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54 (금)
"제주 사람이 빨갱이라서 죽였다구요?…평화, 아직도 멀었습니다"
"제주 사람이 빨갱이라서 죽였다구요?…평화, 아직도 멀었습니다"
  • 김진규 기자
  • 승인 2013.04.01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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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이 바라본 4.3 "두린애기도 총살…무섭고 화가 납니다"

 

다음은 으뜸상을 수상한 ‘아직도 멀었습니다’ 원문

저는 4.3 이야기 대회에 3번째 나왔습니다. 앞서나온 두 번의 대회에서는 선생님께서 써 주신 원고를 이야기 했었기에 올해에는 제 힘으로 무언가 해보고 싶은 마음에 제일 먼저 제주 4.3이라는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토산리 창고 부근에서도 총살이 이서수다. 동네사람들은 몬딱 모아낭 구경하랜 허멍 총 팡팡 쐉 사람들 죽일때마다 박수를 치랜 헙디다.
막 총 쏘아가난예 멋 모르는 두린애기 폴폴 기어 나오는 거 아니꽈?
그 두린 애기가 무신걸 안댄 무신 죄가 있댄 그 애기까지 총을 쏘앙 죽입디다.
무서웠습니다. 진인했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두 번째로 한 일은 얼마전 전국개봉한 ‘지슬’ 영화관람.
영화는 어린 제가 보기엔 무서웠습니다. 여학생을 칼로 위협할 때는 너무나 잔인해 두 눈을 꽉 감아버렸습니다. 두고온 돼지에게 밥을 주러간 아저씨가 군인들 쫓아가 돼지를 돌려달라고 할때는 아저씨가 죽을까봐 손에 땀이 흘렀습니다.

군인들은 제주 사람들이 빨갱이라서 죽였다고 했습니다. 그 분들이 빨갱이라고요?
제가 본 그분들은 모두 함께 감자를 함께 나눠 먹는 마음 착한 분들이셨습니다.
왜놈들이 쳐들어 왔을때도 괜찮았는데 설마 같은 나라 사람끼리 어찌 하겠냐던 순박한 분들이셨습니다.
그런데 모두 죽었습니다. 총에 맞아 칼에 찔려 죽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저는 인터넷으로 ‘지슬’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여러분들은 지슬의 연관 검색어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빨갱이 영화’입니다.
아직도 제주의 4.3을 빨갱이들의 폭도들이 일으킨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돼지를 키우던 아저씨가요? 집에서 자식들을 걱정하시던 할머니가요?
아니면 총소리에 놀라 기어나온 아이가 당신들이 말하는 빨갱이란 말입니까?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두 번이나 이 자리에 선 경험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이제 화해하고 용서하자고 주장했었습니다. 4.3을 통해 평화를 배우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저는 느꼈습니다.
4.3이 평화의 교과서가 되려면 쉽지 않다는 것을요.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요.
4월이 돌아와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4.3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4.3 영화를 빨갱이 영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멀어도 한참 멀었습니다.
여러분! 저는 여러분 앞에서 다시 한 번 약속합니다.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여러분! 우리 함께 합시다. 

 

1일 제주4.3평화공원 기념관에서 열린 ‘제 10회 전도 어린이 4.3 이야기 한마당’ 시상식에서 삼성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선호진 어린이의 ‘아직도 멀었습니다’가 대상인 으뜸상을 수상했다.

4.3 도민연대는 매년 도내 어린이를 대상으로 ‘전도 어린이 4.3이야기 한마당’을 진행해오고 있다.

대회 으뜸상을 수상한 ‘아직도 멀었습니다’는 영화 ‘지슬’을 보고 인터넷검색을 하다 연관검색어로 ‘빨갱이 영화’가 뜨는 것을 보고 느낀 소감을 써내려 간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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