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07:39 (금)
제 대로 휴식
제 대로 휴식
  • 홍기확
  • 승인 2013.03.06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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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16>

우리는 대부분 휴식(休息)이라는 단어를 어떤 것을 하지 않고 쉰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휴식은 어찌 보면 일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인생의 과정중 하나다.

인간의 노화는 20세부터 진행된다. 그리고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35세 이상이 되면 매년 대략 4퍼센트 정도 운동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20세 이후 한 해 두 해가 지날수록 체감 피로도는 점점 증가할 수밖에 없다. 쉬어야 한다. 과학적으로도 무조건 쉬어야 한다.
생물학자 하세가와 에이스케의 『일하지 않는 개미들』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 본다.

“식물과 달리 동물은 움직일 때마다 근섬유를 늘이기도 하고 수축하기도 한다. 근섬유가 수축할 때 나오는 젖산이라는 물질은 분해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모든 동물은 움직일수록 젖산이 쌓여 점점 피곤해진다. 갑작스레 운동을 하면 근육통이 생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근육통은 쌓인 젖산이 분해될 때 생기는 중간물질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통을 느끼는 타이밍이 늦어지는 이유는 대사가 줄어들고 젖산이 분해되어 피로를 회복하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요컨대 동물은 움직이면 반드시 피로해지고, 피로를 풀려면 일정기간 쉬어야 한다. 이것은 동물이 근육을 통해 움직이는 한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쉬어야 할까? 지극히 주관적인 방법을 말해본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극도로 객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휴식의 이상향임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선 생각나는 것은 잠을 자는 것이다.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초적인 휴식의 방법이다. 게다가 쉽다.

두 번째는 조금 어렵다. 일하고 잠자는 시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빼고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에 재능을 펼치는 것이다. 하야마 아마리의 소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에 죽기로 결심했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재능이란 잘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뜻한다.”

얼마전 집사람과 함께 『즐거운 인생』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일상에 바쁘고 가정생활조차 흔들리던 40대 가장들이 락밴드를 결성한다는 줄거리이다. 다 보고나서 나는 드럼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고, 집사람은 수술로 인해 쉬었던 기타를 다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재능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발견된다. 발견된 재능을 펼치는 것은 삶에 휴식을 가져온다. 휴식은 다시 일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악순환이 아닌 선순환(善循環). 휴식은 분명 모든 과정의 중심에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방법은 엉뚱한 짓을 해보는 것이다. 말이 좋아 엉뚱한 것이지 적당히 미친 짓을 해보라는 얘기다.

그 흔한 네비게이션 없이 전국을 돌아다녔다. 당연히 여행 중에 길을 잃을 때가 많았다. 길을 잃으면 낯설지만 멋진 길이 나타난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관광지가 아닌 찬란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일부러 길을 잃어버리거나, 모르는 길을 탐험하곤 한다. 재미가 쏠쏠하다.
휴식의 다른 이름은 익숙한 풍경에서 동떨어져 낯선 풍경을 마주할 때 발견하는 “어색한 기쁨”이다.

또한 남들이 다 자는 새벽에 일어나 이것저것 해보는 것도 썩 괜찮은 엉뚱한 짓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달리기 연습을 한다. 달리기를 하기 전 준비운동을 하며 거리를 걸으면 오히려 술 취한 행인들이 나를 보며 이 새벽에 저 녀석은 뭘까 하고 의아해한다. 사실 그런 눈빛들이 뿌듯하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아저씨들보다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했다고!
조금 더 걷다가 새벽에 일을 하시는 미화원분에게 큰 소리로 수고하신다고 인사를 한다. 나이 지긋한 이모다. 처음에 인사할 때는 깜짝 놀라시더니, 이제는 씨익 웃어주며 “운동 나오셨나봐요?”하고 반문하기도 한다.
휴식의 다른 이름은 남들과 다르게 살아보면서 느끼는 “은근한 쾌감”이다.

주변을 둘러본다. 집의 전기불들은 거의 꺼져 있고, 아직까지 텔레비전을 보는 몇 가구들만 밝아졌다 흐려졌다 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해가 뜰 때까지 잠을 자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새벽을 깨우는 것이다. 이 세상의 새벽을 내가 깨우는 것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주인공이 된다.
휴식의 다른 이름은 주변의 어수선한 삶에서 세상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조용한 흥분”이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잠을 자든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재능을 펼치든가, 세상의 정중앙으로 스치듯 이동한다.
오늘도 이 세 가지 휴식방법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겠다. 운이 좋다면 두세 가지 방법을 동시에 사용해서 쉴 수도 있을 것이다. 주관적인 제 대로의 휴식방법이지만 아직까지는 제대로 휴식하고 있다고 느낀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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