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농업,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인력 대체할 기계화 절실”
“마늘농업,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인력 대체할 기계화 절실”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3.04.28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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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방제시스템 도입, 태양열 소독, 녹비작물 재배로 소득 향상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34>고성부 대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현재 제주 농업의 경쟁력과 현주소는 어디까지 왔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고산2리에서 60여년 동안 농사를 짓고 있는 고성부 대표

“마늘농사를 유지·발전하기 위해선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화가 절실해요. 기계도 파종기기보다 수확기기를 개발·보급하는 게 시급하다고 봐요. 소득은 높은 편이나 일손이 점점 줄어드는 지금의 농촌 현실을 볼 때 더욱 절감해요”

한경면 고산2리에서 마늘밭에 자동방제시스템을 갖춰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고성부 한경황토마늘영농조합법인 대표(71)는 기계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현재 마늘 파종기계나 수확기계를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다 보니 성능이나 개발이 떨어지고 있어요. 정부나 자치단체 차원에서 농기계 제작업체에 적극 지원해줘야죠”

고 대표가 농사와 인연을 맺은 건 ‘제주 4.3’으로 아버지를 잃은 뒤 부터였다. 당시 고산초등학생이었던 그는 어머니가 쟁기를 갖다 주면 밭농사를 짓기 시작해 이제 어느덧 60년이 흘렀다.

처음엔 지역 주산물인 보리·조·콩 농사를 지었다. 1960년대엔 절간고구마를 재배해 1년에 300가마 가량 생산하기도 했고,1970년대 들어선 통일벼 붐이 일 때 쌀농사도 했다.

그 뒤 콩나무콩도 재배했고, 15년 전에 마늘과 양파로 작목을 바꾸는 등 여러 농사를 두루 거쳤다. 이젠 마늘농사를 전업으로 하고 있다.

“현재 마늘을 1만1000평가량 재배하고 있죠. 해마다 약간 차이는 있지만 연간 조수입은 대략 1억2000만원에서 1억3000만 원쯤 돼요. 하지만 조수입에서 순수하게 가져오는 수익은 날이 갈수로 떨어지고 있다고 봐야죠”

과거엔 조수입에서 차지하는 순수익은 60~70%가량 됐지만 지금은 30%쯤 될 정도라고 전한다. 농약·비료·인건비 등이 계속 올라 경영비 비중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고 대표는 자신의 마늘밭에 자동방제시스템을 갖추고 태양열 소독과 녹비작물를 재배함으로써 늘 걱정거리인 인력과 농약·비료 값을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고 대표가 농사를 짓고 있는 마늘밭
2011년에 농업기술원이 권장해서 이 시스템을 갖췄다. 물탱크에 농약이나 액비를 타서 밭에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자동적으로 뿌리고 있다. 스프링클러는 3000평에 100여개 꼴로 설치해 쓰고 있다.

“농약이나 액비를 뿌리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자동방제시스템이 이를 해결해주고 있어요. 이 시스템은 옆면시비나 방제용 농약을 뿌리는데 적합해요. 예방용으론 효과적이지만 치료용으론 미흡한 부분도 있죠”

고 대표는 방제시스템의 장점이 매우 많다고 전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싼 농약으로 여러 차례 뿌려주면 경제성이 있지만 비싼 농약을 쓰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점도 솔직하게 지적한다.

마늘의 각종 병충해 방제를 위해 고 대표는 태양열 소독을 하고 있다. 이 소독은 기온이 높은 7월 중순부터 8월에 해야 가장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태양열 소독은 '밧사미드‘(Basamid)란 상품명인 살균제 농약이나 생석회를 밭에 뿌려 밭을 갈고 김을 맨 뒤 비닐피복을 해서 열을 발산시킨다. 이를 통해 병해충을 방제하고 잡초를 죽임으로써 마늘 연작 피해나 썩음병 등을 막고 있다.

마늘병충해는 주로 ‘고자리파리’나 ‘흑색썩음균액병’의 피해가 크다. 고자리파리는 연작하는 마늘밭에 알을 낳아 충을 만들어 뿌리를 갉아먹어 말라죽게 한다. 피해를 본 마늘은 썩어서 냄새가 나고 먹을 수 없어 농사를 그르치게 하기도 한다.

