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의 진짜 보물은 무엇일까요?
제주의 진짜 보물은 무엇일까요?
  • 조미영
  • 승인 2013.05.29 11: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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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의 여행&일상] <4>

「조미영의 여행&일상」이라는 코너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여행의 기록을 우리 일상의 이슈와 함께 잘 버무려 맛깔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날씨가 유독 좋았던 어느 날 우연히 나선 나들이! 남조로의 오름 지대를 지나 남원에서 눈이 시릴 정도의 바다를 보고 성산포 식산봉에 감빛 노을이 내려앉는 풍경을 보며 차를 마셨다. 처음 보는 풍경이 아님에도 그날 하루 무수한 감동을 받았다.

그동안 꽤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유럽의 화려한 문화에 부러워도 해보고, 중국‧네팔 등의 광활한 자연에 감탄도 했다. 남태평양의 에메랄드빛 해변에 앉아 파라다이스를 떠올리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자연과 마주할 때면 내가 이곳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고개만 돌리면 웅장한 한라산을 볼 수 있고, 차를 타고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오름을 낀 초지의 목장풍경과 만날 수 있다. 그뿐인가? 금방 걸어서 맞닿는 곳에 옥색바다가 있어 발을 담글 수 있다 이렇게 가까이서 다양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으랴? 그래서 제주는 종합선물세트 같다. 오목조목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보고, 느끼고, 만질 수 있는 그런 즐거움을 선사해 주기 때문이다.

 

한라산이 있는 풍경과 옥색 바닷가

그런데 가끔 우리가 갖고 있는 이 수많은 혜택을 잊어버리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너무나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가치를 폄하해 그 귀하고 소중함을 망각해 버리곤 한다. 필자 역시 제주 섬 밖의 다른 세상들을 동경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갈수록 내 주변의 것들에 대한 가치가 새록새록 달리 보이게 되었다. 한라산 자락의 오밀조밀한 오름과 검은 돌들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색적 바닷가 풍경이 그리고 불규칙하게 밭 사이를 휘어감아 도는 돌담이 얼마나 독특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았다.

 

중산간의 오름과 밭 사이를 감아 도는 돌담

그래서 오름을 헐어내 골재를 채취하고, 해안도로를 뺀다고 해안가에 아스팔트를 깔아 매끈하게 다듬어 버리거나 고층 콘크리트 건물을 올려 경치를 가로막는 행위들을 볼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이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그동안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던 개발이 과연 우리의 가치를 얼마나 올려주었던가? 혹시 우리의 자산이 될 수 있는 독특한 우리만의 문화를 우리 스스로 밀어내 버리고 있는 건 아닐지?

최근 목격한 개발의 현장만 보더라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얼마 전까지 고즈넉한 오솔길이 너무 좋아 마음속 고향처럼 고이 숨겨 놓았던 곳을 다시 찾았는데 이게 웬걸 굴삭기로 길을 뚫고 있었다. 물론 예전의 오솔길은 사라지고 대신 넓은 차도를 빼고 있었다. 그리고 푸르른 목초와 어우러져 보이던 바닷가에는 나무 목책과 정자가 들어서 예전의 정취는 온데간데없다. 그런데 최근 제주 곳곳에서는 이런 사례들이 빈번하게 일고 있고 이는 아주 작은 예에 불과하다.

무조건적인 개발 반대를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제는 개발의 방법을 고민해야할 때다. 이미 문화는 참살이를 위한 에코․ 힐링이 대세를 이룬지 오래다. 그런데 우리의 개발방식은 70.80년대식 밀어내기와 콘크리트 시설물 등에 멈춰져 있음을 안타깝게 여김이다. 제주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제주가 제주의 풍경을 잃고 서울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고층빌딩과 아스팔트 그리고 대형 상가나 놀이공원들은 대도시에서도 지겹도록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끊임없이 이런 것들을 양산하고자 한다.

하지만 정작 제주를 찾는 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때 묻지 않은 자연과 그 속에서의 휴식이다. 이는 올레길 순례나 사려니 숲 걷기, 거문 오름 탐방객 등의 인기에서 알 수 있다. 이런 열풍은 단순히 관광객 수 만을 늘린 게 아니라 제주에 정착하는 젊은 이주민들을 만들어냈다. 지난 4월 통계에 의하면 전출인구보다 전입인구가 1,864명 늘어났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2010년 이후 부터 나타난 변화라고 한다. 그동안 넓은 곶자왈을 밀어내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발한 관광단지 등을 통해 이런 성과를 내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없다. 이는 제주의 자연이 주는 매력을 재발견해 냄으로써 만들어낸 성과다.

 

보리밭과 바다를 같이 볼 수 있는 제주의 풍경. 지금 이 모습이 오래 보존되길 바란다.

그렇기에 문제는 이제부터다. 관광객은 물론 제주로 정착해 오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엇을 찾아오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제주가 다른 육지부와 다름없는 모습을 갖는다면 그들은 더 이상 여기 머무를 이유가 없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따라할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자연과 문화를 잘 보존하고 정비할 때 제주만의 가치가 빛날 것이다.

중산간의 리조트 단지나 해안가의 호텔 건설 같은 대규모 개발에 앞서 풍성한 숲과 걷기 좋은 환경, 자전거 타고 일주하기 좋은 해안가 제주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자연식, 그리고 농어촌 체험형 숙소 등을 개발하기 위해 머리 맞대고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프로필>
전 과천마당극제 기획·홍보
전 한미합동공연 ‘바리공주와 생명수’ 협력 연출
전 마을 만들기 전문위원
현 제주특별자치도승마협회 이사
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이사
프리랜서 문화기획 및 여행 작가
저서 <인도차이나-낯선 눈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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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cel sac 2013-11-07 13:22:37
Bob Badeer went to the US Naval Academy. I’m considering accepting appointment there. This is SO reassuring.
lancel sac http://medqual.fr/legal.php

o.d.m 2013-06-07 13:59:02
조미영작가님에 글 잘읽었습니다.. 앞 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