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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도시건축 이야기] <17> 아바타 : 환경파괴로 인한 비극을 경고
[영화 속 도시건축 이야기] <17> 아바타 : 환경파괴로 인한 비극을 경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06.04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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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존중하지 않는 개발은 결국 죽음을 가져올 뿐”

 
마지막 영화이다. ‘영화 속 도시건축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쓸 마지막 영화는 <아바타>. <아바타>는 지난 20091217일 우리나라에서 개봉됐으며, 역대 관객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을 1362만명으로 공식 집계하고 있다. <아바타>가 우리나라에서 기록한 매출액만도 1284억원에 달한다.

영화 <아바타>는 이런 수치에서만 탁월한 게 아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타이타닉> 이후에 내놓은 작품으로, 영화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영화 속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낸 진짜나 다름없는 캐릭터가 지배를 한다.

그렇지만 영화 <아바타>는 수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출발해야 했다. <아바타>는 야심찬 프로젝트였으나 도입할 기술이 증명되지 않은 것이었기에 그야말로 도박이었다. 제작사인 20세기폭스사도 영화 제작을 머뭇거릴 정도였다. 카메론은 이에 대해 영화가 회사를 말아먹을까봐 두려워했다고 한다. 카메론은 20세기폭스사와 <아바타>의 연구개발비 문제로 논쟁을 벌이다가 <아바타>는 서랍에 넣어둔 채 <타이타닉> 제작에 몰두한다. 이후 10년만에 <아바타>는 영화로 돌아온다.

영화 <아바타>는 인간의 탐욕을 그리고 있다. ‘판도라라는 외계의 행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직 해병대원, 판도라에 널려 있는 자원을 개발하려고 지구에서 온 인간, 판도라의 원주민인 나비족의 생존을 건 싸움 이야기가 영화의 줄거리이다.

아바타는 사이버공간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자신의 분신을 뜻한다. 산스크리트어의 아바따라에서 유래한 말로, 신이 지상에 내려왔다는 의미로 쓰인다. 고대 인도에서는 땅으로 내려온 신의 화신이라는 의미였지만,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가상현실에 등장하는 자기 자신을 부를 때 아바타라고 쓰고 있다. 영화 <아바타>는 이런 의미의 아바타가 가상현실이 아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제임스 카메론은 늘 그렇듯 자신의 영화에 영웅을 등장시킨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영화에 우월한 여성을 담고 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는 미래 인간의 지도자인 존 코너의 어머니이면서, 전사로 등장한다. <에일리언2>의 엘렌 리플리(시고니 위버)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이 구세주다.

영화 <아바타>는 여성이 빠진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판도라라는 행성을 지배하는 영적인 기운은 여성에서 나온다. ‘판도라라는 모든 땅을 관장하는 건 영혼의 나무라는 어머니다. 지구에서 온 인간이라는 생명체로 인해 파괴 위기에 빠진 판도라를 구할 영웅으로 남성인 제이크 셜리(샘 워싱턴)를 등장시키기는 하지만 카메론 감독은 여기에 자신의 어머니를 대입시켰다. 카메론의 어머니 이름이 바로 셜리이다. 셜리는 카메론의 아버지와 결혼한 뒤 아이를 셋이나 키우면서도 캐나다 여군에 입대할 정도였다. <터미네이터>의 시리즈나 <에일리언2>에서 보이는 여성 영웅, <아바타>의 제이크 셜리는 바로 카메론의 어머니 이미지를 담고 있다.

지구에서 온 일행이 판도라에 내리는 장면이다. 그 뒤로 무차별적인 개발이 이뤄지는 장면이 보인다.
<아바타>는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끝없는 욕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그 욕심은 파괴로 이어진다. 영화 속에서 지구와 판도라와의 거리는 6광년이나 되는 먼 거리이다. 우주선도 빛의 속도로 가기에 지구에서 판도라까지 가는데 6년이 소요된다. 그렇게 빛의 속도로 우주선을 이동시키는데 필요한 물질이 바로 판도라에 있다. 판도라에는 언옵타늄이라는 신비한 자원이 존재하며, 인간은 이 자원을 얻기 위해 판도라를 식민지화 하려 한다. 인간이 언옵타늄을 얻기 위해서는 3m 크기에 달하는 푸른빛을 띤 나비족의 근거지를 없애야 하는 건 파괴주의자인 인간의 숙명이다.

