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로와 사려니숲길
남조로와 사려니숲길
  • 박종순
  • 승인 2013.05.2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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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4>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한지 1년이 되었다. 짧다면 짧은 귀촌 1년! 귤을 따는 계절에 처갓집 과수원 수확을 잠시 도우려고 왔다가 일나가는 도중에 해돋이 광경에 마음을 뺏기고, 2 년만 살다가 육지로 돌아가려했던 여정이 제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을 받으면서 잠시 미루어두었던 꿈과 희망을 되찾았다. 귀촌에서 귀농까지의 초보 귀촌인. 초보농군의 생활을 모아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란 귀농일기를 내기도 했다. 육지에서 귀농·귀촌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수많은 분에게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나와 함께 이곳 서귀포에서 행복하게 살자는 취지로 펜을 들었다. 간단한 이삿짐만 가지고 배를 타고 제주에 오면서부터 서귀포에 조그만 과수원을 매입하고 정착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소개 될 것이다. 나 역시 기대된다.

처갓집에 가끔 가보면, 방방마다 책장 속이나 옷장 깊은 곳에 보물찾기라도 하듯 뒤져보면 집안 구석에 놓여있는 제법 오래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영농에 관한 책들이 많은 편이나 관광안내 책자나 팸플릿도 눈에 띈다.

공항, 관광안내소, 공공기관, 읍사무소에 가면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팸플릿을 구비해 놓고 있다. 이러한 책자에는 제주도 지도가 그려져 있으며 지도 속에는 유명관광지나 박물관, 민속촌, 놀이공원이 적혀있다. 지도를 보면 제주시권, 서부권, 서귀포시권, 동부권 등으로 나눠지고 산북지역은 평화로나 5.16도로로 이어지는 도로편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처음 본 내게는 무척 도움이 되었고, 읽고 있으면 마치 내가 지금 제주 곳곳을 여행 다니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하면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어봐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기도 하다.

그래서 한두 장씩 모으다보니 어느덧 이러한 책이나 팸플릿이 집 안 한 모퉁이에 수북이 쌓여진다. 한두 번 보고난 뒤 버리기엔 아깝기도 하고 차후에 육지에서 손님이라도 오면 필요할 것 같아서다. 특히 귀농·귀촌 안내 팸플릿은 소중히 다루면서 전도사가 된 것처럼 필요한 사람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나눠주기도 한다.

어느 날 무심코 책을 보다가 사려니숲길에 눈길이 갔다.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블로그를 여행했더니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은 글월들이 올라와 있다. 남조로 초입에 위치해 있어 집에서도 가깝고 집사람도 바다보다는 숲을 좋아하는 편이라 추후 육지손님이 오면 안내할 장소로도 알아볼 겸 다녀오기로 했다. 사려니숲길은 길이가 10로 출입구가 나뉘어있어 차량으로는 이동할 수 없기에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만했다. 한라산 500-600m 고지의 동쪽 편에 위치하고 있어 양쪽 입구의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걷더라도 높은 곳인 물찻오름에서 걷기 시작하고 반대편인 붉은오름에서 마무리해야 편하므로 하루에 2번만 운행하는 남조로행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했다.

남원을 출발한 버스가 남조로로 진입하면서 태풍센터 사거리로 진입하자 갑자기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동쪽으로는 가시리와 성산으로, 서쪽으로는 성판악으로 갈 수 있는 교래리사거리와 함께 태풍센터에서 교래리 부근까지 몇 개 안되는 주요 사거리다. 태풍센터부터 교래리까지는 왕복 1차선으로 오가는 속도에 비해서는 도로가 협소하여 다소 위험을 감수해야하나 드넓은 목장이나 돌문화공원, 물영아리, 에코랜드, 절물휴양림, 산굼부리, 삼다수숲길 등이 연이어 있으므로 주변 경관이 뛰어나고 군데군데 식당도 있다. 봄이면 고사리축제가 열리고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 속에 갑마장길이나 머체왓숲길을 걸어가거나 가을이면 억새나 코스모스를 볼 수 있고 겨울이면 눈 덮인 비자림로에서 사진을 찍는 등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다.

