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어렸을 적에 꿈이 뭐였어요?
어렸을 적에 꿈이 뭐였어요?
  • 홍기확
  • 승인 2013.03.22 10: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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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17>

업보를 타고 났다. 도대체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없다.
연애를 했던 기억들도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나마 내 조각난 기억들을 집사람과 교차해서 퍼즐을 맞추어 보면 정확히 기억하는 것이 드물다. 나는 장기,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다.

신이 준 인간의 능력 중 대표적인 두 가지를 꼽으라면 기억과 망각이라 하겠다. 기억은 학습과 유전을 통해 인간의 진화를 도와주었다. 망각은 학습과 진화 중 설익은 실패에서 받은 아픔을 치유하고 도약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나는 두 능력 중 유독 망각에 특화된 인간이다.

며칠 전 직장동료의 아이들과 내 아이와 함께 오름 주변을 산책했다. 8살짜리 직장동료의 아이는 차로 이동 중에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저는 커서 요리사가 될 거에요. 엄마는 간호사가 꿈이었는데 꿈을 못 이뤘고, 아빠는 사장님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 사장이니 꿈을 이뤘네요. 삼촌은 어렸을 적에 꿈이 뭐였어요?”

차를 멈췄다. 나에게 꿈이 뭔지 물어보는 사람은 몇 년 만에 처음이었다. 비록 아이의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충격 때문인지 설렘 때문인지 가슴이 뛰었다. 저질 기억력임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몇 개 정도는 기억한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으려면 멈추어야 했다.

“어렸을 적 꿈이 뭐였더라? 초등학교 때는 법무부장관쯤이었고 죽 이어지다가 중고등학교 때는 외교통상부장관이었던 거 같긴 하네. 대학교 때는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었지. 지금은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을 위해 종합적인 재무설계를 하는 제주도 최고의 컨설턴트가 되고 싶어.”

어려운 단어를 많이 쓴지라 아이의 이해를 바라지는 않았다. 질문은 아이가 했지만 대답은 나에게 했다. 나의 다짐이었다. 장단기 기억상실증은 꿈도 잊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자주 상기시키고, 스스로에게도 말해주어야 한다. 반복학습은 지루하지만 학습효과는 제대로다.

올해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 직장을 다니며 공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예전에 대학 다니며 공부할 때의 어려움을 까먹은 지라 희희낙락이다.

작년 11월에는 서울까지 올라가서 이틀 동안 치룬 자격증 시험에 처참하게 떨어졌다. 1년 반 정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떨어진 충격으로 한 달간 우둔한 머리를 탓하며 방황했다.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집사람도 끝까지 해보라고 했고, 석 달 정도 지나자 그 때의 충격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맹렬히 공부중이다. 장단기 기억상실증도 그다지 나쁜 질병은 아닌 듯 하다.

힘든 과거는 흘려버린다. 잘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예측이 어려운 미래는 내버려둔다. 다만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만 까먹지 않도록 주입식 교육을 해준다.

현재는 그저 걸어간다. 누군가와 손을 잡고 함께 가든, 길을 돌아가던 상관없다. 목적지에만 제대로 도착하면 된다. 잠깐 쉬었다 갔다고, 어디 들러 왔다고, 늦었다고 누가 뭐라고 하면 무시하면 된다. 남들이 내 삶의 여정에 뭐 보태준 것도 없지 않은가?

공부하고 있노라면 가끔 사람들이 좀 쉬라고 한다. 일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지 않으냐고 말이다.
아니다. 나는 쉬고 있는 거다. 여기에 더해 장단기 기억상실증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중이다. 계속 까먹는다면 끊임없이 공부하면 된다. 쉬면서 고질병에도 대처하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아이의 촌철살인(寸鐵殺人)이 아닌 촌철활인(寸鐵活人)의 질문.

“삼촌은 어렸을 적에 꿈이 뭐였어요?”

오늘은 내 아이에게도 꿈이 뭐냐고 물어봐야겠다. 당장 궁금해 죽겠다. 아직 꿈이라는 단어를 모른다면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그때까지 못 참겠다.

하지만 언젠가 스스로 꿈을 이야기할 날이 오긴 할 테다. 그 날이 오면 부모의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줘야겠다. 그러기 위해 먼저 아빠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줘야겠다. 언제나 아이에게 아빠는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범케이스니까.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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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2013-03-22 15: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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