판도라 개발 업체 사장인 파커가 ‘언옵타늄’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그건 바로 원주민이 살고 있는 곳을 파괴해야 한다는 일성으로 들린다.
영화는 개발과 파괴, 보존에 대한 이야기들을 숱하게 등장시킨다. 자원 개발 업체 사장 파커(지오바니 리비시)는 어떻게 해서든 언옵타늄을 빨리 캐낼 생각뿐이다. 그 업체는 첨단 기계로 무장한 용병을 두고 있다. 언제든 밀어붙일 만반의 태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냥 밀어붙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인간과 나비족의 DNA를 합쳐 만들어낸 아바타를 통해 나비족을 개화, 평화적으로 자원을 개발하자는 입장이다. 영화에서는 그레이스 박사(시고니 위버)를 등장시켜 막가파식의 개발 방식에 반대한다. 셜리는 용병의 대장격인 마일즈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의 지시를 받아 나비족의 정보를 전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개발 업체 사장과 대령, 셜리의 대화를 들어본다.

사장 : 자네가 좀 알아봐 줘. 그 스머프들이 원하는 게 뭔지.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가 약도 주고 교육도 시키고 도로까지 내준다는데 걔들은 진흙이 더 좋다네. 그 놈들이 깔고 앉은 저 아래에 그 비싼 언옵타늄이 사방으로 200에 걸쳐서 매장돼 있어.

셜리 : 누가 그들을 이주시키죠? 안 간다고 하면요?

대령 : 나는 간다는데 걸지.

사장 : 원주민을 죽이는 게 나빠 보이기도 하겠지. 하지만 우리 투자자들이 언론들 비난보다 더 싫어하는 건 바로 저조한 실적이야. 나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영화는 셜리의 변심을 통해 인간의 원죄를 말한다. 애초 자연이라는 섭리를 존중하고, 그 땅 위에 사는 이들의 삶을 존중하자고 외친다. 미래주의자인 제임스 카메론은 자신의 영화를 통해 미래를 그리면서도 정작 자신은 미래를 긍정하지 않는다. 카메론은 <아바타>에서 원시적인 삶의 가치를 뭉개지 말자고 한다.

판도라는 원시 그대로의 숲이 있다. 이 곳엔 나비족을 비롯해 수천 수만의 식물종, 기이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 나비족은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그들의 배고픔을 충족시킬 때가 아니면 살생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죽은 동물의 혼은 에너지가 돼 순환한다고 믿는다. 그들에겐 에이와라는 창주조가 있다. 여신이다. 제주도를 설문대할망이 만들었듯이 나비족의 신화도 여성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비족의 은신처에 들어간 셜리는 그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인간의 개발방식에 회의를 드러낸다. 영화는 차츰 나비족화 되는 셜리를 통해 개발의 문제점을 얘기하고 있다. 셜리의 독백을 잠시 들어보겠다.

나비족으로 변신한 셜리가 사냥을 한 뒤 “나의 형제여 그리고 고맙구나. 이제 너의 혼은 에이와께 가지만 육신은 남아 우리들의 양식이 될거야”라고 말하고 있다. 나비족과 동물이 하나의 순환체계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장면이다.
네이티리(영화에서 나비족 추장의 딸)의 말로는 모든 생명체들이 서로 연결되어 에너지가 흐르는데, 이 모든 에너지는 잠시 빌려 쓰는 것이며 언젠가는 다시 돌려줘야 된다고 한다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영화 속에서의 나비족의 삶이 그렇다. 나비족의 근거지를 파괴할 경우 어떤 문제점이 생기는지에 대한 설명도 등장한다. 그레이스 박사는 판도라의 생태계 특징을 다음처럼 설명하고 있다.

박사 : 파커, 아직 해결할 시간이 있어요. 저 나무가 얼마나 신성한지 당신들은 상상도 못할 거예요.

사장 : 아무 막대기나 집어던져도 거길 신성한 곳이라고 난리칠 게 뻔해요.

박사 : 저 숲 속 생태계에 실제로 측정 가능한 어떤 존재가 있단 말이에요.

사장 : 도대체 그게 뭔데요.

박사 : 우리가 알아낸 결과대로라면 나무들의 뿌리가 서로 연결돼서 전기 화학적인 신호를 주고받으며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거예요. 시냅스와 뉴런 같은거요. 그리고 큰 나무 한 그루가 근처 식물 만개와 연결돼 있고 판도라 전체에 그런 나무만 1조 그루가 넘어요. 사람의 뇌보다 훨씬 더 많이 연결돼 있어요. 알겠어요? 이건 네트워크라고요. 이 광대한 네트워크에 나비사람들이 접속해서 마치 데이터처럼 올리고 내려받고 하는 거예요. 그들 기억을요. 당신네가 파괴한 그런 곳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사장 : 저것들은 그냥 나무라고요.

