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영령들로부터 수고했다, 고맙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4.3 영령들로부터 수고했다, 고맙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04.0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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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4.3 추모시낭송집 제작에 이어 위령제 식전행사 사회를 맡게 된 김향심씨

시인이면서 시낭송가인 김향심씨가 제주4.3평화공원에서 추념 시화전에 담긴 시를 읽어내리고 있다.
4.3이 되면 왠지 가슴이 멍 해온다. 그 날, 그런 기분을 느끼는 이가 있다. 시인이면서 시낭송가인 김향심씨(시낭송단체 파란나비 회장)다. 그와 4.3의 인연은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3 60주년 행사가 열린 때였죠. 제주민예총에서 마련한 전야제 행사에 참석하게 됐어요. 4.3과 관련해 첫 시낭송을 한 자리였어요. 개인적으로는 가족 가운데 4.3 피해를 본 이들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4.3은 막연한 느낌으로 다가올 뿐이었어요. 그런데 첫 시낭송을 경험하면서 달라진 저를 발견하게 됐죠.”

5년전 그때의 기억은 또렷하다. 4.3 전야제 때 시를 낭송하는 자리가 주어지면서 4.3을 담은 시를 읽어 내리게 됐다. 계속 원고를 보고 있자니 가슴만 아파왔다. 1년 내내 아플 것만 같았다. 그게 4.3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4.3은 저랑은 동떨어진 것으로 알았죠. 그러다 참가한 시낭송 자리는 4.3을 새로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4.3은 그렇게 제게 다가왔어요.”

그 때 4.3에 대한 기억은 그에게 ‘좀 더 대중적인 4.3을 만들라’는 주문으로 이어졌다. 그건 바로 4.3을 담은 시를 한 데 모은 ‘4·3 추모시낭송집 1’이라는 CD 제작으로 이어졌다. 그 CD엔 4.3을 이야기 한 시(詩) 16편이 담겨 있다.

“CD를 냈다고 축하받는 것보다 죽어서 4.3 영령들을 만났을 때 그들로부터 수고했다, 고맙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그런 간절한 마음 때문인지 올해 4.3위령제 때 그는 중요한 일을 맡게 됐다. 4.3위령제의 식전행사의 사회를 맡게 된 것이다. 그같은 막중한 업무는 4.3영령들을 위해, 대중을 위해 만들어낸 작은 CD의 위력인 듯했다.

65주기 4.3위령제의 사회를 맡게 된 김향심씨(오른쪽)가 4.3 당일 맡을 사회의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그는 김수열 시인의 ‘이제는 함께 해야지요’에 가장 마음이 끌린다. 무자년 4.3을 겪으며 일본으로 도피해야 했던 이야기를 그 시는 담고 있다. 4.3 때문에 고향을 버려야 했던 이의 사연은 내내 그의 가슴을 헤집고 있다.

사회를 맡을 그는 대중에게 파고들 4.3을 위해 할 일을 풀어놓았다. ‘4·3 추모시낭송집 1’에 이어, 2집 제작을 준비중이다. 1, 2집을 내고서는 제작 발표회도 가진다는 야무진 꿈도 있다.

내일(3일)은 4.3 65주기가 된다. 그에게 4.3의 앞날을 물어봤다.

“영령들은 억울한 죽임을 당했죠. 그러나 그들은 네가 옳다, 내가 옳다는 식의 싸움은 원치 않을 거예요. 자손들이 다 잘 되길 빌고 있을 겁니다. 모두 화합해서 잘 살아가는 방향으로 4.3이 펼쳐졌으면 해요.”

그의 4.3에 대한 미래상은 김수열 시인이 노래한 ‘이제는 함께 해야지요’를 다시 읊는 듯하다. 김수열 시인은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함께 해야지요/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야지요/안 그래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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