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선글라스
농부와 선글라스
  • 박종순
  • 승인 2013.06.03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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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5>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한지 1년이 되었다. 짧다면 짧은 귀촌 1년! 귤을 따는 계절에 처갓집 과수원 수확을 잠시 도우려고 왔다가 일나가는 도중에 해돋이 광경에 마음을 뺏기고, 2 년만 살다가 육지로 돌아가려했던 여정이 제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을 받으면서 잠시 미루어두었던 꿈과 희망을 되찾았다. 귀촌에서 귀농까지의 초보 귀촌인. 초보농군의 생활을 모아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란 귀농일기를 내기도 했다. 육지에서 귀농·귀촌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수많은 분에게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나와 함께 이곳 서귀포에서 행복하게 살자는 취지로 펜을 들었다. 간단한 이삿짐만 가지고 배를 타고 제주에 오면서부터 서귀포에 조그만 과수원을 매입하고 정착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소개 될 것이다. 나 역시 기대된다.

봄이 오는가 싶더니 곧바로 초여름으로 접어들며 기온이 급상승한다. 선크림으로 화장을 하다 보니 얼굴은 온통 하얀색으로 떡칠을 한 것 같다. 게다가 창이 넓은 모자에다 마스크나 통 넓은 천을 목에 두르고 선글라스까지 하니 어쩌다 사람이 붐비는 곳이라도 가면 집사람까지도 키나 옷 색깔을 보고 어림잡아 구별할 정도다.

교육받는 시간이나 저녁시간 외에는 상효밭에서 잡다한 일을 계속해야 하므로 거의 대부분을 햇볕 속에서 지내다보니 강력한 태양을 피할 길이 없다. 그래서 선크림 바르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덥다고 팔을 노출시키면 그날 저녁은 햇볕에 탄 피부로 고생을 하게 된다. 반팔 티셔츠를 착용하지만 드러나는 팔에는 토시로 무장하고 목장갑을 낀다.

지난달 잠시 시간을 내어 서울로 갔다가 집사람은 오랜만의 친구모임에 꼭 참석해야 한다며 제주로 먼저 가버리고, 홀로 남은 나는 처남가족이 전주동서네로 12일 일정으로 여행 간다 길래 편승해 동행했다.

1박 후 근처에 있는 유명한 완주 편백림 삼림욕장의 공기마을에 갔었는데 주차장에서 산책로를 따라 치유의 숲길로 접어들자 곧게 자란 나무 아래에서 삼림욕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1.2코스의 단거리 등산로를 걸어가자 영화 최종병기 활의 찰영지도 있고 앉을 자리도 있어 한동안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산할 때 도중에 무료족욕도 할 수 있었다. 편백잎은 잎 뒷면에 선명한 Y자 무늬를 가지고 있어 구별하기 쉽다고 한다.

동서네와 처남네 모두가 선글라스를 끼고 여름 햇살을 피하고 있는 반면 나 혼자 선글라스가 없어 맨 안경으로 있다 보니 이번 기회에 마련해볼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선영이가 올해 부모생일에는 선글라스를 선물하겠다고 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육지에 있을 때도 차일피일 미루면서 장만하지 않았는데, 농촌에 와서 선글라스가 왜 필요하겠냐며 사양해 왔었다.

선영이는 홈쇼핑으로 물건을 사니까 여성용 선그라스를 공짜로 얻었다며 자신에겐 있으니까 남대문에서 안경알만 사서 끼우면 된다고 한다. 막상 안경테를 받고 보니 버리기도 아깝고 집사람은 안경테가 마음에 안든다며 또 다른 안경테를 사와선 같이 맞추자고 한다. 종전에도 안경을 구입하면 선글라스를 저렴한 가격에 주길래 며칠 착용해 봤더니 도수가 안 맞는지 갑갑하고 눈만 아파서 서랍에 넣어버리곤 했었다.

막상 농촌에서 생활하다보니 실내보다는 실외에 있는 시간이 많고 다른 친척들은 거의 모두 착용하고 있는데다가 선영네도 휴가차 오면 같이 끼고 다니는 것이 나을 듯도 하고 조금 있으면 타이벡도 설치해야 하므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주문한 지 일주일 후 안경을 받고는 운전하며 교육장에 오갈 때나 과수원 밭일을 하거나 타이벡을 설치할 때 눈의 피로감도 적게 오고 눈부심도 훨씬 편해졌다. 한때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여성운전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우습기도 했었다. 깊이 쓴 모자, 매니큐어한 손톱과 연분홍 장갑, 팔뚝에 감긴 토시 등이 너무도 이상하게 보였는데 농촌에 산지 겨우 2~3달 만에 나와 집사람이 그 패션을 따라가고 말았다.

영화속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이 멋지게 보일지, 아니면 악역을 맡고 있는 악당이나 형사같이 보일는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현재 내가 소유하고 있는 사물 중엔 가장 비싼 액세서리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선글라스를 잘 닦아 서랍에 넣고 외출시는 안경집에 지참하고는 안쪽주머니에 지갑보다 더 깊이 넣어둔다.

농부에게는 선글라스가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임을 밝히노니 혹 오해 없기 바란다.

또한 바라건대 농약 칠 때 꼭 써야 하는 안경은 습기가 안 끼는 안경이었으면 한다.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출원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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