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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와 제주도 그리고 한국공항
싱가포르와 제주도 그리고 한국공항
  • 미디어제주
  • 승인 2013.04.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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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용석 제주상공회의소 지식재산센터장

오용석 제주상공회의소 지식재산센터장
제주도는 2007년에 ‘물산업육성기본계획’을 수립하여 본격적으로 물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

‘물산업클러스트’ 조성은 추진되지 못하였고, 맥주는 소규모로 개발공사가 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용암해수단지 분양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민간기업에게 염지하수를 이용한 먹는샘물 사업을 허용하는 방침이 도의회를 통과하였지만 실제로 기업을 유치하는데는 할 일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싱가포르 사례를 생각하게 된다.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물기근’ 국가이다. 하루 물 소비량은 약 165만톤으로 제주(41만6천톤)보다 4배나 많다. 서울시와 비슷한 면적에 인구가 500만명이 넘기 때문에 80%의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농업이나 공업용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빗물과 지하수 등을 통하여 조달할 수 있는 물은 20% 밖에 안되기 때문에 인접한 말레이시아와 100년 계약을 맺고 약 40%의 물을 공급받고 있다. 나머지 40%는 물산업을 통하여 육성한 기업들이 생산해내는 재생정화수(사용한 물을 재처리한 물), 탈염정화수(해수를 담수로 만든 물)로 해결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00년대 초반부터 물산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기업들을 적극 육성하였다. 그 결과 2003년부터 재생정화수인 ‘NEWater’를 생산하기 시작하였으며, 2005년부터는 아시아 최대의 해수 담수화 공장을 가동하여 바닷물을 생활용수로 만들고 있다.

또 이러한 물산업을 통하여 2015년까지 일자리 1만개, GDP 17억 싱가포르달러(약 1.5조원)를 창출하고 관련 기업도 100여개로 증가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중국,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물산업을 수출하고 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와 100년 계약이 끝나면 ‘물 자립’ 국가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제주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가 ‘물을 창조하기’ 위하여 관련 기업들을 육성해 오고 있는 동안, 제주는 지하수를 ‘관리하고 이용’하는 데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다른 지방보다 선진화된 법과 조례, 관리 정책 및 집행, 도민의식, 우수한 수질의 수돗물 등 주체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싱가포르와 같은 사례를 받아들여 대체 수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생활하수를 재처리한 농업용수를 생산하고 있으며, 추자도 등에서는 해수담수화 시설도 갖춰 나가고 있다. 염지하수를 처리하여 공업용수, 음료와 먹는샘물과 같은 상품화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처럼 ‘물을 창조하는’ 기반을 만들어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기존의 지하수에 대한 관념을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지하수에 대하여 ‘보전해야 한다는’ 관념이 중요하게 자리를 잡아왔다. 그래서 사기업의 먹는샘물 사업에 부정적인 생각도 있다. 이는 제주도 물산업에 대한 홍보 부족 문제도 있다. 그동안 제주도는 물산업을 추진하면서 10여개의 음료 제품들이 개발하였는데, 이에 대해 홍보가 부족하여 어떤 상품들이 판매되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음료수도 지하수가 주요 원료로 만드는 것으로 따지고 보면 먹는샘물과 차이가 없다. 앞으로 용암해수단지에서 염지하수를 정화한 새로운 먹는샘물 상품도 개발되어 시중에 판매될 것이다.

산업을 육성하려면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투자 실적이 저조한 현상을 보면서 과연 제주 물산업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특히 제주에서 30여년 동안 먹는샘물 사업을 해 온 한국공항은 지난 2년 동안 취수량 증량을 위하여 제주도특별법과 지하수관리조례에 따라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왔고, 송아지 수매 등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노력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도의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제주 물산업이 발전하려면 관련 기업들이 더욱 더 활발하게 투자하고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물산업에 참여할 기업 유치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제주는 오히려 기업을 배척하고 있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다고 하겠다.

최근에 한국공항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하였는데, 도의회는 이를 긍정적으로 처리해 주길 바란다. 도의회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과 공감대를 만들어 줄 의무가 있다. 지금처럼 특정 기업을 배척하는 모양새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제주도 물산업에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도의회가 제주도 지역경제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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