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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주도립미술관 가는 길
[기고] 제주도립미술관 가는 길
  • 미디어제주
  • 승인 2013.05.0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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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립미술관 고선일

 
한라수목원을 지나 도깨비도로라고 불리는 신비도로로 진입하여 러브랜드와 울타리를 사이에 둔 채 고즈넉이 자리 잡은 행복 저장소가 있다. 바로 제주도립미술관이다.

아침 출근길 수목원을 지나 애조로를 통과하며 마주치는 것들.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숲, 갑자기 좁아지는 도로, 빨려 드는 분홍색 도립미술관 거리안내판, 저 멀리 펼쳐지는 파스텔톤 한라산의 부드러운 자태.

맑은 날 기분 좋은 햇살이 자동차를 통재로 안아주고 흐린 날 옅은 안개는 차 안의 나를 감싼다. 우연일까, 아니면 풍수지리로 미술관을 그 자리에 놓은 걸까?

미술관 가는 길은 매일 가도 어떤 날씨라도 기분이 업되고 차분해지면서 동시에 행복감으로 적당히 흥분이 되고, 복잡한 세상사가 한순간에 밀어 제쳐 지면서 추억의 영화 한편을 더듬게 한다.

10여년 전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제목으로 배우 심은하님과 이성재님이 출연했던 풋풋한 연애 영화가 그것이다.

영화 속 춘희가 보조개진 미소로 미술관 입구를 들어서며 호기심으로 여기 저기 둘러보며 행복해 하던 그 장면이 내가 미술관을 향하며 느끼는 바로 그 행복이 아닐까.

아마 그 영화를 만든 분이 미술관에서 평소 느꼈던 행복감을 배우를 통하여 표현하고 싶었고, 배우는 그것을 그대로 연기로 승화시키지 않았나 하는 감상을 나름대로 해본다.

고요함의 대명사인 미술관이 요즘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끊임없는 인파 속에 춤을 춘다.

샤갈, 피카소, 몬드리안 등 학창시절 시커멓게 줄을 그어가며 외워 대던 세계적인 미술 거장들이 지난 319일부터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렬히 우리들을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이처럼 쉽게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

미술이 난해하다고 여겨지는 분?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이번에 특별히 정규 내지 예약제 도슨트 시간 운영으로 작품감상 이해를 돕고 있고, 도슨트 분들은 아이들과 어른들 각각의 눈높이에 맞추어 맛갈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가운데 관람객들로 하여금 짠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도슨트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분은 전시실 입구에 비치된 오디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세계미술거장전은 714일까지 계속되며,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도립미술관 문은 날마다 활짝 열려있다.

아름다운 봄날, 세계의 거장들과 함께 행복한 이야기를 맘껏 나누고 싶지 아니한가! <고선일·제주도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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