특히 절물휴양림은 진입이 편하고 시()에서 관리하므로 저렴한 입장료와 주차비에 비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 속에 삼나무 향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명소이기도하다.

사려니숲길의 초입에 내려 입구를 찾아가자 어디서 날아 왔는지 수십 마리의 새까만 날개와 큰 몸체를 가진 까마귀들이 길을 막는다. 섬뜩한 기분에 재빠르게 안내소로 다가가 팸플릿을 받고 입구에 적힌 안내문을 읽었다.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팻말과 스톤피치 등 설명문을 읽고 들어가자 곧바른 길이 나타났다. 평일이어선지 띄엄띄엄 사람들이 편한 복장으로 산책 나온 듯이 한가하게 담소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제주송이라는 붉은색의 용암덩어리가 잘게 부서진 자갈이 밟는 자리마다 자갈자갈거리며 소리를 내고 길 양 옆으로 울창하게 서있는 삼나무사이로 기분 좋은 바람이 귓가를 스친다. 1.5부근의 참꽃나무숲길을 지나 2~3즈음에 천미천(해발 1400m에서 발원하여 표선면 까지 약 25.7로 제주도에서 가장 긴 하천)이 있는데 평소에는 건천이나 비가 오면 길 위로 물이 넘쳐흐르므로 신발과 양말을 벗고 지나가야한다. 젊은 연인이나 사랑하는 가족들은 업어서 건너기도 하는 소소한 즐거움도 준다.

1마다 진행코스의 거리표시 팻말을 볼 수 있어 한결 시간여유를 갖게 해 주고 꽝꽝나무 설명서나 시()도 감상하고, 휴식년제 안내현수막 등 군데군데 안내팻말을 읽고 가면 어느새 물찻오름 입구라는 중간지점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자동차를 가지고온 자는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리고 반면에 우리는 가지고 온 과일과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잠시 휴식을 갖는다. 조금만 더 걷다보면 사려니숲길 중 나와 집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치유와 명상의 숲이라고 명명 되어 있는 곳인데, 어쩌면 만인이 좋아하는 곳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삼나무숲 속에 설치된 벤치인데 이곳에 앉아있으면 온갖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며 심신을 맑게 해준다. 좋아하는 음악을 낮은 소리로 들으며 좋아하는 책이라도 읽으면 신선이 따로 없을 만큼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다. 단지 찾는 사람들에 비하여 장소가 협소하여 오랫동안 앉아있기가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앉아있거나 누워있고 싶으면 별도로 야외용 돗자리를 가져가야 편하다.

숲길은 줄곧 내리막길이어서 걷기 편하고 가는 길엔 돌멩이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리정돈 되어 있어 기분 좋은 여가를 보낸다. 가끔 저 멀리 숲속에는 노루가 보이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도망가지 않고 여유 있게 풀을 먹는다. 7.5지점을 지나가면서 이마에 땀이 맺힐 즈음 휴식년제로 막힌 바리케이드 왼쪽을 돌아가며 남조로변 붉은오름에서 사려니숲길을 마무리한다.

다소 먼 거리이기도한 숲길이어선지 젊은 관광객이 많이 보이고, 나이드신 분이나 어린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들은 절물휴양림을 택하는 편이다.

특별히 가는 곳이 생각나지 않을 때 찾곤 하는 사려니숲길은 나와 집사람에게 외로움을 달래주고 건강과 행복을 전해주는 보고(寶庫)이다.

육지의 지인이 와서 갈만한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꼭 사려니숲길을 소개하곤 한다.

단지 교통편이 불편하긴 해도 누구나 좋아하는 장소임엔 틀림없다.

최근 제5회 제주 사려니숲 에코힐링 체험행사가 8개코스로 운영되고 있으니 다시 찾아가야 할 것 같아 기쁘고 설렌다. 한번 가보시라!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출원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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