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현기영 “4.3 때는 인명 학살, 지금 강정에서는 자연 학살”
현기영 “4.3 때는 인명 학살, 지금 강정에서는 자연 학살”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3.05.28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생명평화포럼 평화토크 … “영화 <지슬>, 미체험 세대의 망각에 대한 저항”

소설가 현기영씨가 2013 제주생명평화포럼 첫 순서로 열린 평화토크에서 4.3과 강정에 대한 얘기를 풀어내고 있다.

<순이삼촌>의 소설가 현기영씨가 제주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자연에 대한 학살’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현기영씨는 28일 제주벤처마루 10층에서 열린 2013 제주생명평화포럼 첫 순서로 진행된 평화 토크에서 “4.3과 강정은 그 현상이 매우 유사하다. 우선 국가폭력에 의해 이뤄지고 있고, 그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것, 대학살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4.3 때는 인명이 학살됐지만 강정에서는 자연이 학살되고 있다”면서 강정의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전쟁은 인간에 대한 전쟁도 있지만 자연 파괴는 자연을 상대로 하는 전쟁인 것이죠. 구럼비 바위, 영상으로만 보면 아름답게 보이지 않지만 막상 가 보면 그 부드러운 감촉과 느낌, 신이 새겨놓은 것 같은 조각품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1.2㎞ 통바위에 수맥이 쭉 뻗어있으면서 여기저기 작은 연못을 만들고 온갖 작은 생물이 살아요. 좀 더 내려가면 바닷가 현무암은 또 얼마나 아름다우며, 거기에 부딪치는 흰 파도는 또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거기 소우주가 형성돼 있어요”

구럼비 자체가 영혼이 깃들어 있는 생물이며, 유기체라는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2013 제주생명평화포럼 첫 순서로 소설가 현기영씨와 시인 김수열씨의 평화토크가 진행됐다.

4.3을 극영화로 형상화한 <지슬>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영화 <지슬>을 만든 오멸 감독은 4.3을 겪지 않은 세대다. 영화를 보면서 젊은 미체험 세대가 망각에 저항하는 모습을 봤다. 4.3이 잊혀지는 것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9일부터 개막되는 제주포럼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평화토크에서 현기영씨와 대화를 나눈 시인 김수열씨는 “원래 ‘제주평화포럼’으로 출발했는데 지난해부터인가 슬그머니 ‘평화’를 빼버리고 이제는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제주포럼 때도 시민단체들이 강정 문제를 포럼에서 다룰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강정 문제를 다루지 않는 평화포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부터는 ‘제주해군기지와 한반도 평화, 그리고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주제 토론회에 이어 오후 5시부터는 벤처마루 인근에서 길거리 뮤직 토크쇼가 펼쳐질 예정이다.

2013 제주생명평화포럼 첫 순서로 평화토크가 시작되기에 앞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