것은 한 곳에 모아두었다가 땔감으로 쓰기도 한다.

쓰레기장에 버려진 옷장을 분해해서 돌창고에 가지고 가선 콘테이너에 올려놓고 간의 의자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조차 없을 때는 바닥에 신문지 깔고 먹다가 그런대로 도시락이나 커피 등도 앉아서 먹을 수 있어 행복감도 느낀다.

그러다가 요즘같이 기온이 올라 무더울 때는 유치원 옆 돌담길에 잠시 옮겨놓고 앉아 쉴 때는 천국이 따로 없다. 3년 넘게 사용한 타이벡도 얻어 시험 삼아 깔아보기도 하고, 한라봉을 매달던 끈도 얻어 고추 지지대를 잇는 것으로 쓰고, 버려지는 신문지는 모아두었다가 콘테이너 속에 한장한장 깔든지 택배 보낼 때 상자바닥에 넣어 쓴다.

어쩌다 딸네가 오면 새로 사지 않고 재활용품 주워서 쓴다고 쓴 소리도 듣지만 제주도에 오래 살 것도 아닌데 대충 쓰다가 버리고 가면 된다고 궁색하게 변명도 해 본다.

올레길을 걸어보면 과수원 주변엔 버려진 나뭇가지와 나무토막이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어 보기에도 안좋고 골목길엔 나무들이 웃자라 차량통행에도 지장을 준다.

바닷가엔 바람이 거세게 불거나 센 파도가 치면 어디서 떠내려왔는지 큰 통나무들이 뒹굴고 있어 활용만 잘하면 유용한 가구로도 쓸 수 있다

더욱이 삼나무가 6m를 넘어 햇볕을 차단하여 과수원에 지장을 주고 있어 합판 재원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향후 집을 짓는다면 필히 온돌방을 만들어 바깥에서 나무로 불을 땔 계획이다.

과수원 중앙에 화로통을 만들어 몸도 녹이면서 고구마나 감자도 구워먹고 바비큐를 해서 먹는 것도 상상해 본다.

또한 마을 곳곳에 비닐, 폐자재 등이 구석구석 널려있다.

최근 하우스 시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면서 주변 경치를 막고 시설 후 남은 기자재는 사후 쓸 모양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 같다.

서귀포시에서는 지속적으로 수거해 가는 것 같은데 집집마다 창고를 훔쳐보면 엄청난 규모의 폐자재와 재활용품이 숨겨져 있다. 처갓집 창고나 처갓집 쓰러져 가는 폐가에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도로변에 적치장소가 있으니 언제까지 갖다 놓으라는 현수막도 본 것 같고 신문에도 폐자재 매입 한다고 본 듯하여 처남에게 날짜 정해서 정리정돈 하자고 누누이 말했으나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이다.

집집마다 마을마다 옛날 새마을운동 하듯이 청소도 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재활용한다면 쓸모있는 공터도 찾고 환경도 깨끗해지지 않을까.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출원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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