박사 : 이 세계의 진짜 자원은 땅 속에 묻혀 있는 게 아니고 우리 주변에 있어요. 나비들은 그걸 아니까 싸워서 지키려는 거예요. 이 세계를 그들과 공유하려면 그들을 이해해야 해요.

인간이 나비족의 근거지를 파괴하는 장면. 현재 지구 곳곳에서 이뤄지는 파괴장면을 은연중 표현하는 듯하다.
<아바타>에서 인간들은 파괴자로 그려진다. <아바타>는 미래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자연을 파괴하는 현상들, 그런 파괴주의적 인간의 욕망이 <아바타>에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개발업자가 나비족의 근거지를 파괴한 데 이어, 그들의 정신적 지주인 영혼의 나무마저 없애버리려 하자 나비족으로 변신한 셜리가 영혼의 나무를 찾아 비는 장면이 있다. 거기에서 셜리는 지구의 삶이 어떤지를 은연 중에 드러낸다. 영화 <아바타> 속의 지구는 공중에 철도가 놓여 있고, 최첨단 가구가 있는 곳이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셜리는 영혼에 나무에 대고 이렇게 애원한다.

나비족이 된 셜리가 ‘영혼의 나무’에 비는 장면. 인간이 사는 지구는 푸르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냥 나무에다 대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거기 계시는 거라면 부디 제 말을 들어주세요. 그레이스와 함께 있다면 그녀의 기억 안에서 우리가 떠나온 세상 그곳을 보세요. 거긴 더 이상 푸르지 않아요. 그들은 자신들의 어머니를 죽였어요. 그 일이 여기서 똑같이 일어날 거예요

셜리는 지구는 더 이상 푸르지 않는 곳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의 어머니도 죽였다고 한다. 여기서 자신의 어머니는 바로 자연이다. 지구의 환경을 파괴한 주인공들이 인간이며, 그들이 판도라까지 들어와 또다른 파괴를 하려 한다는 우려를 전하고 있다.

카메론이 <터미네이터>에서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했다면 <아바타>에서는 환경파괴로 인한 인간의 파멸을 이야기한다. 판도라는 식물과 식물이 연결돼 있고, 식물과 동물이 연결돼 있다. 모든 게 순환고리를 지닌다. 현재 살고 있는 지구도 마찬가지이다. 숲의 파괴는 재앙을 부른다. 산업화는 지구의 온난화를 가져온다. 결국 지구는 병들고 있다. <아바타>는 지금 지구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간들의 행태에 대해 생태학적 자각을 요구하고 있다.

카메론은 이렇게 말한다. “지구의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사회는 그 연결망을 엄청난 속도로 파괴하고 있어요. 종의 다양성이 현저하게 감소되어 결국에는 인류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겁니다. 우리는 자연을 취하기만 했어요. 뿌린대로 거둘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아바타>에 나오는 미래도시 풍경이다. 화면 뒤로 공중에 오가는 철도가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스크를 쓴 채 살아야 하는 비극적인 환경을 지니고 있다.
영화 <아바타>는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되는 제주도의 풍광과도 멀지 않다. 숲을 파괴하려는 인간은 곧, 제주의 곳곳을 개발하려는 업자로 비친다. 나비족이 살고 있는 숲은 중산간이면서 제주의 허파인 곳자왈을 보는 듯하다.

개발은 필요하지만 어떤 방식의 개발이 돼야 하는지를 영화 <아바타>는 주문하고 있다. 셜리가 영혼의 나무에 대고 말을 할 때 그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고 했다. 제주의 개발방식에 대한 경고로도 읽힌다. 셜리의 독백에서는 지구는 죽어가는 세계로 표현된다. 이는 환경파괴는 결국 죽음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제주도는 특별한 곳이다. 제주특별자치도라서 특별한 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자연경관이 있기에 특별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땅 제주. 그러기에 아무렇게나 건축활동이 이뤄져서는 안된다. 중산간 일대를 중국자본에 무차별적으로 내주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한라산이라는 정신적 지주 위에 무차별적인 건축행위를 용납할 수는 없다. 미래는 제주를 사랑하는 이들이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기에 <아바타>에서처럼 자연을 먼저 생각할 일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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