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과 행복
석가탄신일과 행복
  • 박종순
  • 승인 2013.05.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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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3>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한지 1년이 되었다. 짧다면 짧은 귀촌 1년! 귤을 따는 계절에 처갓집 과수원 수확을 잠시 도우려고 왔다가 일나가는 도중에 해돋이 광경에 마음을 뺏기고, 2 년만 살다가 육지로 돌아가려했던 여정이 제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을 받으면서 잠시 미루어두었던 꿈과 희망을 되찾았다. 귀촌에서 귀농까지의 초보 귀촌인. 초보농군의 생활을 모아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란 귀농일기를 내기도 했다. 육지에서 귀농·귀촌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수많은 분에게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나와 함께 이곳 서귀포에서 행복하게 살자는 취지로 펜을 들었다. 간단한 이삿짐만 가지고 배를 타고 제주에 오면서부터 서귀포에 조그만 과수원을 매입하고 정착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소개 될 것이다. 나 역시 기대된다.

얼마만인가. 매년 되풀이되는 연등 달기에 직접 절을 찿아온 것이 십수년이 되었다.

바쁜 나날을 보내다보니 언제나 만만한 집사람이 혼자 연등을 달았을 뿐, 난 항상 저만큼 떨어져 뒷짐만 지고 있었다. 기왕 연등을 달려면 몇 주 전에 달면 될 것인데도 육지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일까, 이틀 전에야 겨우 달 수 있었다.

가지런히 정리 정돈된 넓은 뜰에 나란히 진열된 연등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절과의 인연이 조금씩 뇌리를 스치며 옛 기억이 새록새록 머릿속을 스쳐간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동네 뒷산을 올라가선 졸졸 흐르는 시냇물가의 바위틈에 촛불을 켜놓곤 하늘에 계신 하느님, 산에 계신 산신령님, 바다에 계신 용왕님,,,” 그리고 몇 분을 불려선 “,,, 무병장수 해주시고,,,” 몇 번이고 두 손 모아 빌곤 하던 기억이 난다. 아니면 우물가 조그만 부엌에서 장독대위에 정한수 한 그릇 올려놓고 내가 잠들 때까지 외할머니 혼자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읊조리며 ~” 하고 한숨을 내쉬기도 한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께서 무얼 그렇게 빌었는지, 한숨 쉰 이유를 물어보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안 나가면 기합을 받을 것 같은 분위기에 2학년 선배의 권유로 집 가까운 교회에 다니기도 했는데, 학생부엔 여학생이 너무 많기도 하고 지나친 호의감에 부담이 되어 조금 다니다가 그만 두기도 했다.

결혼식 날짜는 석가탄신일 이었다. 이유는 당시만 하더라도 친·인척을 모아야 했기에 지금과는 다르게 휴일이나 연휴를 이용했다. 아울러 결혼기념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축하객들에게 피해를 주었지 않았었나하는 미안함도 느낀다.

직장 다니면서는 격무와 스트레스로 건강을 헤쳐 한두달 병가 낸 적도 있었는데, 마음 수양차 절에 의지해 다니기 시작하면서 건강을 찾고 부터는 가까운 조그만 포교원에 다니면서 원각 이라는 법명을 받기도 했다.

그 후 포교원 신도들이 늘어나자 위치를 멀리 옮기면서 차츰 소원해 지기 시작했다. 또한 사업 하느라 절을 멀리하면서 집사람이 연등달 때만 이곳저곳 절을 찾았다. 다행히도 서귀포로 귀농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으러 어렵게 시간을 내게 되었다.

서귀포는 절이 산쪽에 없고 바닷가 근처에 자리 잡고 있어 처음에는 다소 의아했다. 큰절은 약천사, 관음사, 법화사 등이 있지만 난, 큰절보다는 다소 작은 절을 좋아하고 이제 막 시작하는 포교원이나 한글로 법문을 읽는 절을 선호하므로 집 가까이 있는 조그만 절을 택했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경내 분위기 속에 연등이 줄맞추어 달려지고, 뭇사람들의 기대찬 호응속에 스님의 불경 읽는 것으로 시작된 법회는 점차 열기를 더해갔다.

거의 2시간쯤 지났을까. 찬불가를 끝내며 스님의 귀중한 말씀이 이어졌는데, 10여분의 말씀 속에 내 마음 깊은 곳에 들어온 것은 행복이란 단어였다.

내가 귀농한 이유는 단한가지! 행복하려고, 행복하기 위해서 였기에.

스님은 “100세도 못살 인생을 1000년 살 것 같이 욕심을 부린다행복은 욕심을 버려야 얻을 수 있다. 석가는 왕자의 지위도 싫다하고 출가했다고 설법한다.

진정 행복은 스님 말씀 대로일까. 한참 생각하다가 결혼기념일이라며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자는 말에 머체왓숲길을 찾아 나섰다. 머체()로 이루어진 왓()이라는 데서 붙여진 명칭인데 이름과는 달리 어린아이도 다닐 정도로 걷기 편한 길이었다.

집사람도 오랜만의 한가로움을 즐기는듯하고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보며 진작 이곳을 오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기도 했다. 숲길을 한바퀴 돌아 집으로 오던 도중에 저녁식사라도 할까하고 물어 봤더니 마치 기다리기도 한 듯이 자신이 한턱내겠다며 무척 좋아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이렇듯 내 가까이 맴돌고 있구나 하고 생각 들면서 석가탄신일과 결혼기념일을 맞아 뜻 깊은 하루를 보내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부처님의 자비가 매일 매일 온누리에 넘쳐나길 빌어본다.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출원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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