흑색썩음균액병은 뿌리를 시커멓게 썩게 한다. 이 병은 주로 인경(비늘줄기)이나 뿌리, 잎에 생겨 심하면 포기 전제가 갈색을 변해 말라죽게 된다.

이 같은 병충해를 방제하기 위해선 밧사미드 외에 생석회도 효과가 크다. 주로 여름에 생석회를 쓰면 물이 끓을 정도로 온도가 높아져서 균을 죽인다.

고 대표가 마늘자동방제시스템을 작동하기 위해 호스를 연결하고 있다.
고 대표는 밧사미드나 생석회처럼 큰 효과는 없지만 녹비작물로 수수교배종을 밭에 심어 병해충 균을 죽이고 갈아엎어서 거름으로 쓰는 일거양득 효과를 보고 있다.

생석회는 150평 기준으로 100㎏가량 뿌리는데 밧사미드가 비싸기 때문에 생석회를 많이 쓰고 있고 권장도 하고 있다고 고 대표는 전한다.

“밧사미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게 부담이죠. 효능은 탁월하지만 보조를 해주지 않아요. 농약값이 50평 기준에 7만원정도 들어요. 농협에서 약간 보조해주지만 적은 편이어서 많은 보조를 해주길 바라죠”
한경지역은 도내에서 대정지역 다음으로 마늘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읍면특화산업으로 한경지역이‘황토마늘’로 지정돼 재배하고 있다. 고 대표는 2007년 한경황토마늘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다. 해올렛연합사업단에 들어가 농협과 계약재배해서 판매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수확 때를 앞두고 걱정이에요. 우선 일할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품삯도 지난해보다 더 오를 것으로 봐요. 그래서 마늘 농사에 기계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죠”

마늘은 뿌리고, 심고, 뽑고, 자르고, 선별하는 모든 과정에 인력이 들어가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 하루속히 기계화가 돼야한다는 게 고 대표의 생각이다.

자동살포하고 있는 스프링클러
자동방제에 쓰이는 물탱크
“마늘 파종기와 절단기계가 나왔지만 실용화가 안되고, 그나마 종자를 까는 마늘쪽분리기가 실용화가 되고 있죠. 마늘은 8월부터 9월 초순까지 심어 기간이 40일가량 걸리지만, 수확은 20일 안에 해야 되기 때문에 인력이 집중적으로 필요 수확기계가 더욱 필요해요”

고 대표는 마늘 인력난을 줄이기 위해선 수확 때인 5월말에서 6월엔 공공근로사업을 멈추거나, 공공근로인력을 마늘 수확에 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마늘 일손은 인력센터를 통해 거의 제주시에 오는데 올해는 7만원정도 줘야 할 것으로 봐요.
마늘수매가는 내려도 인건비는 내리지 않아요. 중간상인들이 이 같은 약점을 악용, 밭떼기로 거의 계약해버려 문제죠. 생산자들도 생각을 바꾸고, 농협과 계약재배를 많이 해야죠”

고 대표는 앞으로 마늘은 “밝지만은 않지만 경쟁력은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제주산 마늘이 톡 쏘는 맛이 있고, 저장성이 좋고, 김장을 했을 때 덜 시는 효과 등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육지부 깐마늘 상인들이 제주산이라고 속여 팔정도이죠. 하지만 육지부보다 지원과 홍보가 매우 부족해요. 도내선 감귤에만 너무 치중하고 있어요. 마늘연구소도 만들어서 마늘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해요”

FTA관련, 고 대표는 마늘산업이 견디고 경쟁력에 이기기 위해선 정부나 지자체에서 중소기업에 지원해 마늘 농기계 개발·제작 생산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중국에서 수입산마늘이 들어와도 관세가 높으니까 견디지만 시장이 개방되면 달라지죠. 마늘 수매가를 5% 올려주는 것 보다 기계화로 노동력 절감하도록 하는게 더 나아요”

기계화로 젋은이들이 농촌을 들어오게끔 환경을 만드는 게 농촌을 살리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성실히 살자”가 생활신조인 고 대표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농사를 지으려해요. 취미로 서각을 배워 여생을 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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