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건축학도다. 제주도 건축디자인전공을 졸업했고, 대학원도 건축디자인전공이다. 지금은 휴학 상태이다. 바리스타에 빠져든 건 4년째다. 건축 활동을 하기 위해 다른 에너지를 찾던 중 바리스타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오히려 바리스타가 업(業)이 돼 있다.
“건축가는 고객의 입장을 들어줘야 하지요. 바리스타도 마찬가지입니다. 손님이 원하는 커피를 만들어줘야 하잖아요.”
그렇다. 클라이언트, 즉 건축가를 찾는 건축주도 의뢰인이고, 카페를 찾는 손님 역시 바리스타의 입장에서는 의뢰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바리스타나 건축가가 다르지 않다고 한다.
“영화와 다르지 않느냐고도 할 수 있어요. 세트장을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죠. 사람들은 첫사랑의 설렘과 영화 속 서연의 아버지의 따뜻함을 기억을 할 겁니다. ‘카페 서연의 집’은 영화 속 이미지 가운데 핵심이던 넓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창을 살려냈어요.”
그러면서 그는 ‘카페 서연의 집’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제주 건축과 관련지어 설명하기도 했다.
“멕시코의 거장인 루이스 바라간은 하늘을 잘 다뤘죠. 그렇다면 제주건축에서 필요한 건 뭘까요.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이 있고, 햇볕이 있죠. 그걸 제주건축에 다 가져가려면 안된다고 봐요. 삶에 포함되도록 색깔을 찾는 게 필요하겠죠.”
“명필름문화재단이 만든 이 곳은 개인 소유물이 아닙니다. 카페로 재탄생 한 것은 모든 이들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길 기대한 것이죠. 이 곳을 찾는 이들은 커피를 마시는 공간으로서만 아니라 건축물을 보면서, 느끼면서 가길 기대해요. 커피를 즐기듯 ‘서연의 집’이라는 건축물도 즐겼으면 해요. 루이스 칸은 집을 지을 때 재료에게 묻는다고 하잖아요. 저도 바리스타의 입장에서 묻고 싶어요. 커피야,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