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주요산업인 농업은 비즈니스 모델로 가치 충분”
“제주의 주요산업인 농업은 비즈니스 모델로 가치 충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04.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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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제주인] 서울 강남 출신 여성에서 농군으로 변신한 모루농장 박현정씨

모루농장 박현정 공동대표. 그는 제주의 주요산업인 농업으로 승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서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주도도 닮아가고 있다. 브랜드를 단 아파트들이 등장하고, 그걸 사려고 몰려든다. 다들 서울을 닮으려 한다. 그러나 그건 아니라고 하는 이가 있다. 아니, 그런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모루농장의 공동대표인 박현정씨(45)도 그런 이들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박현정씨는 그렇게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전형적인 서울 강남 출신이다. 서울 토박이인 그는 대기업에서 식품 관련 업무를 맡는 등 소위 잘 나가는이였다. 그런데 그는 제주에 아예 정착을 해서 살고 있다. 흙도 한 번 만져보지 않은 그는 모루농장을 일구는 농군으로 변신했다. 왜 그는 변신을 했을까. 그보다 왜 강남을 던지고, 제주로 왔을까. 궁금증이 촉발된다. 제주정착 3년차인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은 애들 학교 때문이죠. 우연히 제주도를 왔다가 이거다 싶었죠. 제주도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서 좋든 나쁘든 전염 속도가 느리죠. 여긴 교사들이 헌신적이에요. 학생들도 마찬가지죠. 여기는 공교육이 살아 있어요. 친환경급식도 유일하잖아요.”

자녀의 교육을 위해 선택한 땅이 제주였다. 그가 보기엔 제주도는 상식이 통하는 곳이다. 그는 서울과 멀리 떨어진 점이 오히려 좋다며 소외된 게 축복이라고 한다. ‘소외된 축복을 느끼면서 생각대로 산다는 점은 좋다. 그래도 일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는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농업이었다.

제주에 와서 훑어보니 주산업은 농업이더군요. 농업은 특별한 산업이 될 수 있고, 환경을 지키면서 국토개발도 할 수 있어요. 이를 더 발전시키면 농업관광도 되거든요. 남들에게 휴양까지 겸한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농업이죠.”

그는 농업을 향해 자연을 망치지 않으면서 개발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한다. 특히 제주도는 1000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자발적으로 찾는다는 점에 눈길을 준다.

제주 농업은 관광객을 겨냥한 제주형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1000만명의 관광객을 엉뚱한 리조트나 지중해식 호텔에 뺐기고 있어요. 제가 농사를 짓는 건 산업수단으로 보기 때문이죠.”

그는 제주에서 처음 시작한 농사가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말한다. 그가 자신감을 갖는 건 이유가 있다. 그는 모루농장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모루농장은 유기농에 주안점을 둔다. 모루농장의 주요 산물은 ()’. 감귤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모루농장의 살림꾼이면서 이 곳을 일구는 동물 농부들.
모루농장의 차를 키우는 건 박현정 대표 자신도 있지만 4만평의 농장엔 또다른 일꾼들이 있다. 그 일꾼은 돼지, , 산양 등이다. 돼지는 거름을 주고, 닭은 차에 치명적인 잎말이나방을 해치워준다. 산양은 잡초를 제기하는 일등공신이다. 박현정 대표는 얘네들이 농부다고 말을 할 정도이다. 그는 동물 농부들이 일군 농장을 좀 더 알리기 위해 오는 53일부터 5일까지 첫 차 축제를 연다. 슬로푸드문화원 가족들이 함께 하는 이 행사는 동물 농부들에 대한 고마움의 답이기도 하다.

농부 박현정씨는 모루농장만 일구는 게 아니다. 한 가게를 인수, 여기에 새로움을 담았다. 그가 내건 가게 이름은 동네가게. 동네가게는 지금종 조랑말박물관장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름이 동네가게여서인지 어린이들의 발길이 잦다. 기자가 박현정 대표를 만난 곳은 바로 동네가게였다. 취재내내 어린이들이 들락날락하며 차를 주문하고 마신다. 도시에서 보기 드문 가시리만의 풍경이다.

박현정 대표가 '동네가게' 차림판을 훑어보고 있다. 관광객들이 이 곳을 들러 가시리 주민들이 만든 제품을 사가곤 한다.
'동네가게'는 가시리 마을의 홍보창구이기도 하다. 동네가게 지킴이인 김지혜씨(왼쪽)가 가시리를 안내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공생을 추구하는 모습을 그려봤어요. 동네가게는 바로 소통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그런 공간이죠. 여기에서는 미술도 가르치고, 가시리 주민들이 만든 작품도 팔아요. 애들도 자주 와요. 애들에겐 무척 재미있는 공간이죠.”

제주정착 3년째인 그는 모루농장을 일구고, 동네가게를 오픈하며 지역민들과의 소통 창구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제주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세상은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는데 여기는 제주만의 로컬 스탠다드가 있어요. 처음엔 불편하고, 이해하기 힘든 일도 있었지만 이젠 오히려 로컬 스탠다드를 더 지키고 살라고 말해요. 제주에 온 이들은 그걸 받아들이고 지키려고 왔잖아요. 제주에 내려와서 살고 있는 이주민들 모임에 나가면 제주에 대한 이런저런 불평을 듣곤 해요. 이젠 제가 그 불평이 불편한 정도가 됐어요.”

그러면서 그는 제주사람들에게 흔히 붙어다니는 배타적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제주사람들이 배타적이라고요? 아니에요. 배타는 나쁜 단어가 아니랍니다. 좀 더 자신 있게 배타해도 된다고 봐요. 다만 좀 더 마음을 열고 들으면 될 것 같아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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